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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창의력의 재발견

다르게 생각하기가 아니라 본질씽킹이다.

[김성민의 창의칼럼 - 다르게 생각하기가 아니라 본질씽킹이다 ]


 1943년 12월 2일 저녁, 비밀리에 항구에 정박되어 있던 배위로 독일군 전투기 100여대가 폭격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7,000톤 규모의 화물선 17대가 바다 밑으로 침몰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 '존 하비 호' 라고 하는 배가 침몰과 동시에 큰 폭발을 일으킨다.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그 배에는 단순 화물이 아니라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운반되고 있던 100톤에 달하는 강력한 독가스의 일종인 겨자가스 폭탄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화학전을 대비하여 준비했던 폭탄들인데 이게 아군의 지역에서 폭발해버린 것이다. 이 폭발로 엄청난 양의 겨자가스가 공기중에 퍼져 나갔고 배에 승선해 있던 병사들과 근처에 있던 민간인들이 이 가스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 극비리에 진행된 폭탄운반이었던 탓에 이 가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은 몸에 붙은 물질을 대충 씻어내었다고 한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 가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온몸이 물집으로 뒤덮이고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의 신음으로 아비규환이 되어 버린 곳에 도착한 군의관 알렉산더 대령은 가스에 노출되었던 병사들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이들의 백혈구와 림프구 수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라면 환자들을 관찰한 이 결과를 놓고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역시 치명적인 독가스군. 면역력이 떨어져 죽을 수 밖에 없겠어' 라고 지나쳤다면 이 사건은 참혹했던 전쟁의 한순간 정도로 기록되고 끝났을지 모른다. 그런데 군의관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스가 백혈구와 림프구를 파괴시켰어.. 그러면 암세포 증식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의 순간이 의학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연구와 임상실험을 거쳐 독가스로 사용되던 물질인 니트로겐 머스타드는 호지킨 병이라고 하는 림프종 암의 치료제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즉 인류 최초의 항암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군의관 처럼 남들은 잘 해내지 못하는 생각. 이를 통해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 그것을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창의적 생각의 가장 핵심인 양 이야기 되어지고 있다. 사실 'Think different' 는 1997년 스티브잡스가 자신이 쫓겨났던 회사 '애플'에 다시 복귀하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펼친 광고의 카피 문구였다. 그리고 그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흥을 가져다 주는 성공적인 시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이 얼마나 창의성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말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당시의 광고 내용을 잠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여기 미친 자들이 있습니다. 부적응자, 혁명가, 문제아 모두 사회에 부적격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물을 다르게 봅니다.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고 현상 유지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찬양할 수도 있고, 그들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들을 찬미할 수도, 비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뭔가를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진보시켰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말하지만, 저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봅니다. 미쳐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상의 배경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밥딜런, 토마스 에디슨, 간디, 존 레논, 피카소 등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적 인물들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Think different 는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무엇인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견줄정도로 애플은 그렇게 세상을 바꿔나간다라는 강력한 메타포를 내재하고 있는 탁월한 광고였다. 


 그 후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망해가고 있던 컴퓨터 만드는 회사에서 강력한 서비스 업체로 변모 시켰다. 그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서 눈을 감기까지 손에 들고 있게 되는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 기기와 생태계를 창조하기까지 하였다. 그러기에 스티브 잡스를 창의성의 화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와 말을 보고 흉내내기 마냥 Think Different 하라고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말이다. 그래서는 결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넓은 들판 한가운데 서 있다. 누군가가 말해준다. "이곳에 보물이 있다." 당신은 그 보물을 찾으려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보물은 당신이 처한 인생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해줄 탁월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걸어간다. 그때 다른 곳에서 한번 보물을 찾아봤던 경험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한 사람이 나타나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다른 곳으로 가라" 이게 끝이었다. 이제 당신은 지금 가고 있던 길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과연 당신은 지금 가던 길에서 몇도를 틀어서 움직여야 보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인가? 


 창의적 아이디어도 직장이나 학교 혹은 삶의 터전에서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다르게 생각하라' 라고 하는 말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을 열어줄지는 모르지만 다르게 생각하라 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라는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아이디어를 내놓고 보니깐 '아하 이게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었구나' 라고 결과를 놓고 해석할 뿐이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오히려 비생산적인 결과와 창의성이 쓸데 없다라고 하는 인식까지 만들게 된다. 한번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규정된 질서까지 파괴하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엉뚱한 생각을 해내고는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라며 스스로를 창의적이라며 착각하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이제 다시금 여러분이 1943년 폭격의 현장에 가 있는 군의관이라고 생각해보자. 가스에 노출된 환자들의 백혈구와 림프구가 현격히 줄어든것을 관찰하고 '다르게 생각'을 하였다.  과연 그 생각을 통해 항암제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막막하다. 다르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이다.  Think different 의 광고에 나온 역사적 위인들은 결과를 내었고 이름을 남겼기에 알 수가 있는 것이었다. 평범하지 않고 비범한 인생을 살았고 생각을 가졌음을 알기 때문에 '해석'의 영역에서 바라보며 '다르게 생각했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당장 기획서에 넣을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방법론이 아니다. 


 보물을 찾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그게 아니라 다른 거야' 라는 막연함이 아니라. '보물 지도' 다.  아주 상세한 지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하는지를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지도' 혹은 '약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방향으로 가다가 삽질을 하던 포크레인을 부르던 아니면 알바를 고용하던 할터이니 말이다.  그 보물지도에 해당하는 대략적인 방향제시를  '본질씽킹 (Essense Thinking) 이라고 한다. 


 백혈구와 림프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통해 군의관은 어떠한 본질을 파악하였던 것일까? 본질씽킹을 통해서 가상으로 재현해 보면 이러지 않았을까. "지금 환자들이 노출된 가스가 백혈구와 림프구라는 세포를 파괴했다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질은 무엇일까? 가스가 세포를 파괴했다는 사실, 그것이 본질이 아닐까?  가스가 급속히 분열하는 백혈구를 감소시키고 파괴하였다. 그럼...  헉, 혹시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에는 어떨까? 암세포 증식 역시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살펴봐야겠는걸"   물론 역사의 기록은 이렇게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의학을 공부했고 암치료에 관심이 많으며 본질씽킹을 연습한 사람이라면, 독가스의 본질적 작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위와 같은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저 생각의 과정 어디에도 Think different 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면서 도전과 열정 그리고 창의성이 중요하다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러나 기존에 누군가에 의해서 잘못 형성된 창의성 개념을 가지고  창의성은 위대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라거나, 막연히 다르게 생각하라거나, 혹은 역발상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 오해되고 있는 현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지 말고 '본질 씽킹'을 하자.  이를 통해 여러분 인생의 보물에 성큼 다가서게 되길 바란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