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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010] 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나오는 창의력

[세바시 802회 내 팔자를 바꾸는 방법 |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공학도의 함정이라는게 있다.  그 누구보다도 물질의 움직임과 역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수학적 엄밀함에 비추어 새로운 기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클 수록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내가 기계과 전공수업중 기계진동학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은 제품을 만들 때 없애고자 하는 요소이다. 전공 대학원 선배중 한명이 소음/진동학을 기반으로 하여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를 줄이는 연구를 하였고 결국 성공하였다고 한다. 오토바이의 시끄러운 소리가 줄다 못해 거의 나지 않게 만들었던것이다. 그래서 이 발명은 엄청난 대박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기분에 들떠 있었는데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다. 그 연구결과를 적용한 오토바이는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학적으로는 탁월했지만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던것이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오토바이는 두박자 세박자의 연이은 저음 사운드의 진동이 그 트레이드 마크라고 하지 않던가. 오토바이에서 진동과 소리를 빼면 바이크를 하는 맛이 사라지는 것을 몰랐던 공학도의 잘못된 천재성의 결과였던것이다.  이 이야기는 수업시 교수님을 통해 들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교수님이 지어낸 이야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수업의 교수님은 공학도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사용자를 생각하는 공학을 하라는 교훈을 주고자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까 싶다.  

  비슷한 사례로 딘 케이먼 이라는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그웨이가 있다. 한때는 미래의 교통수단이 될것이라고 홍보도 되고 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오리지널스' 를 쓴 창의력 전문가 애덤그랜트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는(세그웨이개발자인 카멘)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장 견인market pull 전략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만든 신기술을 시장에 공급하는 기술주도 technology push 전략을 밀어붙이는 실수를 했다. p.106 "

 

  창의력에 대해 연구하면서 알게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창의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생각을 할 때 그때 비로서 창의적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을 보았다.  이번 세바시 강연에서 연사인 강신장 대표는 15분 동안 그것을 핵심메시지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Super Astra 는 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로 내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보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는 해외의 카사노바의 사례를 들고 있다.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철저히 그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을 읽으려고 연구한다는 카사노바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전까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카사노바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두번째로 언급한 국내 사례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수도권 지하철 중에서 환승구간의 높낮이가 가장 간격이 먼 곳이 당산역이라고 한다. 지상 2호선과 지하 9호선이 만나는 이곳에 길이가 무려 48m 나 되는 서울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2호선에서 내린 승객이 아래에 들어오는 9호선의 열차소리를 듣고 무리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뛰어내려가다 다치는 사고가 있곤 했나보다. 그래서 당산역 지하철 담당자들이 안내문구를 다음과 같이 써서 붙였다고 한다.

 

"위험! 뛰지 마시오"

 

이게 일반적인 문제해결의 접근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안내 문구를 부착했다고 해서 이제 막 도착한 열차에 타고자 하는 승객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자, 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창의력 고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뛰지 말라는 경고판대신에 다음과 같은 문구 하나를 에스컬레이터 옆에 부착했고, 그 뒤로 안전사고는 급격히 줄게 되었다고 한다.  

 

 만일 내가 당산역에서 환승을 하려다 저 문구를 보았다면  나역시 무리하게 뛰려고 하는걸 멈추게 되었을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꾼 저 문구는 단지 '위험, 뛰지마세요' 라는 1차원적인 문구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창의적이게 된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었기 때문이다.  당산역의 안전담당자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무리하게 뛰는가?"  단지 뛰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해서 뛰려고 하는 동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답을 얻지 않았을까? 

 

1. 아래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가 에스컬레이터 위까지 '들린다.'

2. 그 소리를 듣고 지금부터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내려가면 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소음공학을 한과목이라도 들었던 나였다면 이중에서 첫번째 요인을 해결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즉, 아래쪽 열차소리가 위로 들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무리해서 달리려고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향적으로 소리가 위로 퍼져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설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산역 담당자는 그보다는 2번의 요인을 해결코자 하였다.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는 문구하나를 부착했던것이다.  훨씬 더 싸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더욱 창의적이라 본다. 

 

창의력은 나혼자만의 독무대가 아니다.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제품과 서비스, 정책 등에 대해 판단하고 참여하는 관객이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반드시 사람들의 깊은 마음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는 세상의 어떤 아이디어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결국 사람을 위해 있기 때문이다. Super Astra.  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깊고도 높고도 넓은 마음이 창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하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