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삼디 Life - 도대체 어떤 프린터를 사야할까?]
내가 3D 프린터를 구입하고 취미생활자로서 살고 있어서인지 이전보다 3D 프린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진듯 하다. 최근 카페 게시판에 보면 3D 프린터를 구매하고 싶은 일반인인데 추천을 바란다는 질문글이 많이 올라온다. 주변의 지인 중에도 내가 3D 프린터 구입 후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호기심에 자신도 사고 싶다며 추천을 부탁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가 추천해달라고 할 때 나는 참 난감해 한다. 왜냐하면 나의 경험치가 그 사람과 일치하지 않고, 목적이 동일하지 않은데 내 추천이 과연 적절할지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3D 프린터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오고 사전수전 다 겪어본 그런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나만의 3D 프린터를 구입한지 고작 5개월 접어드는 취미생활자가 무슨 추천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최근에 유독 내가 구입했던 Anet A8 프린터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조립이 다 되어 잘 출력이 되고 있다는 내용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불량이 나고 무언가 망가지고 처음부터 작동 이상이 발생하는 등 고생과 삽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내용을 보다보면 왠지 모를 미안함이 생긴다. 그것이 전적으로 내 잘못은 아니겠지만 블로그나 카페 글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했던 것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쳐서 구입하게 된신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중국산 최저가라는 것을 가지고도 저정도 나오네? 그럼 나도?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건 애초에 나의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A8 을 사서는 안되는 이유 10가지도 넘게 들 수가 있다. 반대로, A8을 사면 좋은 이유도 10가지 이상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저가형 프린터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나는 내가 생각하는 3D 프린터 구매 선택의 방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에 앞서 언급해두고 싶은 것은 이 글은 상업적으로 활용할 3D 프린터 선택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나의 경험치를 벗어나는 영역이라 내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5개월간의 취미생활자로서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고 생각했던 것이기에 취미로 3D 프린터를 구입하고자 하는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방식을 선택하라
구입하려고 처음 3D 프린터에 대한 글을 찾다 보면 이상한 약자들이 많이 나오는 걸 보게 될 것이다. 그 중에 빈번하게 쓰이는 용어가 FDM, SLS, SLA .. 등등의 표현이다. 이런걸 대할 때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별거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3차원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만드느냐는 것을 영어 약자로 표현한 것을 말할 뿐이다. 간단히 아래와 같이 에펠탑을 만드는 과정의 사진으로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FDM 방식은 Fused Deposition 방식이라고 해서 상단에 뾰족하게 생긴 노즐이라는 녀석에서 거미줄 같은 얇은 플라스틱 실이 나온다. 이 실을 하나씩 쌓다보면 에펠탑이 나오는 것이다.
SLA 방식은 가운데 L 이 Lithography 를 뜻하는 말로서 빛과 관련이 있다.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성질의 액체를 이용해서 3D 형태로 만들 모양으로 지속해서 빛을 비춰가며 조금씩 조금씩 에펠탑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간혹 DLP 라고 하는 프린터도 있는데 빛을 이용해 굳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역시 SLA 방식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빛이 레이저, UV, 혹은 LCD 인지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SLS 라는 것도 유명한데, 이것은 분말가루에 레이져를 쏘아 굳히는 방식으로 가격대가 기본 천만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취미생활자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과감히 무시하도록 한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까?
1) 가격
취미생활자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가격이 아닐까 한다.
