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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창의력의 재발견

역발상이 아니라 본질씽킹이다.

[김성민의 창의칼럼 - 역발상이 아니라 본질씽킹이다]


 최근 개봉하여 1000만 관객 흥행을 돌파한 어벤져스 3 : 인피니티 워 에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영화에서 타노스라고 하는 악당이 우주의 절반을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6가지 보석을 찾아나선다.  그 중에 시간을 지배하는 보석을 '닥터 스트레인지' 라고 하는 지구의 마법사가 간직하고 있다. 그 마법사는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데, 정작 결투중에 악당의 인질극 한번에 너무나 허탈할 정도로 쉽게 시간보석을 내어주고 만다. 마법사의 시간 되돌리기 능력을 사용하여 상황을 반전시키면 되지 않았을까?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고수들은 다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보는데 바로 '본질 씽킹' 이 그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절대 빼앗겨서는 안되는 '타임스톤'을 손쉽게 건네 주는 결정을 해버린다. 그러나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어벤져스 4가 나와야 정확히 알게 되겠지만, 닥트스트레인지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먼지로 사라진다. "We are in the end-game now."  이 말이 잘못 번역이 됨으로써 번역가가 수많은 영화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는데, 원래 의미는 '우리는 (승리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거야' 라는 말이 될 것이다. 빼앗기면 악당 타노스의 힘이 더 강력해지는데, 그것을 건네줌으로써 오히려 궁극적인 승리를 바라본 창의적 사고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일으켜 '역발상' 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역발상 사고는 '고정관념을 깨라' 라는 말 만큼이나 창의적 사고를 왜곡하는 잘못된 용어이다. 결론적으로 창의적 사고를 위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역발상' 하라는 말을 흔히 듣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가 없다. 흔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면서 역발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 결과물이 평소에 익숙했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가 반대였다고 그 아이디어를 내놓는 과정이 반대였던 것은 아니다. 이를 말해주는 역발상 사고로 잘못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높이뛰기에서 앞으로가 아닌 등으로 넘는 '배면뛰기'를 처음 시도한 딕 포스베리의 이야기이다. 



 딕 포스베리가 처음 등으로 뛰어넘는 것을 보며 다들 우스꽝스럽다고 여기며 비웃었지만 그가 낸 탁월한 기록을 보며 그 이후 경기에서 차츰 배면뛰기를 따라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제는 배면뛰기가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처음 시도할 때 앞으로 넘는 '문화' 속에서 뒤로 넘는 것은 분명히 '역발상' 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하지만 딕 포스베리는 전혀 역발상을 하지 않았다.  대한육상연맹에서 올려놓은 높이뛰기 공중 폼 변천사의 지식자료에 따르면 배면 뛰기 이외에도 다양한 공중 폼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 가위 뛰기 라는 기술이 있는데, 포스베리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던 다리를 벌려 몸 앞으로 넘는 straddle 방식이 맞질 않아 가위뛰기 방식으로 연습을 하였고 수년에 걸쳐서 자신에게 좀더 편하고 좋은 기록을 내는 방식으로 변천해 갔다고 한다. 가위뛰기에서 몸을 조금 더 기울여 넘다보니 그것이 등으로 넘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딕 포스베리가 어느날 "역발상을 해야겠어, 다들 앞으로 뛰어넘는데 나는 뒤로 뛰어넘어볼까?" 라고 생각했을리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영에서도 손이 아니라 회전을 하여 다리로 벽을 집고 턴을 하는 플립턴도 역발상 사례로 언급이 되고, 우산을 거꾸로 펼칠 수 있게 하는 상품도 종종 이야기 된다. 이것들도 역시 결과를 기준으로 창의적 사고 과정을 추측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 역발상은 없었다. 



 이렇게 단호게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창의적 발상법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창의적 사고를 저해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창의적 결과를 보면서 거꾸로 생각하라라는 것은 별 의미없는 말이다. 아이디어는 그렇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어쨋든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창의적 결과를 생각해내니 좋은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 '거꾸로' 라는 방향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모호해진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라고 했더니 우리는 역발상을 해보자며, 부산으로 가지 말고 신의주로 가자 라는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런데 이건 그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아이디어 미팅에서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다. 왜 모였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망각한채 역발상 아이디어를 내놓다보면 그 회의시간이 아무말 대잔치로 종료되는 것을 직장인이라면 수없이 많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면 역발상이 아니라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어야 하는가. 그것의 답은 '본질씽킹'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스포츠 사례가 나왔으니 최근 사례 하나를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슈퍼맨 라이더라고 불리워지는 Michael Guerra 라는 이탈리아 선수의 멋진 자세 이야기이다. 



 한무리의 자전거 경주 선수들이 언덕을 내려가는 다운힐 구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조금 뒤쳐진 듯한 한 선수가 서서히 페달로 부터 발을 떼더니 몸을 일자로 하고 배를 안장에 올려놓은 완벽한 슈퍼맨 자세가 되어 내려가길 시작한다. 그런데 잠시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앞서가던 십여명의 다른 선수들을 슈퍼맨 자세를 한 이 선수가 추월을 하는 것이다. 단지 폼만 그랬다고 한다면 우습게 보고 넘겼겠지만 이 정도로 결과가 나와주는 것을 볼 때 이 어찌 창의적인 폼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선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것을 역발상으로 아이디어를 내었다면 자전거를 뒤로 가게 하면 어떻겠냐는 황당한 의견이 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발상이 아니다. 이런 창의적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철저히 '본질씽킹'에 충실했다. 미치거나 괴짜거나 엉뚱함의 극치를 보이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는 것이 아니었다. 지극히 차분하며 진지한, 그러면서도 핵심을 꿰뚫어보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질문을 해보겠다. 다운힐 구간에서의 좋은 기록을 위한 본질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답변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선수의 체력과 다리 근력일 수 있고, 자전거의 무게, 성능, 기어비 등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이클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기저항'을 손 꼽을 것이다. 어떻게 최소한의 공기저항으로 가느냐가 체력도 속도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본질은 '공기저항의 최소화' 일 것이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자전거는 충분히 기술적으로 발전해서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면 무엇이 공기저항의 변수를 가져다 줄 것인가?  Michael Guerra 선수는 아마도 수없이 많은 시도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것은 바로 바람의 방향과 일자가 되게 하는 몸의 자세, 즉 슈퍼맨 포즈가 되었다. 자신의 몸이 일자로 되는 것만큼 공기의 저항을 적게 하는게 또 있겠는가?  모든 사람이 페달을 밟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을 때 그는 전에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창의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이는 앞선 사례에서 딕 포스베리도 그랬고, 수영에서 플립턴을 생각해낸 아돌프 키예프도 마찬가지였다.  막연한 역발상이 아니라 '본질씽킹'을 하였기 때문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자신이 시도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왜 인피니티 스톤을 건네주는 결정을 했을까?  반전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역발상을 하자고 결정했기 때문일까?  답은 간단하다. 본질은 스톤을 주냐 안주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승리'에 있기 때문에 14,000,605개의 경우의 수중에서 확실한 승리의 수를 선택한 것 뿐이었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까 어벤져스4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앞으로 역발상을 해보자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자. '역발상이 아니라 본질씽킹을 하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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