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삼디 Life - 다른 사람의 설정값을 쓰면 안되는 6가지 이유]
좋은 음식재료를 가지고도 레시피가 엉망이면 결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다.
3D 프린터를 큰 맘먹고 구입했더라도 출력을 가능케 해주는 슬라이서 프로그램의 설정이 잘못되어 있을 때에는 좋은 출력물을 얻을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좋은 출력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출력설정조건이 궁금해질만하다.
그래서 카페 게시판을 보면 가끔 슬라이서의 설정조건을 공유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내가 쓰는 조건을 보내줄 수 없겠느냐는 쪽지나 메일을 받기도 하였다.
물론 이렇게 공유된 출력 조건으로 결과물이 보다 좋아졌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똑같은 출력조건을 쓰는데도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왜 같은 조건인데도 다른 결과가 나올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출력조건을 가져다 쓰지 말아야 할 6가지 이유.
반대로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출력 조건 제안을 조심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ip 이나 비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에 대해 말하려고 보니 과연 이게 도움이 되는 포스팅일까 계속 고민을 하며 주저하였다. 그래서 처음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지 두달이 지나서야 정리를 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가 3D 프린팅의 출력조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탐구가 될 수 있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1. 하드웨어가 다르다.
슬라이서의 셋팅값이 필요한 사람은 완성형 프린터의 사용자가 아니다.
대부분 100만원대 미만의 조립형, 혹은 반조립형 제품인 경우가 많다.
내가 사용해본 완성형 프린터인 Zortrax 나 Cubicon 프린터의 경우는 전용 슬라이서를 제공하고 있고 그 슬라이서에서 material 종류만 선택해주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최적화된 셋팅값이 자동으로 적용이 된다. 그런 프린터를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쓰는 설정값을 알고 싶은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출력중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제조사와 판매자에게 문의를 하여 해결하면 되기에 오늘 이 포스팅의 내용과는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조립형 프린터나 자작을 할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프린터들의 기본 설정값이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프린터 유저들 사이에서 정보 공유를 통해 자체 해결하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이런 조립형 프린터는 대부분 오픈소스 저가 프린터를 추구하는 Reprap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출력조건 공유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하지만 다음 몇가지만 보더라도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 프린터 작동방식이 다르다.
100만원 미만의 조립/반조립 FDM 프린터들의 대다수는 프루사타입/델타타입/코어XY타입 에 드는 걸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그것들 중 사용자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100만원 미만의 저가 조립형 프린터를 가져와봤다.
이 타입의 프린터들은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 만큼이나 작동방식이 전혀 다르다. 센터의 위치, 베드가 움직이는지 여부, 엔드스탑의 위치, 모터의 회전과 축의 움직이는 방향등 차이가 많다.
현재 나는 집에 프루사타입과 국내 업체의 델타 타입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 델타 프린터를 가지고 와서 이런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출력을 걸었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출력 속도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프루사타입에서 80mm/s 의 출력속도와 비슷한 결과를 내려면 델타에서는 30mm/s 정도만 설정해도 되었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델타에 80mm/s 를 동일하게 주었더니 제대로 출력이 될리가 없었다. 이는 모터의 회전과 노즐의 이동이 각 타입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프루사 타입은 세상에서 가장 직관적인 프린터라고 생각된다. 모터가 회전한 만큼 풀리 이빨의 개수대로 그만큼을 이동하니 말이다.
그러나 CoreXY 타입만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X, Y 의 이동이 A, B 두개 모터의 회전에 대한 수식으로 이루어지는걸 볼 수 있다. 이 수식에 따르면 A 모터가 1 움직이고, B 가 0 이 움직였을 때, 노즐의 이동은 X 로 1/2, Y로 1/2 이동하는게 된다. 즉 대각선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말인데,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A 모터 1은 노즐 이동 0.707로 귀결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밖의 다른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프루사 타입처럼 1:1의 관계는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타입이 다르다면 절대로 출력조건을 가져다 써서는 안될 것이다.