FDM 방식은 10만원대에서 500만원 넘는 것까지 보았다. 한국에서 많이 사람들에 의해 언급되는 완제품인 Zortrax나 Cubicon 을 보면 200만원대 정도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SLA 방식은 그보다 가격대가 조금 더 나가는 50만원대에서 시작을 하고 1000만원 정도 되는 것도 있다. 원래 SLA/DLP 방식의 프린터는 주얼리 등의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고 기본 가격대가 500만원대 였는데 1년전쯤에 Wanhao 라는 회사에서 내놓은 D7 이라는 DLP 프린터가 50만원대 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나오는 바람에 취미생활자들이 넘볼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2) 출력품질
출력품질은 SLA 방식의 프린터가 압승이라고 하겠다. 물리적으로 노즐이라는 것이 공간상을 왔다갔다 하면서 출력이 되는 FDM 방식에 비해 빛에 의해 형상이 만들어지는 SLA 의 정밀도는 놀랍다. 흔히 해상도resolution 이라는 것으로 표현되는 표면 품질은 xy 방향과 z 방향으로 나뉠 수 있다. 이중 xy 방향으로의 해상도는 눈으로 봤을 때 FDM 방식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지만 층이 쌓이는 Z 방향의 해상도는 0.05mm 정도면 한계가 아닐가 싶다. 일반적으로 출력속도를 감안했을때 현실적으로는 0.1mm 즉 100 마이크론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고 출력이 된다. 우리 동양인의 머리카락 굵기가 대략 70~80 마이크론 정도니깐 대략 짐작이 될 것이다. 그래서 출력물을 가까이에서 보면 층층이 결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FDM 방식 0.1mm 층간높이 직접 출력물)
그래도 일반적은 수준에서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이지만 만약 아주 작고 세밀한 것을 출력하고자 한다면 한계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SLA 방식은 수직방향의 해상도가 25 마이크론 전후로 해서 출력이 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결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SLA 방식 출력물 from 인터넷)
이밖에 유지관리나 출력물 크기, 가정내 사용시 어려움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겠으나 이후 내용에서 다루고 여기선 간략하게 정리해보는 것으로 마치겠다.
FDM 방식을 흔히 고체 타입, SLA 방식은 액체타입, SLS 방식은 가루타입 이라고도 부른다. 사용하는 재료가 어떠한지에 따라 붙인 별명이다. FDM 이 필라멘트라고 하는 가는 실타래가 쓰이는데 반해, SLA 는 레진이라고 하는 액체를 이용한다. 어떤 프린트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뤄야 하는 재료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취미생활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FDM 방식으로 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작했다가 간혹 DLP 방식의 SLA 의 출력물을 보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다가 지름신이 강림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SLA 로 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아주 정밀한 피규어 등을 주로 만든다 싶으면 곧바로 SLA 방식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나는 아직 SLA 를 직접 구입해서 사용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줄이고 앞으로의 이어지는 글은 FDM 방식으로 시작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2. FDM 에도 종류가 있다.
FDM 방식으로 구입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해도 안으로 들어가보면 정말 다양한 프린터들이 존재함을 볼 수 있다. 카페 같은 곳에서 글을 읽다보면 델타방식, 프루사 방식, 얼티방식, 조트랙스 방식, CoreXY 방식.. 정말이지 암호같은 말들이 나열되는데 차포 다떼고 크게 2가지로 나누자면 아래와 같이 델타와 직교로 구분할 수 있다.
1) 델타 vs 직교
아마 한번쯤 보았을 만한 프린터 형태일 것이다. 이렇게 크게 나누는 기준은 별거 없다. Z 축의 움직임과 노즐과 베드 사이의 움직임이 같으면 직교이고, 다르면 델타인 것이다.
직교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움직임을 띄고 있는데 반해 델타는 신비롭다. 세발달린 외계인이나 로봇이 움직이는 것처럼 제각기 세로로 왔다갔다 하는데 노즐은 좌우로 움직인다. 직교형은 어떻게 프린터가 움직이는지 그대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이말은 후에 직접 셋팅을 만지거나 해야할 때 난이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오토가 아닌 수동 베드레벨링을 해야할 경우에 직교형은 Z 높이를 0 으로 고정시켜놓은 상태에서 베드의 네 곳 혹은 세곳의 조절 나사를 돌려서 간격만 맞추면 레벨링은 끝난다. 델타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델타의 오묘한 동작방식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레벨링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물론 조금 공부하고 나면 델타든 직교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전에 진입장벽은 델타가 조금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단 생긴 모습이 뭔가 세련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출력되고 있는 움직임을 보면 그 신비로움에 마음이 빼앗겨 델타로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구입해 방에 두었을 때 면적을 직교형보다는 적게 차지한다. 물론 세로방향의 높이는 직교형보다는 2배 더 차지한다고 봐야하지만 말이다.
