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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삼디강좌

[김성민의 삼디 Life] Temp Tower 를 통해 알게 된 출력온도의 진실

[김성민의 삼디 Life - Temp Tower 를 통해 알게 된 출력온도의 진실]



<프롤로그>


망했다.

멋진 스파이더맨을 기대했건만

잠시 외출을 다녀와 집에 들어가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지저분한 스파게티 덩어리 뭉치

뭔가 출력중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임엔 분명했다.

빨간색 필라를 구입한 김에 어벤져스 히어로 중 스파이더맨을 출력해 보려했더니 이모양이다. 



이 델타 프린터에는 별도로 카메라가 달려있거나 하질 않아

출력 중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나는 결과가 있다면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데드풀에 나오는 도미노가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운이 만들어지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저렇게 똥덩어리가 만들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원인이 뭘까?



<1장 : 용의자>


하단에 남아 있는 출력물을 손으로 만져보니 단단해야만 할 것으로 예상했던 녀석들이 푸석푸석 하다. 압출불량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면 왜?  

내 머리에 스치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필라멘트 교체였다.

최근에 필라멘트를 바꾸고 나서 기존에 사용하던 조건을 그대로 출력 진행을 시켰었다. 혹시 이게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일까?  

스파게티처럼 망친것보다도 남아 있는 출력물의 푸석함을 먼저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교체한 필라멘트의 출력 조건을 제대로 테스트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내가 출력 온도값으로 주었던 것은 200도, 

그런데 필라멘트 보빈에 적혀 있는  온도값은 230도 였다. 



기존에는 아무리 출력 온도 범위가 200 ~ 230도 라고 써 있어도 내가 temperature tower 로 테스트 해본 결과를 바탕으로 190도로 출력을 진행해왔었다. 

몇차례 필라 제조사가 바뀌었지만 나는 190도를 그대로 유지하였던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esun pla+ 를 쓰면서는 하도 기존 pla 보다는 온도조건이 20도 정도 높다고 겁을 주기에 200도로 올려 진행하긴 했다.  그래도 출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걸로 타노스도 뽑고, 의수도 출력하고, 바이스도 만들고 했으니 이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190도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을 하고나니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마음으로 이제라도 뭔가 확실히 테스트 해보고 출력을 진행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번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2장 : 실험구상>


온도 구간 테스트를 하는 김에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확인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차례 언급한적도 있었던 내용인데

"온도보다 '열전달'이 핵심이다"  라는 생각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보았다. 



일전에 작은 에펠탑 출력 성공의 Tip 을 이야기하면서 그려본 그림이다.

보통 필라에 따라서 노즐온도조건을 맞춰야 한다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동일한 온도조건에도 익스트루더 속도 Ve 가 달라지면 필라의 녹는 성질은 크게 바뀌지 않겠는가. 

만약 Ve 가 아주 빠르다고 한다면 히터블럭으로 부터 동일한 시간에 받는 총 열량은 Ve 가 느릴 때에 비해서 더 적을 것임은 자명하다. 

문제는 이게 대세에 지장을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열량에 차이가 있더라도 프린터의 구조와 현재 출력 속도 범위에서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지구에 충격을 주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흔들리거나 궤도를 수정하진 않듯이 말이다. 


그래서 실험은 간단하다. 평소와 같은 Temp. tower 를 만들어 출력을 하되

출력 속도를 변화시켜 보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3장 : Temp. tower>


자신의 필라멘트의 최적 온도조건을 테스트해보고자 하는 분이라면

한번정도 Temp. tower 를 만들어 출력을 해보시기를 권한다. 

(참고영상 : https://youtu.be/Co0Le0pYTzw)


나는 다음과 같은 Temp. tower 를 만들었다.  가장 아래에는 230도 부터 시작해서 10mm 간격으로 5도씩 내려가면서 총 12구간을 만든다. 마지막 구간은 175도 이니깐 충분히 녹지 않아 압출불량이 날지도 모르겠으나 그것 역시 내가 보고싶은 부분이어서 이렇게 좀 과할 정도의 범위를 잡아 진행해보았다. 



실제로 출력을 진행하는 중에 캡쳐한 온도 변화 그래프이다. 


그리고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나는 Temp tower 를 만들어 출력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것이 출력속도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실험이기에 속도 셋팅을 해야하는데

처음에는 완전히 잘못알고 있어서  했던 실험 결과가 모두 쓰레기가 될 뻔했다. 

물론 덕분에 새로운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잘못알았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나는 출력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끊김없는 출력을 가능케 해주는 큐라의 vase 모드인 Spiralize Outer Contour 특수기능을 켜고 진행했다. 

(참고영상 : https://youtu.be/J9Jfc5qnsZ0)


그리고 이때 최외곽만을 출력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시간내에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출력 속도는 printing speed 가 아니라 Outer wall speed 여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와 같다면 나의 생각은 맞았다.  평소라면 말이다. 