2) 보우덴 여부에 따라 다르다.
만약 동일한 방식의 프린터를 사용하더라도 익스트루더 방식에 차이가 있으면 그 출력조건 사용을 재고해봐야 한다.
익스트루더 방식은 보우덴이냐 직결이냐로 나뉘어진다. 이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에서 익스트루더 모터가 있는 빨간색 동그라미와 노즐을 나타낸 초록색동그라미의 거리가 길면 보우덴, 짧으면 직결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둘 사이의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자신의 출력스타일과 환경에 따라 유저들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동일한 프루사 타입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셋팅이 보우덴으로 되어 있는 프린터와, 직결식으로 되어 있는 프린터로 나뉘기도 한다.
보우덴이냐 아니냐는 출력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리트랙션값이다. 보우덴은 노즐까지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것을 멀리 떨어진 익스트루더 모터에서 해주는 거라 테프론 튜브내의 공간과 필라멘트의 늘어나는 특성에 의해 직결과는 달리 큰 값의 리트랙션을 요구한다. 직결식이 대략 1~2mm 정도의 리트랙션만으로 가능한데 비해 보우덴은 4 ~ 7mm 까지 긴 리트랙션 값을 주어야만 거미줄로 부터 해방될 수 있다.
또한 익스트루더가 노즐 위에 있느냐(직결식) 밖에 떨어져 있느냐(보우덴)에 따라서 노즐 뭉치(갠트리)의 무게가 달라진다. 노즐의 무게가 달라지면 노즐이 이동을 할 때 받게 되는 가속도에 따른 관성력이 달라져 출력 결과물에 흔들림이라던가 잔상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게 더 유리할까? 당연히 노즐 뭉치의 무게가 가벼운게 보다 이점이 있다. 그래서 이런 점을 아는 사람들은 직결식으로 되어 있는 프린터를 보우덴으로 바꾸기도 한다. 노즐뭉치의 무게가 가벼우면 속도를 더 올리거나 가속도 값을 높여 더 빠른 시간내에 출력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일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과 나의 압출방식에 따라 같은 기종의 프린터라고 하더라도 조건을 공유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된다.
3) 노즐블럭이 다르다.
3D 프린터는 종합 예술이다 라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다.
3D 프린터를 조립하는 과정은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선을 연결하는 등 기계, 기술적 관점이 들어가고,
모터를 제어하고 smps나 모스펫을 연결할 때에는 전기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며
펌웨어를 올리고 내용을 수정하고, 아두이노 컨트로를 할 때면 코딩에 대한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지식도 갖춰야 하고
출력을 위해서는 3D 툴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 감각과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도 있어야하고..
새로운 적용을 위한 창의력, 좋은 출력물을 찾는 검색력, 나와 같이 최적의 조건을 찾고자 덤비는 실험정신 등등 말하자면 끝이 없는 듯 하다.
이 중에서 나는 3D 프린터.. 특히 FDM 프린터를 잘 다루기 위해 열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라를 녹여서 굳히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열역학 과목을 새로 공부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그런건 3D 프린터를 만드는 전문적인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아주 상식적인 차원에서 기초적인 개념만을 가지고 접근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이에 대한 정보는 나의 이전글 '출력온도의 진실'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bookledge.tistory.com/917?category=718609 (출력온도의 진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FDM 프린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열' 이다라는 것이다. '온도' 라는 것은 '열'의 특정 위치에서의 상태를 나타내기에 우리는 자칫 '온도' 값만을 보고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하나가 온도센서의 위치이다.
나는 프린터 조립후 히터블럭을 두차례 교체를 했었다. 모두 MK6,7 규격이라고 하는(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기존에 쓰던것과 동일한 크기에 노즐 나사가 들어가는 것으로 구입을 하였다. 노즐들어가고 노즐히터봉과 온도센서 들어가면 되는거지 하고 교체를 했다. 그런데 조립하려고 보니 뭔가 조금 다르다. 그것이 아래 사진이다.
