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다윈의 식탁]
사실 저는 ‘진화evolution’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책 속 다윈의 아바타> p.28
창조를 믿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진화론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진화론을 접한게 사실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역사와 우주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하여 쓴 책들을 그동안 몇권 읽어왔던 것 같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그 외에도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책들이 있다. 현대 과학에서 무엇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진화적으로 이런 방식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다' 라고 말해버리는 면죄부를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과연 진화론이라는 것이 그정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절대적 진리가 진화론인가?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일생을 들여 연구해왔던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나름 이야기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책을 손에 들었다.
윌리엄 해밀턴 이라는 진화생물학자의 부고소식을 들은 장대익 교수는 곧바로 장례식이 거행되는 영국으로 떠난다. 윌리엄 해밀턴이 다윈 이후 진화론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 때문인지, 현대의 내노라하는 진화론의 대가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역사는 우연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네이처 편집장을 비롯해 BBC 방송까지 나서서 이렇게 모인 진화론자들의 한판 토론을 펼쳐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다윈의 식탁' 이라는 명칭하에 진화론의 거대한 양대산맥이라고 하는 도킨스파와 굴드파로 나눠 치열한 논쟁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일주일간 진행된 이 방송에서 토론 주제는 '강간이 적응이냐, 부산물이냐' 라는 일반인에게 관심이 갈만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진화론에 있는 적응주의와 반적응주의의 격돌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테레사 수녀의 이타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를 두고 유전자와 집단선택론으로 나누어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뒤로 갈 수록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오면서 다소 어려워지긴 했으나 이것이 BBC 방송으로 방영되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컨셉을 담고 있기에 대중성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깊이있게 진화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 언급되어 수많은 다른 책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뒤에는 언급한 책의 목록을 친절하게 정리해두기까지 하였다.
책을 읽으며 진화론이라는 것도 다윈으로 부터 시작한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생물의 변화에 대한 저마다 다양한 입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위에 장대익 교수가 다윈이 이야기한 '생명의 나무'를 흉내내어 그려본 진화론의 나무이다. 어쩌면 위에 나온 그림 하나가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는건 아닌가 싶었다.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으로 유전자 선택론, 적응주의, 점진론, 무신론 운동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차드 도킨스의 입장과 다수준선택론, 반적응주의 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진화론을 바라보는 굴드 의 입장이 스펙트럼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진화론의 입장을 넓게 그려볼 수 있게 대중을 위해 쓰여진 개론서라고 볼 수 있다. 개론서라고 해서 지루하거나 어렵기만 하지는 않다. 진화론의 양대 입장을 대표하는 거물급이 만나 한판 논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둘 팀이 서로의 약점을 잡고 물고 뜯고 할 때는 더욱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다보니 장대익 교수가 소설가 박완서님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설적 긴장감을 주는 장치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을 가능한 쉽게 전달하려고 하였다고 본다.
이제 나의 짧막한 감상을 쓰고 책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대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회사 동료가 지각을 했을 때 그 사람에 대해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람은 '저 사람 맨날 지각이야.. 또 게으름 부리다가 늦은거겠지' 라고 하고, 그 사람을 좋게 보아왔던 사람이라면 '무슨 어려운 일이 있었던 건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라고 생각을 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지각자의 비유에서는 실제로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알겠지만, 자연과 생명에 대해서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지 못하는 인간으로서는 추론하고 상상하고 가능하고 그럴법한 이론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계속 찾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킨스 팀이 하나의 주장을 하면 굴드 팀이 완전 반대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창조론과 진화론간의 싸움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론은 궂이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며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과학회라는 조직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발견된 사실을 해석하는 방식이 신념을 근거로 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념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진화론적인 입장을 보며 '이것들 모두가 창조론으로 설명이 되는걸!' 하며 생각을 했으니,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기독교인이 말하는 것들을 모두 진화로 설명된다고 말하는 것도 사뭇 이해가 된다. 때론, 유전자 선택론을 주장하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나올 수 있는 부분에는 그것을 해소시켜주는 밈(meme)과 같은 새로운 이론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것의 진실을 찾아 떠나가는 과정에서 기독교인에서 무신론자로 거듭난(?) 장대익 교수님과 같은 분도 계시지만 무신론에서 신앙인으로 개종한 이어령교수님 같은 분도 계신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생각을 지니며 살아가는게 중요한게 아닐까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한번 읽어보면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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