사진의 오른쪽 방식은 직교형중에서 Prusa(프루사) 방식이라고 알려진 프린터이다. 직교형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여서 중국의 저가 프린터들 (A8, CR-10, i3 mega 등) 이 모두 프루사의 카피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런 형태를 통칭하여 프루사 타입 이라고 한다. 이 형태는 일단 상자(챔버)가 없다. 그냥 2개의 기둥이 있고 다 드러난 상태에서 출력이 진행된다. 우리 주변에 보는 가전제품중에는 이렇게 안의 내부가 다 들어나 보이는 것들은 없기에 처음에는 만들다만 제품 같은 느낌도 풍긴다. 하지만 안이 다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3D 프린터가 어떻게 동작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대는 형태의 단순성 만큼이나 저렴한 편이다.
반면에 그럴싸한 제품처럼 보이는 상자를 가지고 있는 프린터들이 있다.
2) 챔버 그리고 직교형의 여러가지 방식
앞서 언급했던 Prusa 타입의 경우는 베드가 출력중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를 띄지만, 위와 같은 box 형태는 z 방향으로 레이어를 움직일 때 빼고는 베드가 움직이지 않은 채 출력이 되기 때문에 보다 안정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Prusa 의 경우는 출력물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박스 방식에서는 출력물이 챔버라고 하는 공간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도 차이가 난다. 물론 상자 형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챔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챔버가 있다는 것은 프린터 출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로는 챔버는 출력시 일정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다. 만약 챔버가 없다면 출력물은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출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는 갑작스런 온도 변화(겨울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거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출력 품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두번째로는 챔버는 필라멘트가 녹았다 굳었다 하면서 내뿜는 미세입자들을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플라스틱을 녹일 때 나는 냄새를 그대로 맡는 것은 좋지 않다. 이 때 챔버가 있고, 챔버에 필터까지 장착되어 있다면 뭔가 신뢰가 가고 방에다 설치해두고 마음놓고 출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그런 장점이 있다.
이상과 같은 2가지 이유때문에 prusa 타입의 경우에도 별도의 챔버를 만드는 사용자들이 있는데, 챔버 제작에 추가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밖에 동일한 직교 방식임에도 x, y 축이 움직이는 모양과 x 축 모터가 움직임에 따라 함께 돌아다니는지 아니면 고정된채로 벨트만 돌려주는지에 따라서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에 따라 얼티메이커 방식, 리플리케이터 방식, CoreXY 방식, Zortrax 방식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냥 작동방식의 차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좋을 듯 싶어 이만 줄이도록 한다.
3) 보우덴? 직결?
또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보우덴' 이라는 용어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반대되는 개념이 '직결(direct)' 방식이다.
보우덴이냐 직결이냐 하는 구분은 필라멘트를 밀어내는데 사용되는 모터가 어디에 달려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불려지는 것 뿐이다.
