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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강의 Life] 청강문화산업대학교 - 게임학과 QA 전공

[김성민의 강의 Life - 자소서의 왕도]


  • 일시 : 2015년 5월 19일
  • 장소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인간사랑관 강의실
  • 대상 : 게임학과 QA 전공반
  • 주제 : 자소서 클리닉



자소서를 어떻게 쓸지 모르는 학생에게 한가지만 가르쳐달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례'를 쓰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처음에는 '사례'라고 하면 다 알아듣겠거니 했는데 써온 자소서를 수백장 검토하다보니 느끼게 된 것은 '사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강점을 '성실함' 이라고 주장하려는 학생의 자소서에는 모든 문장마다 '성실함'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리더십이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우려는 학생은 '리더십' '통솔력' '주도적' 이라는 단어가 작렬한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저는 대학교 과제발표때 성실히 준비했습니다." 

"저는 조별발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저는 책임감을 가지고 맡겨진 일을 끝맺었습니다" 


위에 있는 세문장에서 과연 '성실성' '리더십' '책임감' 을 찾아볼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례가 없어서이다. 강의에서 늘 하는 비유가 이거다. 힘쎈 사람은 '나 힘쎄'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쇠파이프 하나 구부려뜨리는 모습을 보이면 끝이다. 성실한 사람이 자기 입으로 '성실하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촌스럽다. 그저 성실히 어떤 일을 해냈던 그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면 끝난다.


"대학2학년 OOOO수업에서 주어진 조별과제 제출 하루전에 자료가 2가지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원들은 집에 간 상황이어서 저는 혼자 도서관에 남아 막차 셔틀을 놓쳐가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 과제를 완성했습니다. 결국 저희조가 모두 A+를 받게 되어 그때의 보람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사례를 적은 것이다. 물론 이 친구의 성실성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지만, 사례를 적어놓으니 성실성도 보이고, 책임감도 있고, 끈기와 집념도 보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듯 하고 읽히는 글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소설가 김연수씨가 적어놓은 좋은 글쓰기의 비법인데, 이 분의 생각에 100% 동감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사랑할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뿐이에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봄에 시간을 내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이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하려 애쓰세요. 강의 끝.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0) **


장점을 쓰고 주장을 쓸 때 첫 한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사례를 쓰십시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