이런 실험을 할 때에는 평소에 내가 주로 출력하는 속도에 맞춰서 Tuning 테스트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별 생각없이 출력 속도 80에  최외곽 벽은 40 으로 되어 있는 기본 값으로 테스트를 하였던 것이고, 나는 아무 의심없이 이번 실험은 40mm/s 속도에서의 결과라고 여겼다. 


여기까지 읽고 당연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분이라면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위의 설정값보다 실제로는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출력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알게 된 것은 문득 살펴본 Layer View 의 Feed rate 창을 확인한 후였다.



분명히 Outer wall 는 40mm/s 로 설정해두었는데도 슬라이싱 된 Layer view 상의 속도는 15mm/s 로 나오는 것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  큐라 버그 일까? 

그렇지 않았다. 비밀은 Cooling 설정에 있었다.  아래 사항은 혹시 이런 temp test 를 할 때 꼭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효과적인 Cooling 은 좋은 품질의 출력물을 얻기 위한 기본 사항이다. 어떻게 하면 cooling 을 좋게 할지 슬라이서들 마다 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큐라에서는 Minimum layer time 이라는 기능이 그중 하나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끝이 뾰족한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이다.  빨리 레이어가 적층되는 되면 이전 레이어가 굳기도 전에 올라가면서 형태가 뭉개지게 되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 cooling 이 될 시간을 지정해놓는 기능이다. 


<출처 : simplify3D trouble shoot 자료>


현재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Spiralize Outer contour 를 설정하면서 노즐이 최외곽만 출력하기 때문에 40mm/s 속도로 하면 하나의 layer 가 2초남짓한 시간에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걸 가만놔둘리 없는 cura 는 Cooling 을 위해 내가 입력한 최소 시간 layer time 이상이 될 때까지 출력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낮추더라도 10mm/s 보다 더 낮아지진 않는다는게 위의 셋팅이다.   

그러므로 나는 40mm/s 인줄로만 알았던 테스트가 알고보니 15mm/s 로 진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알고나서 minimum speed 값을 조절하여 15, 20, 40, 60, 80 mm/s 의 속도로  Temp. tower  출력을 진행해보았다. 



<4장 : 실험결과>


돌아돌아 왔으니 바로 결론을 사진으로 보도록 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런게 실험의 묘미이기도 하다. 

내가 애초에 예상하기로는 노즐온도가 낮은 구간에서 다음과 같은 압출불량이 나오는 상황을 기대했었다.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보우덴 방식의 델타 프린터에서 진행을 해보았을 때는 분명히 사진과 같은 푸석푸석한 압출불량 영역이 나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프루사 타입의 직결식 프린터를 써서 이 실험을 진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결과는 예상과는 정 반대다.  온도가 높은 구간에서  압출 불량현상이 발생한 것이었다. 낮은 온도에서가 아니고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결과에서 3가지 사실을 알수 있었다. 


1. 온도가 높은 구간에서 압출 불량이 나타났다. 

2. 속도가 빨라지자 고온에서의 압출불량 구간이 사라졌다.

3. 60mm/s 이상의 속도에서는 모서리 무너짐 현상이 발생했다.


3번은 예상했던대로다.  

3번은 아래층이 제대로 Cooling 이 되기 전에 바로바로 위에 쌓이다보니 스트레스가 큰 모서리 부분에 출력 이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인다. 아니면 속도가 빠르다보니 속도변하는 위치에서 불안정적으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일테다.  주변에 지지해주는 다른 구조도 없는 한겹짜리 적층이니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1,2번의 경우인데 이런 일이 왜 발생했을까.



<5장 : 고온에서 압출불량은 왜? >


온도가 높을 수록 문제가 생겼다. 

상식적으로는 온도가 낮을 때 녹은 필라의 점도가 충분히 유동성이 없어서 잘 안밀려서 압출불량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게 아니었다. 


높은 온도에서 압출 불량이 발생하는 경우는 무엇일까? 

일전에 야풍님께서 압출불량에 대해 정리해놓으신 것을 보면 테프론 튜브의 팽창으로 인한 고혈압과 동맥경화로 비유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OC 카페 '야풍'님의 글 - http://cafe.naver.com/makerfac/52741>


글을 보면 온도가 높아지면 Teflon tube 가 수축하게 되어 통로가 좁아지고 이것이 제대로 필라가 밀리지 않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다. 