위 사진에서 보면 왼쪽은 직결이고 오른쪽은 보우덴이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인데, 가장 중요한 구분은 빨간색 원에 있는 익스트루더 모터의 위치이다. 왼쪽은 X축의 움직이는 노즐 위에 스텝모터가 달려 있어서 노즐 가까이에서 '직접' 밀어준다. 그래서 직결식이다. 오른쪽은 노즐과는 거리가 30cm 이상 차이가 난다. 멀찍이서 필라멘트를 노즐로 밀어주는 방식이고, 스텝모터가 노즐위에 부착이 안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구분하는 두번째 방법은 필라멘트가 노즐까지 어떻게 오는지 보면 된다. 직결방식은 필라멘트가 노즐까지 그대로 오는데 반해, 보우덴 방식은 파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처럼 테프론 재질로 되어 있는 투명 혹은 불투명의 관을 따라 노즐이 이동한다. 멀리에서 익스트루더가 필라멘트를 밀어주기 위해서는 기차의 철로와 같이 길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2mm 내경을 지닌 테프론 튜브인 것이다. 간혹 직결식도 테프론튜브를 익스트루더 위쪽에 달기도 하기에 절대적이진 않기에 첫번째 빨간 동그라미로 구분할 수 있으면 된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움직이는 동작부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00m 전력질주를 하다가 결승선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그자리에 선다. 라는 건 불가능 하다. 달려오던 속도에 따른 관성이 있어서 어느정도 가다가 설 수밖에 없다.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보다 무거운 사람이 멈추기 더 어렵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방향을 바꿔가며 출력을 하는 프린터에 있어서 가능하면 움직이는 부분의 무게를 줄이면 좋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보우덴' 인 것이다. 일단 노즐위에 모터 무게가 덜어졌기 때문에 가벼워졌고, 가벼워진만큼 속도나 가속도를 더 낼 수 있게 된다. 모든 델타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델타 방식은 보우덴으로 되어 있다. 동작 방식에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보우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직결식에 비해 델타 프린터의 출력속도가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보우덴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밀어주는 익스트루더가 멀리 있기 때문에 노즐에서 빠르게 반응을 해줘야 할 때 핸디캡을 얻는다. 프린터를 하다가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노즐에서 콧물이 흘르듯 녹은 필라가 밀지 않아도 그대로 흘러 내려가 출력물에 거미줄 같은 것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리트랙션 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떨어지는 콧물을 훌쩍이며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그런데 직결은 1mm 만 훌쩍여도 흘러내리지 않는데, 보우덴은 4mm 혹은 6mm 이상을 훌쩍여야 된다. 그만큼 반응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재료중에서 고무처럼 늘어나는 성질의 말랑말랑한 소위 flexible 필라멘트를 쓸 때가 있는데 보우덴은 그 방식 자체때문에 리트랙션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사용한다고 해도 먹질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무엇을 주로 출력할지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 조립식이냐 완성품이냐
3D 프린터를 소유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 방식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자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재료를 구입하고 설계를 해서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조립키트이다. Anet A8 과 같은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조립할 수 있는 모든 재료와 조립 순서가 자세히 안내되어 있고 정보로 공유된다.
세번째는 반조립 키트이다. 최근에 저렴하게 나오는 CR-10 등의 프린터가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본다. 레고 블록 조립하듯이 이미 상당히 조립된 파트를 연결만 해주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조립키트에 비해 설치가 간단하다.
네번째는 완성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첫번째 자작은 이전에 3D 프린터를 한번이라도 조립해보았거나, 그 분야에서 일을 해본 사람, 그리고 기계에 대한 재주가 남다른 사람만이 접근할 영역이라고 보아 이 글에서는 제외시키도록 한다. 또한 좀더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조립이냐 완성품이냐로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보려고 한다. 이것을 구매 - 설치 - 출력 - 유지관리 의 네단계 시점에서 각각 장단점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1) 구매
유통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조립이든 완성품이든 구입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겨진다. 인터넷에서 제품을 보고 클릭 몇번이면 몇일 뒤에 집으로 배달이 오거나 설치기사가 방문을 한다. 구매단계에서 조립과 완성품의 차이가 있다면 단 하나, 가격일 것이다.
조립품은 15 ~ 50만원 사이에서 중국산 저가 프린터를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완성품은 1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가 대체적인 구입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국산제품도 있고 해외의 유명한 브랜드의 프린터도 있다.
