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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공산당 선언 -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김성민의 독서학습 - 공산당 선언]


한 시대에 지배적인 이념은 

항상 지배 계급의 이념일 뿐이었다. p.41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어 읽을 때 왠지 눈치가 보였다. 혹시라도 책 제목을 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이 쓰였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공산당 선언'을 읽는다라는 것은 왠지 거리껴지는 일이었다. 어려서 배운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외침이 정의였고, 북한 공산당은 모두 빨간 도깨비나 돼지형상으로 생겼다고  똘이장군이란 만화를 통해 배웠다. 오랫동안 강하게 학습된 내용은 그 생각의 근원을 파헤칠 여지도 없이 맹목적 확신으로 이끈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경계까지 가봐야 한다는 어떤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태어나면서 부터 살아왔던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이란 특수성 때문에 어쩌면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것들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속에 이 책을 짚어 들었다. 

  170여년전에 쓰여진 이 책은 세계는 크게 2개의 진영으로 나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다 알다시피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는 폐망했고, 그렇기에 실패한 실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패를 지켜봤다고 해서 '공산당 선언'이라는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내용마저 가치없는 것이 되어버릴까?  책을 읽어보면서 느끼게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여전히 공산당 선언에서 그려놓은 세계의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일자리는 없어지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근근히 밥벌어먹을 수가 있다. 이것은 170여년 전의 사회를 그려놓은 책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중에 특히 더욱 심해진 것은 인간을 존재가 아닌 소유, 즉 교환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지배권을 얻은 부르주아지는 봉건적, 가부장제적인 그리고 목가적인 관계들을 모두 파괴했다. (중략)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적나라한 이해관계, 무정한 ‘현금 지불’ 외에 다른 어떤 끈도 남겨두지 않았다. p.18


 책의 머릿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의 시대에는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__ 자본주의라는 유령이"  공산주의 진영이 무너진 지금 자본주의는 거의 유일한 절대적 체제로 인식되게 되었다. 쉽게 말해 돈이 있으면 다 되고,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과정보다는 물질의 획득이라는 결과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유령 말이다. 2년전에 구입해 쓰고 있는 최신형(이었던) 스마트폰이 있지만 올해나온 최신기종을 보면 소위말하는 지름신이 강림한다. 여전히 잘 작동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이를 마르크스는 정확히 현실을 내다보았다. 


국산품으로 충족되었던 과거의 욕구들 대신 새로운 욕구가 들어선다. p.20

그들이 생산한 상품의 저렴한 가격은 모든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야만인들이 외국인에게 품고 있는 견고한 증오를 굴복시키는 강력한 대포이다. 그들은 망하지 않으려면 부르주아지의 생산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모든 국가에게 강요한다. p.21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과연 자본주의 체계가 완벽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그 체제가 현재 살아남은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은 모두 공산당 선언의 수혜자이다. 


만국 프롤레타리아들의 영원한 동맹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어느 때보다 더욱 힘찬 모습으로 살고 있다. (중략) 1889년 파리의 노동자 회의에서 선포되어 법적으로 확립된 정규 노동일의 여덟 시간 근무제인 것이다. p.108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근무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가 모르긴 하지만 더욱 많은 것들에 공산당 선언이 녹아져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역사속에서는 실패했다고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제대로 된 공산당 혁명은 실현된적이 없다고도 한다. 또한 이 책의 내용 중 어떤 예언(?)들은 틀린 것으로 판명된 것이 많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있었기에 예언이 빗나간것은 아닐까?  마치 마트에서 계산줄이 어디가 가장 길것이라는 방송이 나간다면 그 줄은 사람이 비어버리는 것 처럼 말이다. 

  마르크스는 서로 경쟁하는 공장주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사회가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모든 사람의 욕구에 맞는 생산을 해낸다면 이상적 사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여겼다. 알다시피 공산주의 국가의 계획경제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의 욕구에 맞는 생산을 확고한 계획에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AI 기술을 떠올려보니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옷 스타일을 각자 성향에 맞춰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행지 코스도 추천해주고, 음식이나 영화도 개인의 취향에 맞춰 알려준다. 이렇게 선택하고 소비된 것은 또다시 분석이 되고 다음 예측을 가능케 한다. 10대 소녀의 집에 임신용품 카탈로그를 보냈던 Target 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소녀의 아빠는 노발대발 했지만 그 소녀는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아채고 관련한 정보를 보내준 회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도 불리고, 국가별 기본소득제가 중요한 논제로 자리잡고 있는 이때에  노동당 선언은 과거 한때의 잘못된 이론이 아니라, 지금 한번 쯤 읽어보아야 할 고전이자 현재를 바라보는 창문과 같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이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고자 경계에 서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