다음으로 설득력있는 말은 PLA 가 높은 온도에 노출되게 도면 물성이 바뀌어 카본이 생성된다는 이야기었다.  사실 이건 내가 전혀 모르던 정보여서 확인차 찾아보고 있지만 그와 관련한 자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혹시 카본이 아니라 카본으로 인식된 다른 물질을 그렇게 표현한게 아닌가도 싶은데 필라멘트가 고온에 노출되어 녹으면 시커멓게 탄 형태가 되는 것을 나도 보았었기 때문에 무언가 재와 같은게 노즐 안쪽에 남게 되면 그것이 노즐을 막히게 하여 압출 불량을 야기시킨다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도 Tower 에서 앞서 230도에서 생성되었던 카본이 온도가 낮아지니 다시 사라져서 압출불량이 해결되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하여튼, 나는 그보다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프린터의 익스트루더는 아니지만 e3d 노즐을 사용해서 고온과 저온일때의 필라 녹음의 상태를 '상상'하여 그려보았다.  그냥 상상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두자. 정확한지는 전문가들이 판단해주길 기대한다. 



히팅블럭에서 발생된 열은 노즐에만 머무르면 가장 좋다. 그러나 열이라는게 그냥 있는녀석이 아니기에 가만 놔두면 닿아 있는 고체/액체/기체를 통해서 전파가 된다. 이게 초등학교때 배웠던 열의 전도 라는 것이지 싶다. 그런데 열이 확산이 되어 타고 노즐목으로 계속 올라오면 문제가 생기기에 익스트루더나 노즐목에는 상시 쿨링팬을 설치해 두었다. 아마 대부분의 3D 프린터에는 상시팬이 노즐목 근방에 있을 것이다.  어떻게 저걸 출력할 때만 켜둘수 없겠느냐고 불만을 내게 하는 그 팬 말이다.  


상시팬은 속도조절이 안되고 그냥 일방적으로 부채질을 해주며 식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노즐의 출력 온도가 높아지면 어떨까?  식히는 능력은 똑같은데 아래가 더 뜨거워지면 열은 더 많이 타고 올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것을 상상해서 그린 것이 위의 그림이다.   빨간색의 영역은 필라가 유동적으로 충분히 녹은 범위를 나타내는데, 완전히 액체는 아니더라도 묽은 젤리와 같은 영역이 빨간색과 거의 같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온도가 높을 수록 액화된 영역이 길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고체는 한쪽을 밀면 즉각적으로 반대쪽 끝이 움직인다. 0.01초도 망설임없다. 

그러나 유체(액체나 기체)가 되면 달라진다. 한쪽을 밀면 유동 흐름 압력이 가해지고 나서 반대쪽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위해 힘이 든다. 또한 2.0mm 내경의 테프론 튜브 공간을 1.75mm 의 고체 필라멘트가 여유있게 지나는 것과 동일한 공간을 2.0mm 로 꽉 채운 액체 비스무리한 젤리 상태의 필라를 밀어내는 것과는 다를 것임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젤리 구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마찰력이 커져서 압출불량이 발생한다. 

나는 그것이 고온에서의 압출 불량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6장 : 출력속도와 압출불량 사이의 진실>


만약 그게 맞다면 속도가 높아지면 왜 고온에서의 압출 불량이 사라지는가?

이것은 이번 실험을 최초로 구상했던 예상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온도 자체가 아니라 열전달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 말이다. 

우리는 프린터 출력에서 노즐온도를 일정하게 고정시켜놓은 채 출력을 한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를 보면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즐 온도는 .. 물론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열전달'이다. 

노즐 온도라는 것은 히팅블럭에 심켜진 Thermistor(온도센서) 의 온도이다. 


<출처 : 3D printer chat 사이트>


사실 출력에서 중요한 것은 thermistor 의 온도가 얼마냐 보다 필라멘트의 출력시 온도상태이다.  일반적으로 thermistor 의 온도가 노즐을 통과하는 필라의 온도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같지 않을 것이다. 

여기 영하 200도의 액화질소가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영하200도의 온도이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간 물질은 순식간에 꽁꽁 얼어버린다.  만약 이 액화질소 병에 당신의 손을 집어 넣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론은 아무일도 안생긴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에는 말이다.  당연히 오랫동안 손을 담가놓고 있으면 손을 잘라내버려야 할 정도로 못쓰게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1~2초 사이의 짧은 순간은 괜찮다.  이유로는 액화질소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의 열이 주변 액체질소를 기체로 만들어 손 주변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상태로 계속 두면 열전달이 일어나서 차가운 냉기는 그대로 뼈속까지 파고들게 될 것이다.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아마 눈치채신분도 계실 것이다. 

속도가 빠를 경우에는 열에 의한 영향을 적게 받고, 속도가 느릴 때에는 주변 열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다시 결과를 보도록 하자. 



속도가 낮을 때에는 고온에서의 액화구간이 길어지는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데 속도를 높이게 되면 손에 있는 열기가 액화질소와 반응을 하듯이 상온상태에 놓여있던 필라멘트가 빠르게 히팅블럭과 열교환을 하면서 액화 구간을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빨리 빨리 낮은 온도가 노즐목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려본 나의 상상 시뮬레이션 그림이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의 온도조건으로 출력을 해야 하겠는가?

