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이라 부른다.
왜 그들에게 음식이 없는지를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른다.”
<돔 헬더 카마라> p.341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어라! 내 월급만 그대로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신문기사 타이틀 중 하나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오르고 내리는 것들
우리의 삶은 경제문제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라든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든지 하는 것을 배우고,
배운걸 그대로 써내는 시험에서는 제법 성적도 괜찮게 나왔지만
사회에 나와서 직접 돈을 벌고 투자도 하고 저축도 하면서 느끼는 건
"경제, 정말 복잡하다" 라는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사회를 만들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른듯 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싶었는데
책을 읽어보다보니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입장과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영어 원제목이 "Economics, the User's Guide" 이다.
즉, 전자제품 사면 동봉되어 있는 것과 같이 '사용설명서'라는 말이다.
기기를 제대로 잘 사용하려면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실행시켜봐야 하듯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라 하겠다.
그래서인가, 복잡한 경제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쉽게 전달하려고 한 저자의 눈높이 저술이 돋보인다.
나는 이 책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 3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학의 이론이라하면 케이즈학파와 시카고학파 이렇게 둘만 있는줄 알았는데, 그 밖에도 정말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지식만큼 세상을 본다라고 했던가.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알게 되니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좀더 폭넓은 시선을 갖게 된듯 하였다.
둘째, 경제라하면 '돈'에 대한 것, '소비'에 대한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제가 '삶의 대부분'에 관한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단순히 생산활동과 소비활동, 기업의 가치증대 등의 익숙한 것부터 해서, 환경, 일, 빈곤, 라이프스타일, 정치, 페미니즘, 교육, 급기야 행복에 이르기까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경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셋째, 이 책의 구성중 '실제숫자' 라는 부분이 특별했다. 하나의 이론과 원리를 설명하고 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실제숫자' 라는 파트는 그 이론의 실제가 어떠한지를 들여다 보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못사는 나라는 그들의 국민성이 게을러서이다' 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국가별 노동시간을 숫자로 나타내 보여주는 등의 방식이다.
또한, 여러가지 통계 데이터 수치들이 얼마나 잘못 읽혀질 수 있을지, 그 데이터를 취합한 근거와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실제 숫자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앞으로 자료를 볼 때에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믿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들을 살펴볼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지난번 정치에 대해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통해서 국가에 대한 3가지 서로다른 관점을 비교해가면서 현실국가.. 대한민국이라는 상황을 해석해보고 대안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은 다양한 경제적 관점을 토대로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장하준 교수는 경제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의 중요함을 망치의 비유를 통해 말한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 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운이 좋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못’이 라면 손에 쥔 ‘망치’가 안성맞춤의 도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 p.437
세상은 어렸을 때 읽었던 슈퍼히어로 나오는 만화처럼 선과 악이 분명한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니었다.
알면 알수록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때로는 나의 위치가 어딘지 모호하여 끌려다니게 된 경우도 많았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칭하는 소수의 누군가에게 맡겨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시민들 각자가 자신의 경제관점을 가지고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이다.
시장은 ‘1원 1표’ 원칙으로 움직이는 반면 민주 정치는 ‘1인 1표’ 원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경제를 탈정치화하자는 것은, 결국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더 많이 주자는 반민주적인 주장이다. p.381
세상을 바라보는 보다 좋은 눈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가 아닐까 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라는 뜻이다. p.160
; 행동주의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생각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서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창의성과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에서 종종 등장하는 휴리스틱에 대한 부분도 뇌를 좀더 편하게 굴리도록 도와주는 메카니즘으로 기인한다. 수많은 점심 메뉴를 앞에 두고 고민을 할 때, '아무거나' 라는 메뉴가 인기를 끌었던 것 처럼.. 경제에 있어서도 개인의 선택은 정보의 많음이 아니라 생각 가능성에 있다고 하겠다. - 소득에 관한 통계수치는 생활수준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뻔하지만 아주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금전적 소득에만 의존해서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정치적 자유, 활기찬 공동체 생활, 자아실현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을 원한다. 금전적 소득이 증가한다해서 이런 무형의 요소들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희생당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일을 더 오래, 더 강도 높게 해서 소득이 올라갔다면 공동체 생활이나 자아실현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는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p.218
; 정말 뻔한 이야기이지만 공감되는 내용이다. 예전 한 대선후보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하는 말로 선거운동을 했던게 기억이 난다. GDP가 이만불이니 삼만불이니 하는 말을 해도 개인의 삶의 질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물론 절대적 빈곤상태에 빠진 사람이 삶의 질을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 정부나 노조와 같은 ‘정치적’ 존재의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런 형태의 실업을 정치적 실업political unemployment이라고 부른다. 이의 해결책으로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킨다든지 최저 임금제를 없앤다든지 노동자들을 무단 해고에서 보호하는 규제를 최소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 시장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p.353
; 최근 우리 사회와 정치의 한쪽에서 나오고 있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말이어서 놀라왔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기 원하는가? 이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처지 상황에 따라 전혀 반대의 입장으로 정리가 된다. 서로 전제가 다른 사람들끼리 어떻게 대화와 타협.. 협치를 할 수 있을가?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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