구매단계에서 가격 부담을 덜고 싶어하는 사람은 당연 조립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 설치
단지 구매만 했다고 해서 프린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립품은 말그대로 조립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사용을 할 수 있고, 완성품도 조립 하지만 않을 뿐 설치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조립품은 완전조립이냐 반조립이냐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자신이 직접 드라이버와 볼트너트를 들고 작업을 해야한다.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광등도 직접 갈고, 시계 배터리도 교체해주는데 그정도 못할까 싶어 덤벼들었었는데 나의 경우는 8시간이 훌쩍 넘겨 들었다. 1차 초기 조립의 시간만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기계적 감각이 있고 많이 조립해본 사람은 4시간에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일반인은 영상과 조립메뉴얼을 보는데에만 해도 한두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 지점에서 나는 A8 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려는 사람을 말리려고 한다. A8 의 구매가격이 저렴할 뿐이지 그것을 사용하는 비용까지 모두 합해서 저렴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8시간 걸려서 조립을 끝냈다고 출력가능한 상태라는 보장도 없다. 나 역시 출력을 걸고 15분 뒤에 파워서플라이가 나가버려 돌아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원인을 찾는데 수시간을 쓰고, 새로운 파워서플라이를 구입하려고 중고 구매했다가 고장난것 구입해서 반품하는데 시간 쓰고, 인터넷에서 3만5천원짜리 국산 smps 를 구입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쓰지 않았던가. 지금도 A8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긴 하지만 부품의 들쭉날쭉한 품질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의 몸값이 시간당 1만원인 사람이 설치와 초기 불량문제로 15시간을 썼다면 (이것도 양호하게 본것이다. 실제로는 내 경우를 따지면 50시간 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15만원의 비용이 더 든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재미로 생각해서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가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면에서 반조립품은 어느정도 절충안이 될 수 있다. 다른 분들의 구입기를 읽어보면 물건의 박스포장을 뜯고 나서 약 30분정도면 조립해서 출력을 해볼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조립품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기기나 부품 안정성이나 소음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반면에 완성품은 그런 걱정이 없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설치기사 혹은 업체 사장님께서 직접 와서 설치를 해주고, 즉석에서 출력 활용 교육까지 시켜주는게 보통이다. 아마도 완성품의 가격구조에 이미 이런 부분의 비용까지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만약 초기에 불량이 있거나 하면 문제를 인식하는 즉시 책임을 지고 정상 운영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치라는 측면에서는 완성품에 더욱 매력을 가질만하다고 본다.
3) 출력
냉장고는 음식물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고, 선풍기는 바람을 잘 불어주기 위해 있듯이, 3D 프린터의 존재의 목적은 출력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다른 가전제품처럼 설치가 끝났다고 해서 출력이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은 아니다. 3D 프린터 참 희안하다. 그냥 2D 프린터는 박스포장 뜯고 전원연결하고 문서에서 '인쇄' 누르기만 하면 잘 나와주는데 3D 프린터는 gcode 로 변환을 해야 출력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gcode 변환을 위해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출력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조립품은 이런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동일한 브랜드의 조립 제품일지라도 부품별 편차와 조립을 할 때 드라이버를 얼마나의 힘으로 조여줬는지, 어떤 볼트부터 조였는지 등에 따라서도 출력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벨트의 장력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 기준이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나름대로 벨트를 걸어줬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 영상을 보면 벨트가 톱니에서 드르륵 거리면서 헛도는 모습도 보이고, 너무 장력을 세게 줘서 모터 토크에 부하를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모델을 조립하였다고 해서 동일한 슬라이서 조건에서 같은 결과를 내주리라는 보장이 없다. 간혹 슬라이서의 프로파일을 보내줄 수 없겠냐는 분이 있는데, 보내는 드리지만 의미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느정도 봐줄만한 출력물을 얻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시간의 보강과 파트교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상황도 벌어진다. 벨트를 교체하고, 벨트 장력조절 장치를 출력해서 장착해주고, Z 스크류의 커플링을 편심이 없는 것으로 교체해 와블을 잡아보려고 하고, 내 프린터의 적정 가속도 값이 어떨지 몰라 가속도와 jerk 구간을 수도 없이 수정해가면서 네모난 큐브를 50개 이상 출력해본 뒤에야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반조립품인 CR-10 의 사용자도 흔들리는 몸체를 보강하는 파트를 출력해 적용한다거나, 특유의 높은 진동과 소음을 잡기 위해 모터 댐퍼를 따로 구입해 장착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일단 설치와 조립이 마쳤다고 해서 그대로 좋은 출력이 되는 것은 아님을 구입전에 반드시 생각해두어야 한다.
