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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철학개그콘서트 -토머스 캐스카트, 대니얼 클라인

[김성민의 독서학습 - 철학개그콘서트]


  철학하면 머리아픈 거란 선입견이 있는데 그것에다가 개그를 붙여놨다. 그 내용을 떠나서 일단은 쉬울 것 같아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보니 목차가 화려했다. 목차에 언급된 내용만 알더라도 철학의 전반을 훑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장_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형이상학

2장_그게 말이 되는거야? - 논리학

3장_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 인식론

4장_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 - 윤리학

5장_신은 존재하는가? - 종교철학

6장_실존이 본질에 우선하는가? - 실존주의

7장_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야? - 언어철학

8장_사회의 정의는 무엇일까? - 사회철학과 정치철학

9장_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 - 상대성

10장_철학의 철학? - 메타철학


  얼마전 읽었던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10가지 성찰" 과 전체 구성은 비슷한면이 있다. 차이라고 한다면 "철학의 근본문제.."는 각각의 주장과 이론에 대해 서로간의 비판적 입장을 병렬적으로 서술해놓았고, 이 책에서는 여러 철학사적 주장에 대해 유모와 연결해서 설명해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모는 아주 오래전에 어디선가 들어봤을 만한 스탠드 코미디류의 유머라서 신선하진 않은데, 그전에는 재미로 그 유모를 보았다면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그 유모에 담겨 있는 철학적 관점을 찾아내면서 읽으니 새로운 가치가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코끼리는 왜 크고 회색에다 피부가 주글주글하지?”

“작고 하얗고 둥글면 코끼리가 아니라 아스피린일 테니까.”


  무슨 아재개그도 아니고 썰렁한 반응이 나올법한 대화이지만 형이상학 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과연 코끼리를 코끼리라고 할 수 있는 본질적 특성이란 무엇일까? '크다' '회색' '피부가 주글주글하다' 등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본질적 속성이 아닌 우연적 속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여기서 나올 수 있다. 이 생각은 코끼리의 본질에서 멈추지 않고 확장되어 인간의 본질에까지 나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합리성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것에 동의하던 그렇지 않던 일상에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비판도 해보는 과정이 철학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런 가벼운 유모만으로 철학을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생각들이 철학적 사고의 출발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 공유한다. 


낙관주의자는 말한다. “잔에 물이 반이나 차 있네.” 

비관주의자는 말한다. “잔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잖아.”

합리주의자는 말한다. “이 잔은 필요한 크기보다 두 배나 크다.”   p.33


  이 이야기를 읽고 내 뒤통수가 세게 가격당한듯 충격이 컸다.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는 어쩌면 우리는 왜 잔을 인식의 표준으로 생각하고 물의 어떠함을 이야기해 왔던가?  어쩌면 그것의 비교 기준이던 컵/잔 자체가 의문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는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의식인데, 일단 잔 자체가 작아버리면 문제는 존재하지 않고 항상 만족한 상태일 수 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맥주 피쳐에 소주가 반 담겨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용물을 말하기에 앞서서 잔과 그릇에 대한 평가가 먼저되어야 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빠지지 않고 나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태도.. 그것이 철학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가 2명이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특정 철학분야에 대한 관심이나 배경지식이 짧아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중반까지 재미있다가 중후반 넘어가면서 유모조차 맥락이 안맞고 복잡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철학 입문자에게는 "철학의 근본문제..." 과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