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803회 마음치료 미술관 : 어떻게 마음으로 바라볼 것인가 | 이철환 작가]
제약은 멈춰있는 창의력을 끌고 가는 견인차이다. 제약이 없이 모든 것이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애써 바꿀 이유가 없고 작년 이맘때쯤 진행했던 기획안을 꺼내어 조금만 손댄다음 제출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때가 많다. 평상시처럼해도 본전인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취할 이유와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사항이 발생하면 그때는 기어를 변속하고 새롭게 힘을 낼 수 밖에 없다.
연탄길을 쓴 이철환 작가는 오늘 강연에서 마음으로 바라봄에 대해 강조하면서 이야기 하나를 꺼낸다. 초등학교 시절 불조심 포스터 경진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작가는 평소에는 그림을 그릴 때 옆의 친구들에게 크레파스를 빌려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도 크레파스를 빌려주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슨 운동장에 들어온 소방차를 그리기 위해서는 빨간색으로 그려야했는데, 친구들도 다 빨간색을 써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운동장 한켠에 우두커니 있다가 다른친구들이 다 그리고 나서야 빌릴 수 있던 크레파스로 시간에 쫓겨 대충 그려 냈던것이다. 그런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친구한명은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자신도 빨간색 크레파스를 써야해서 못빌려준다고 하자 "그럼 저 검정색 크레파스 빌려줘" 라고 하며 검정색을 빌려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방차를 온통 검정색으로 칠하더니 그 포스터 위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소방차도 불에 탄다"
창의적 기지가 발휘된 멋진 포스터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만일 그 친구가 넉넉한 형편에 색색 크레파스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이같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포스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가능성은 없지 않겠지만 쉽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약이 있다고 해서 창의력이 자동으로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약이 있을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떠올리는 시도가 창의적 결과를 내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약 상황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시도를 해보게끔 만드는 창의력의 점화장치가 된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은 소방차를 빨간색으로 그려야만 한다는 편견에 갖혀 있을때, 친구는 왜 소방차는 빨간색으로만 그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이다. 제약의 상황에 그것을 극복하는 시도와 질문을 통해 이전에 절대 볼 수 없었던 강렬한 메시지의 작품이 탄생했던 것이다.
나는 세바시의 연사들 중에 제약을 겪지 않고 위대한 결과를 냈다고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시련과 제약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함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유니크함을 찾게 하는 마중물일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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