적정 출력 온도조건은 몇도가 될 것인가?

나는 고정된 적정 출력 온도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력 설정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7장 : 더 깊은 고찰>


만약 여기까지 이야기에 수긍을 한다면 지혜로운 여러분들중에 추가적인 가능성을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단지 출력속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앞선 실험에서는 속도를 바꿔보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노즐을 필라가 빨리 통과하게 하는데에는 출력속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Line Width 를 보다 두껍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layer Height 를 높여주면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마찬가지로 속도는 높아지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동일한 출력에 더 많은 필라멘트를 밀어내야만 line width 도 layer height 도 더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 실험을 해보았다. 



예상과 마찬가지로 속도는 동일했지만 Line width 나 layer height 가 바뀌자 적정 온도구간은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저온도구간의 압출불량과 연결시키면 어떨까?

아쉽게도 이 부분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저온도 구간을 165도 까지 테스트를 하는데도 그물망처럼 나타나는 압출불량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낮은 온도에서는 층간 결합력이 떨어져서 조금만 힘을 주어 구부려도 쉽게 갈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원하는 모습의 불량은 보지 못했지만 표면 불빛 반사시의 광택의 정도를 통해 온도 영향을 파악하는 방식에서는 layer height 가 커지고 출력속도가 높아질 때 온도 구간이 shift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꼭 한번 온도 타워를 출력해보시길 추천한다. 



<8장 : 결론>


압출불량 현상은 그 기본원인만 하더라도 10여개가 넘는다. 따라서 이번 실험이 압출불량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특정 상표의 필라가 어떠한지를 이 실험이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프린터의 방식과 상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경향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향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좋은 출력조건을 셋팅할 때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불량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이런 방식으로도 접근해서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내가 이 실험을 통해서 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지식은 다음과 같다. 


1. 필라에 따른 적정온도란 없다.

2. 출력온도는 프린터마다 환경마다 출력조건마다 다 달라져야만 한다. 

3. 만약 평소 0.2 layer height 로 출력시 문제가 없다가 0.1 mm 로 하려고 하니 압출불량 등의 문제가 생겼다 하면 온도를 낮춰보길 권한다.

4. 외곽은 다 잘 나오는데 infill 만 압출이 잘 안된다거나 혹은 서포트가 잘 안된다거나 하면 각 구조별 속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게 아닌지 확인을 권한다. 다른 것은 모두 80mm/s 속도 조건인데 infill 만 150으로 했다고 하면 infill 구간 속도를 낮춰보길 바란다.

5. 속도를 80mm/s 로 하였더라도 슬라이서별로 자동으로 구간별 속도를 가변적으로 바꾼다. 만약 최저속도가 20mm/s 이고 최고가 80mm/s 라고 한다면 그 속도 구간에서 압출불량등이 발생하지 않는 평균적인 온도조건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6. 만약 온도구간에 민감한 필라를 쓰고 있다고 한다면 가능하면 구간별 출력 속도를 비슷하게 맞출 것을 추천한다. 

7. 겨울철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여름철 되더니 출력이 잘 안된다고 한다면 이것 역시 온도와 열전달 관점에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히팅블럭의 온도는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주변 온도가 달라지게 되면 삽입되는 필라의 온도가 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러면 쿨링이 일어나고 있는 노즐목에서의 열교환 작용이 전혀 달라지게 된다. 하다못해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식혀주는 상시쿨러팬이 역할을 제대로 못할수도 있다.  40도 더위에 선풍기를 돌려봤자 뜨거운 바람만 나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8. 챔버를 만들었더니 출력에 더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면 7번과 같은 이유로 출력 온도 조건 조절을 해보길 권한다. 

9. 새로운 필라를 구입을 하였다고 한다면 처음에는 한번쯤 Temp. Tower 를 출력해서 대략적인 내 프린터에 맞는 온도 조건 구간을 체크해보길 권한다.

10. 지금까지 앞에 언급한 문제들이 전혀 없었다면 기특한 내 프린터를 한번 쓰담쓰담 해주길 바란다.  가격을 떠나 정말 좋은 프린터일테니 말이다. 



<에필로그>


이번 실험을 하면서 왜 완성품 업체들 중에 전용 슬라이서에 전용 필라를 고집하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소모품 판매로 수익을 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없이 시도하고 실험한 결과를 자체 슬라이서를 이용해 전용 필라로 뽑아내는 것이 고객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쨋든, 스파이더맨 한번 뽑아보려다가 망친김에 했던 실험치고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렇게 한번 확실하게 정리를 해보니 하나쯤 더 배운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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