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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김성민의 독서경영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짜고, 

그 후에는 컴퓨터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을 짠다.  p.309


 

대학시절 주변 여학생들에게 항상 인기가 있던 선배가 기억난다. 그 선배가 지닌 강점 중에 하나는 서울시대 곳곳에 있는 맛집들을 기가막히게 알아내어 후배들에게 사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 있는가 말이다. 한번은 그 선배에게 나중에 머릿속에 있는 맛집 리스트를 책으로 내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지 않아 그런 맛집리스트는 인터넷에 수백 수천개가 돌아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예전에는 수십킬로 떨어진 도서관에 가서야 찾을 수 있던 자료를 자료제목만 입력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우리는 이전 시대보다 정보접근성이 좋아졌고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은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는 세대에 비해 영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현대의 우리들은 과거의 사람보다 더 똑똑해졌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인간 두뇌가 지니고 있는 '가소성'을 이야기 한다. 두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습관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는 태고적부터 계속해서 변화에 도전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먼저는 문자의 발명이다.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적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실제 소크라테스의 대부분 철학 이론들은 제자들에 의해 기록되었다는데, 그 이유로는 문자가 사람들의 기억을 퇴색시키고 문자에 의존하면서 사고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자로 기록된 생각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기억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나태내고 인간의 생각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나아가 쿠덴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달은 인간 사고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공헌을 하게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독서를 대중적인 활동으로 만든 지난 5세기 동안 선형적・문학적 사고는 예술, 과학 그리고 사회의 중심에 있었다. 예리하고 유연한 이 같은 방식의 사고는 르네상스를 불러온 상상력이었고 계몽주의를 낳은 이성적 사고였으며 산업혁명을 이끈 창조적인 사고였다 모더니즘을 낳은 전복적인 사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곧 구식이 될 것이다.  p.27


그렇다. 인쇄된 책자를 통한 선형적 지식은 이제 컴퓨터에서 이리저리 넘나들면서 정보를 확인하는 하이퍼링크 기반의 사고로 변화되었다. 이게 뭐가 나쁜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가 이야기 하는 우리 뇌의 멀티태스킹 능력과 기억에 대한 뇌과학 이론, 그리고 정보를 넘나들면서 갖게 되는 우리 뇌의 과부하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렇다.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어떤식으로든 변화시킨다는 것에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부터 컴퓨터를 통해 문자를 처리해온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느낄지 무척 궁금하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한 정보활용에 대한 부작용과 비효율성 그리고 뇌 사고에 끼치는 문제점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은 기존 방식의 선형적 사고에 기반을 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고 하는 통계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실제로 나역시 종이책에 익숙하고 잘 읽혀진다) 전자책과 스마트폰 화면에만 익숙한 세대들이 과연 종이책을 더 선호할지는 의문이다.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갈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인쇄된 책을 읽는 행위는 독자들이 저자의 글에서 지식을 얻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 속의 글들이 독자의 사고 영역에서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익하다.  p.101
    => 독서는 단지 저자의 생각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며 수용할지 의문을 품을지를 밀고 댕기고 한다. 독자가 지닌 스키마와 저자가 써놓은 새로운 정보가 충돌을 할 때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의식이 변화하고 삶의 행태가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바로 독서에 있다. 


  • 구글은 정보가 공짜이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정보의 비용이 하락할수록 사람들은 컴퓨터 스크린에 더 많은 시간동안 시선을 고정하게 되고, 그러면 회사의 수익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p.236
    => 구글은 검색서비스 회사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광고수입을 먹고 있는 그 회사가 스마트폰의 OS를 만들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구글 글래스를 만들고, 하늘에 인터넷 통신이 될 수 있는 풍선을 띄우고  그밖의 엄청난 사업들을 하고 있다. 광고에서 다른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뭇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검색을 하는 것은 공짜다. 그러나 검색에 들어간 시간, 검색하느라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빼앗긴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안드로이드가 보다 탁월하게 발전할 수록, 세계어디든 인터넷이 안터지는 곳이 없는 시대가 올 수록, 눈앞에서 계속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기계를 가질 수록 구글은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 컴퓨터보다 책이 지닌 강점
    1. 모래가 묻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해변에 들고 갈 수 있다.
    2. 졸다가 바닥에 떨어뜨릴 걱정도 없이 잠자기 전 침대로 들고 갈 수 있다.
    3. 커피를 쏟을 수도 있고 깔고 앉아도 무방하다.
    4. 테이블 위에 읽던 페이지 그대로 두어도 관계없고 며칠 뒤에 다시 집어 든다 해도 당신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그 상태로 있다.
    5. 콘센트에 꽂아야 하거나 배터리가 나갈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p.151

    => 구글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컴퓨터보다 책' 이라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공감이 간다. 
    지하철에서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다. 책이 들린 손을 찾게 되기라도 하면 왠지 반갑다. 그리고 그 사람이 특별해 보인다. 이곳저곳을 실시간으로 넘나들며 정보를 접하고 퍼가고 하는 것보다 한곳에서 진득하게 선인들의 지혜를 들어보는 선형적인 지식의 습득이 나를 살찌우고 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