반면에 완성품의 경우에는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검증된 부품과 시험테스트를 거쳐서 출하를 하고 표준화된 절차와 조립 방식으로 동일한 모델별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만약 출력중 문제가 발생하거나 틀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제품 업체는 A/S 를 와야 한다. 기름값 들여서 이동을 하고 시간을 쏟고 하는 등 모두가 비용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A/S 를 가능하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기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연구 투자가 많이 되어있다. 그래서, 그냥 2D 종이 프린터 쓰듯이 전용 슬라이서에 모델링을 던져놓고 그냥 출력을 걸면 큰 문제없이 출력이 된다. 그것이 완성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고 앞서 비용적 차이를 덮고도 남을 만큼 장점이라고 본다.
4) 유지관리 (A/S)
모든 기계제품은 고장이 난다. 그리고 유지관리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유지관리를 할 때 비용이 든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A/S 문제이다. 조립품의 경우는 배송을 받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내가 카드번호 입력하고 결재 버튼을 누른 그 이후부터는 모두 나의 책임으로 굳어진다. 분명히 제품을 열자마자 보게된 하자인데도 인터넷 대행업체가 그것을 알아서 성심성의껏 처리해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근거와 증빙을 하라고 하고, 그것도 본사에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 문제점을 내비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원찮고, 그래서 직접 부품을 사다가 교체하게 된다. 간혹 능력자 분이 보상을 받아내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본다. 모든 유지관리의 몫은 구입자 자신이 져야 한다.
반면 완성품의 경우 대부분 업체에선 1년 무상 A/S 를 추진하고 있다. 그 사이에 벌어진 문제들은 프린터 업체에서 해결을 해주기 때문에 기계적 불량이 발생했을때의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겠다. 만약 무상 기간이 지났다고 해도 연락해서 수리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직접 모든 기계적 결함의 문제를 떠안고 고민해야하는 조립품 사용자와는 다른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지관리에서 A/S 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적 측면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좀 달라진다. 모든 완성품 프린터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프린터의 출력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완성품은 전용 필라멘트, 전용 슬라이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Zortrax 프린터의 경우는 Gcode 를 읽지를 못하고 자체적인 Z-suite 라고 하는 슬라이서를 이용해 생성한 zcode 만을 출력해 낼 수 있다. 다른 슬라이서의 좋아보이는 기능을 써보려고 해도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메이커의 경우는 전용 필라멘트 외에는 프린터 내에 장착이 안되어 비싸더라도 해당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조립형은 1만원대에 있는 저가 필라멘트로 부터 고가의 수많은 업체에서 나온 특수 필라멘트들까지 다양하게 선택해서 쓸 수가 있다. 물론 각 필라멘트에 따른 출력 조건등은 고스란히 사용자의 몫이 되겠지만 말이다.
만약 완성형 프린터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범용 필라멘트를 사용할 수 있는지, 슬라이서를 어떤것을 이용하는지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물론 전용을 쓰게 되면 보장된 출력 품질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 그래서 무엇을 사야하는가?
