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훔볼트의 대륙]
"학문은 앞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진정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에게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장을 열어 준다” p.80
알렝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이라는 책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알렉산더 훔볼트'. 그 책을 읽을 당시만 해도 여행이라고 하는 현대의 여행상품이 개발되기 이전에 모험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명 정도로 훔볼트를 이해했었다. 그런 그가 '남아메리카의 진정한 발명자' 라니, 부제로 달려 있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그건 결국 내가 무지했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었다. 그가 이루었던 것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을 한번 적어보았다.
현대적 외과수술을 가능케 한 쿠아레를 통한 근육이완제의 발견
유럽에서 당시 알려진 식물이 8000여종일 때, 새로운 식물 3000여종 이상을 발견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한 기나나무 식물종 발견
페루해류의 발견
천연 질소비교인 구아노의 발견
전기뱀장어를 통한 생물 전기의 확인
지진파를 통한 화산활동 예측 가능성에 대한 근거 마련
아즈텍 문명에 대한 기록 및 분석
당시 세계 최고의 산을 평상복 차림으로 정상등반
높이에 따른 식물 분포와 인체변화에 대한 세밀한 기록
고산병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기술
아메리칸 인디오들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분노
미국 토마스 제퍼슨에게 노예제도에 대한 폐지 설득
어떻게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통해 이렇게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었을까 놀라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큰 일을 해낸 사람에 대해 나는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서양 유럽 중심의 역사를 토대로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 했다고 하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대해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알았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위대한 탐험가이고 대륙의 발견자라고 여기는 콜럼버스는 알고보면 돈 벌이를 목적으로 도박을 벌인 무지한 사람이었음을 커서야 알게 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콜럼버스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이렇게 된 것이다. 당시 유럽은 동로마를 멸망시킨 오스만투르크에 의해서 인도와 중국으로 향해 가는 길목이 막혀버려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필요성이 있었다. 당시 세계 최강의 해상국가로 경쟁하던 스페인과 포르투칼 중에 포르투칼은 비슷한 시기에 바스코 다 가마에 의해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 인도에 가는 항로를 개척했고, 콜럼버스는 스페인 여왕의 지원을 받아 서쪽으로 돌아 인도에 가는 항로를 찾아내려고 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는 순전 지구 둘레에 대한 잘못된 과학 지식에 기반하였다고 한다. 즉, 가운데 아메리카 대륙이 있을 줄 모르고, 왼쪽으로 가다보면 계산한 거리에 인도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보다 지구의 둘레를 잘못 알고 있었던 무지의 결과였고, 콜럼버스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찾은 땅을 인도라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이 인도인도 아닌데, '인디언'이라고 불려진 것이겠다.
어쨋든, 콜럼버스는 신항로 개척을 통해 큰 돈을 벌 생각으로 무모한 도전을 했던 것인데 운좋게 새로운 땅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새롭다 라는 것도 유럽 중심의 사고이고, 그 땅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유럽인에 의해 그 당시 존재하던 잉카 문명을 비롯한 많은 문명들이 파괴되어 버리는 계기가 소위 '신대륙 발견'의 어두운 면이 아닐까 싶다.
하여튼 이런 이야기는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콜럼버스와는 전혀 다른 목적에서 새로운 여정 펼쳤던 훔볼트, 그리고 그의 철학을 들여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그는 프로이센의 잘나가던 집안의 아들, 엄친아로 자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좋은 환경에 그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했나 보다.
가족의 소유인 엄청난 영지는 곧 그에게 ‘지루함의 성’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다. p.43
훔볼트는 파리에 건너가 사교계에서 유명인들과의 친분도 쌓으며 광산업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다름아닌 엄청난 유산의 상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전 세계를 모험했다고 하는 제임스 쿡 선장의 이야기에 매료가 되어 있었고, 자신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실행할 돈이 생긴 것이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상속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화했다. 이를 사용하는데 간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49
그러나 그에게 돈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그가 남아메리카의 발견자가 되도록 준비시켜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간 공들여 쌓아 놓은 사교 관계, 정신적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적 부유함 덕에 그는 당대의 내로라하는 동물학자, 식물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와 교류를 할 수 있었다. p.50
그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수년간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가장 최신의 과학기술에 기반한 계측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냥 모으는 것으로 만족한게 아니라 각각 계측기들의 사용법을 철저히 익혔고, 예를 들어 고도계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알프스를 여행하면서 확인해볼 정도였다고 하니 그 준비성 하나만으로도 존경스러웠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삶의 목표를 두고 인생의 여행을 떠나면서 얼마만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그동안 쌓아놓은 명성과 재산 덕을 보며 여생을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었을 훔볼트, 그런 삶을 뒤로하고 고생길이 펼쳐진 여행을 떠난 그는 그저 모험에 대한 낭만만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아주 진지한 태도로 어려움에 직면할 준비를 하였던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 준비 끝에 도달한 남아메리카는 생각보다 더욱 험한 현실이었다. 폭우와 폭염. 온갖 야생 벌레들, 짐승들에 둘러쌓여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신의 기록이 인류에게 좋은 연구자료가 되길 기대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남아메리카 정글에서 발견한 새로운 식물종들을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도 유실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개의 표본을 만들어 서로 다른 배편과 경로를 이용해 여러 명에게 보내는 식으로 철저함을 보였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형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아레라는 원주민들이 사냥할 때 활 끝에 묻혀 동물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마취 독을 직접 먹어본다거나, 전기뱀장어를 잡아 연구하려고 야생말들을 동원해 사투하는 장면, 그리고 그 당시만해도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침보라소 산을 등반하던 장면등은 가히 한 사람의 엄친아 도련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가 침보라소 산을 등반하면서 수십미터 올라갈 때마다 모든 계측기를 꺼내 그곳의 환경과 식물을 연구하며 등반했던 이야기는 놀라움과 감동을 넘어 경외스러움까지 느끼게 한다.
<훔볼트가 등반하고 기록한 침보라소 산의 정보>
오늘날 훔볼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인지 아메리카 여러곳의 지명과 박물관, 심지어 오징어와 해류이름까지 훔볼트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의 사각지대를 본듯하여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약탈자의 이미지가 있는 콜럼버스보다, 과학적 발견에 대한 순수하며 깊은 호기심의 훔볼트를 조명하고 교육을 통해 알아봄으로써 아이들은 더욱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찾다보니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국내에 상영되었던 적이 있었다. 혹시 책을 읽지 못하신 분도 가볍게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의 삶을 접해보길 추천한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다시한번 시간을 내어 봐야겠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의 전기를 읽다보면 영향을 받는다. 그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나도 도전하며 삶을 살아야지 하는 그런 영향 말이다. 이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의미로 느껴진다. 한편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지식획득의 기쁨도 있겠지만, 한명의 인생이 이처럼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면서 나도 남은 생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속 꿈틀거림이 생겨난다. 잊었던 열정을 되살리고 싶은 사람..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열정을 심어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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