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영화 읽기 - 찰리와 초콜릿 공장]
"돈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날이 갈 수록 더 많이 찍어내고 있지,
하지만 이 티켓은 세상에 5장밖에는 없단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이 티켓을 얻고자 했지,
바보만이 그 흔해빠진 돈하고 바꿀게다. 너 바보냐?"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팀버튼 감독에 대해 듣게 되었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그의 작품을 꽤나 많이 보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빅피쉬' '유령신부' '9:나인' '프랑켄위니' 등.. 평소에 영화를 감독에 따라 살펴보고 하진 않았는데, 왠지 팀 버튼이라는 이 감독 끌리는데가 있다.
이 감독은 어려서 찌질이 못난이 취급을 받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고 그것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직업도 그림에 관련된 것을 갖게 되었단다. 그래서인지 팀버튼 영화에는 독특한 색감이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신의 이야기는 훗날 만들어진 가위손이라는 인물로 표현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에 다른 사람을 상처준다며,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며 왕따를 당하던 가위손이 나중에는 그가 가진 가위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머리도 깎아주고, 정원의 나무들도 아름답게 재단해주곤 하던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에 난다.
어쨋든, 찰리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는 그의 흥행작 중에 하나라고 해서, 그리고 그 작품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라고 해서 가족들과 다 같이 보게 되었다.
일단은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조니 뎁이 연기하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안은 신비스러운 놀이동산이다. 초콜릿 폭포와 강이 흐르고, 캔디 마카롱으로 가득한 동산에 작은 사람이 춤을 추며 일을 하고 있고, 새롭고 찬란한 과자들이 만들어진다.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하고, 원격으로 과자를 전송하는 텔레비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아내와 같이 봐서일까? 이 영화를 단지 볼거리 많은 오락영화가 아닌, 자녀교육에 관한 영화로 보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잠시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기업 정보가 누출되는 계기를 통해 모든 직원들을 내보내고 문이 굳게 닫힌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그곳에서 언젠가부터 초콜릿이 생산되어 나오는데, 마을 사람들은 누가 어떻게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윌리 웡카는 전 세계에 5명의 어린이에게 초콜릿 공장 견학을 하게 해주겠다며, 초콜릿 안에 금색 초대권을 넣어 초콜릿 판매를 시작한다. 그리고 견학의 결과 가장 우수한 한명에게는 특별한 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누가 초대권을 받게 될지 세기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와 같이 아주 고전적인 영화에서 등장하는 착한 캐릭터 한명이 있다. 마을 한구속에 다 쓰러져가는 아주 기묘하게 생긴 오두막집에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네분과 엄마 아빠와 단란히 살고 있는 가난하지만 착한 '찰리'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에도 나오고 있는 '찰리'는 이 영화에서 별로 하는일이 없다. 그저 가난하지만 착할 뿐이다. 초콜릿 공장 견학에 당첨되고 싶은 마음은 찰리가 더 간절할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는 그냥 찰리가 우연히 당첨이 되었고, 초콜릿 공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에 윌리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물려주겠다. 대신에 가족을 남겨두고 와라. 라고 했을 때 그 또래 아이라면 당연히 가족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고 하는게 너무 당연한게 아닌가?
참, 글의 앞에 인용한 문장은 찰리가 우연히 초대권을 얻고 나서 이 초대권을 어려운 가정 경제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한다. 그때 할아버지 한명이 찰리한테 해주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당장의 돈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도 들린다. 내 인생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주요 장면중에 하나였다.
갈등하던 주인공 찰리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오래전 이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다 일을 그만두게 되었던 또 다른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는 결정을 한다.
초콜릿 공장의 주인, 천재적인 초콜릿 개발자로 등장하는 윌리 웡카는 조니뎁이 연기했다. 캐리비안 해적에서 뭔가 취한듯이 걸어다니던 해적왕 역할을 했던 그를 이곳에서 보게 되니 왠지 아는 사람이 TV 에 나왔을 때의 반가움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Parents" 라는 말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것은 영화의 중간 중간에 나왔던 부모로 부터 받았던 상처가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그는 5명의 아이들을 초콜릿 공장으로 부르는데, 왠지 그것이 의도된 것인양 초콜릿 공장 견학 도중에 한명씩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논리적이고 정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그냥 원래 이 감독 작품의 특징이겠거니 하고 보다보니, 감독은 스토리의 완벽한 짜임새 보다는 각각의 장면을 통해서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이 초콜릿 공장에 초대되어 온 5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를 통해 옅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는 먹는 것에 집착하는 뚱보와 그것을 원없이 허용해주는 엄마.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 아빠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아빠를 졸라 얻어내고야 마는 딸.
실제 황금초대장은 아빠 회사의 종업원들을 통해 3일 동안 수십만개를 열어본 결과 찾게 된다.
아빠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 제 귀여운 딸이 불행하면 참을 수 없답니다." 그리고, 모든 물질적인 것들을 통해 딸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세번째는 트로피가 가득한 집안을 배경으로 가라데 소녀가 나와 당첨사실을 인터뷰 한다. 엄마는 딸의 전폭적인 지원자. 그리고 딸이 상을 받는 것에는 뭐든 도전을 해보라고 하는데, 심지어는 껌 오래씹기 대회에도 참여해 상을 타오기도 한다. 이 엄마는 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저러면 내딸이 대회에 어떻게 나가요?" 라며 화를 내는데, 딸의 존재에 대한 걱정, 염려가 아닌.. 대회 참여 걱정을 하는 모습이 한국사회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스펙만들기에 앞장서는 학부모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 친구는 자신의 똑똑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과학선생님을 아빠로 둔 아들인데, 과격한 게임을 하며 폭력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한마디로 이 네명이 친구들과 그 부모가 초콜릿 공장안에서 겪는 이야기.. 그것이 스토리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심에 끌려 사고를 당하게 된다. 먹보는 초콜릿 강물을 마시려다가 강물에 빠져버리고, 때쟁이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다람쥐를 빨리 달라고 때쓰다가 다람쥐에 끌려가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엄친딸은 최고기록을 달성해보겠다며 개발이 덜 된 껌을 계속 씹다가 블루베리 뚱보가 되어버린다. 헛똑똑이는 자신이 더 멋진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TV 전송기에 뛰어들었다가 몸이 작아져버리고 만다. 누가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겉으로는 초콜릿 공장 사장인 윌리 웡카가 무슨 계략을 꾸민것 같이 나오지만, 결국 그 아이들의 부모가 아이들을 그런 집착과 욕심에 내버려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를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가 원하는 바이지만, 실제론 책에 있는 내용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때론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식의 통제도 하게 되고, 고집스럽게 하는 것에 대해 예의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때는 내가 과연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맞나? 하고 고민이 되기도 한다. 양육에 정답이 있을까 싶다. 그저 최악이 되지 않도록 조금씩 고민하면서 노력해가는게 아닐까?
팀버튼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까지 다루려고 했지만 조금 억지스러웠다고 한다면 (물론 어른이 보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네 명의 개성넘치는 캐릭터의 무참히 처발리는(?) 장면을 통해 현재 나의 아이들 양육을 뒤돌아 보게 했다는 측면에서 참 의미있게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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