둘의 차이는 온도센서가 어디에 결합하도록 되어 있느냐의 차이다. 그 외에는 거의 다를게 없다. 이 차이를 간단히 모식도로 다시 표현해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열은 주황색에서 시작해서 연두색이 있는 곳으로 퍼져간다. 그리고 이 열로 인한 온도가 몇도인지를 빨간색 위치의 온도센서가 측정하여 알려준다. 과연 어떤게 더욱 정확할까?
혹자는 B와 같이 되어 있으면 안되고 A위치에 온도센서가 있는게 맞다고 이야기 한다. B는 히터봉에 너무 가까와서 노즐쪽으로 열이 가기도 전에 이미 입력된 온도까지 올랐다고 감지하고 온도를 내려버린다는 설명이었는데, 왠지 그럴듯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면 A의 위치가 맞는 걸까? 하지만 저긴 히터블럭의 온도이지 정확히 노즐의 온도는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얼마전 올라온 글에서 보니 trianglelab 이라는 회사는 노즐에 온도센서를 연결하는 다음과 같은 노즐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런 노즐이 존재하는 걸 보니 온도센서의 위치에 따라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에 조금 힘이 실린다. 그래서 조금 찾아보니 노즐쪽의 열전달을 시뮬레이션 한 연구들이 보인다.
오른쪽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온도센서의 위치에 따라 상당한 온도차이가 날 수 있다고 여겨진다.(히터블럭은 220도 / 노즐끝은 약 200도), 반면 왼편의 결과는 히터블럭 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결과가 맞는 걸까? 글을 조금 읽다보니 사용한 재질에 따라서 다르고, 히터봉에 공급되는 파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한다. 즉 화력이 좋은 불로 고기를 익히면 전체적으로 확 익지만, 화력이 약하면 한쪽은 타는데 한쪽은 덜 익은 삼겹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프린터는 어떤 상태에 해당할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프린터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 히터블럭내의 온도센서의 위치의 어떠함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도조건을 달리하면서 출력을 해본 사람은 경험해 보았겠지만, 온도가 5도 차이에 압출불량이 나고 안나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실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겠다. 고수가 보내준 온도조건대로 했는데.. 나는 압출불량이 발생하는 조건일 수 있으니깐 말이다.
나의 프린터로 돌아와 정리해보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2대의 프린터(델타와 프루사)에 동일한 필라멘트를 가지고 온도타워 테스트를 하면 둘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 이는 기구부의 차이로 부터도 원인이 있겠지만, 동일한 온도를 입력했다고 해서 노즐이 받는 열이 같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4) 그 외의 차이점
그 외에도 Reprap 기반의 프린터라고 하더라도 사용한 재료에 따라 전혀 다르다. 사용한 모터드라이버에 따라서도 다르고, 프린터를 이루고 있는 몸체의 재질에 따라서도 다르며 노즐에 따라서도 다르다. A4988 에서는 120mm/s 에서도 출력이 잘되지만, tmc2100 에서는 80mm/s 정도인데도 탈조가 나기도 한다. 아크릴 body 에서는 60mm/s 속도에도 출력 표면이 안좋았는데 메탈 프로파일로 업하고 나니 100mm/s 에서도 꽤나 괜찮은 결과를 내주기도 한다. 안정적인 압출을 위해 e3d 익스트루더로 교체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기존 익스트루더와는 차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차이가 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나에게 슬라이서 조건을 주는 사람의 프린터 상태와 나의 상태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출력조건을 받고자 할 때는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동일한 기종의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부터는 조건을 받아 써도 되는거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음 두번째 이유 때문에 그것도 쉽지가 않다.
(to be continue)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끊고 갑니다.
총 6부작으로 진행될 글 중 첫번째 이유인데, 이미 프린터 취미생활을 수개월 이상 하신 분들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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