지금까지 프린터 취미생활 5개월 되는 사람이 생각한 구입시 고려해야할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글을 되돌아 보니 왠지 완성품쪽으로 좀 치우친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무분별하게 중국산 저가 프린터만을 찾고 그로인해 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립품부터 3D 프린터를 접했던 내게 있어 조립품이 갖는 장점도 분명히 있음을 알고 있다. 앞서 조립품의 단점이라고 이야기했던 모든 지점은 다시 생각해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조립품은 설치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모터를 제자리에 위치시키고, 익스트루더의 쿨러를 조여주고, 노즐 쿨링 덕트를 새로 출력해서 보며 차이를 느껴보고.. 압출이 안되어 한참을 삽질하다가 무엇이 압출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는 경험도 하고... 어쨋든 이런 과정들은 확실히 공부가 되었다. 만약 완제품을 사용했더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을 시행착오의 과정속에서 확실히 나를 성장시켰다. 프린터 구입 두달정도 되었을 때에는 일반인 수준에서는 그래도 상당히 많이 아는 축에 속하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내가 쓴 왕초보의 삽질기 라는 글이 카페의 베스트글 20위 안에 모두 들어간 것을 보면 그정도의 자부심은 느껴도 되지 않을까 싶다.
40여일 전에 국내 완성형 델타 프린터 업체로 부터 완성형 프린터를 받아 집에 가져다 두었다. 몇일전 용기를 내어 나사를 풀어보았지만 한달여동안은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했다. 왜냐? 완성형이기 때문이다. 잘못 만졌다가 더 안좋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이다. 조립품을 수도 없이 풀렀다 조였다 하면서 파트들 교체하고 했던 내가 델타를 대하면서 나사 하나도 풀지 못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나의 첫 프린터가 완성형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프린터는 그저 출력을 하는데에만 썼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따로 공부하다가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실제적으로 3D 프린터의 원리와 출력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지식은 얻을 수 없었을런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바로 집에 들여놓은지 한달동안 델타에 손을 못대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바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프린터 추천을 해달라는 사람에게 도리어 이렇게 묻는다.
"프린터를 가지고 무엇을 하시려구요?"
만약 그가 모형 동력비행기를 만든다고 하거나, 자신이 모델링한 피규어를 제작하려고 한다거나 무엇인가 만드는 용도로 쓴다고 하면, A8 과 같은 것은 구입하지 마시라고 이야기한다. 출력도 하기 전에 프린터 설치와 조건셋팅하느라 프린터가 진절머리 나는 대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는 가격이 좀더 나가더라도 안정적인 완성형 프린터를 구입하는게 답이다. 초기 비용이 좀더 들지만 엉뚱한데 시간을 쏟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3D 프린터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고 답하는 사람이라면, A8 만큼 삽질을 통해 배우게 하는 것은 없다고도 말해준다. 직접 조립을 해보았기 때문에 직접 해체도 가능하고 좀 더 열의가 있다면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나만의 3D 프린터를 자작할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다가 지쳐 프린터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저가 프린터가 가지고 있는 함정이다.
그래서 어떤 프린터를 사면 되느냐고?
나는 아직 당신의 답을 듣지 못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다가 스스로 답을 찾았길 기대한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어쩌면 아직 3D 프린터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쪼록 지금까지의 글이 3D 프린터 구입에 조금의 참조가 되었길 기대하며 글을 마치도록 한다.
즐거운 3D 프린팅 생활이 되시길...
<자투리 구입 팁>
- 플렉서블 재료를 출력할 예정이다 : 직결식 프린터를 우선으로 한다.
- 속도를 빨리 출력하려고 한다 : 아크릴 재질로 되어 있는 것은 피한다.
- 아이가 있는 집의 방이나 거실에 두어야 한다 : 필터가 장착된 챔버 타입을 우선 고려하고 (혹은 챔버 별도 제작 고려), 레진이나 ABS 는 멀리하며 가능하면 PLA 재질의 필라멘트를 사용한다.
- 프린터를 올려둘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 : 이 경우 델타 방식이 매력이 있다.
- 기계와는 전혀 친하지 않다 : 초기 구입비용이 조금 높아도 A/S 가 잘되는 국내 완성형 프린터 제품을 고려한다
- 시끄러우면 안된다. : 모터 드라이버로 TMC2100 혹은 TMC2130 등이 적용된 프린터를 고려한다. 혹은 구입후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 한다.
- 열에 강한 재질을 출력해야 한다 : 챔버가 있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 놓도록 한다.
- ... (추가적인 자투리 팁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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