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699회 나음보다 다름 | 조수용 제이오에이치 대표]
평소에 창의성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 그 와중에 알게 되는 사실은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그 핵심에 다가가면 누구든 창의적인 생각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크리에이터인
조수용 대표가 세바시에 출현하여 말한 내용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과거 NHN에서 마케팅과 디자인팀을 맡았었고 두어달전에 카카오의 디자인총괄부사장으로 들어간 그의 이력만 보더라도 국내 IT 업계의 디자인에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무척 소박하였다. 강연 중에 자신이 만든 밥집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대단스러울 것도 없는 평범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꾸며놓은 가게에 소박한 현미밥을 메뉴로 내놓은 것이 다였다는 그는 크리에이티브 하다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크리에이티브는 절대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간 수년동안 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본질게임을 통해서 본질에 접근하는 첫번째로 '이것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향해야할 대상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강조했었다. 언뜻 보면 본질에 대한 나의 주장과 반대되는 말과 같이 들릴 수 있으나 그의 이야기를 깊이 따져보면 절대적으로 동일한 말임을 알 수가 있었다.
우리는 진정 그 제품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사회 통념이 만들어놓은 형식화된 기준들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 좀더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조수용대표가 언급한바와 같이 카페를 만든다면, '좋은 입지' '유행하는 컨셉' '많은 유동인구'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메뉴' 등등이 통념적인 생각이다. 사람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실제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서 필요로할 것이라고 인식되어지는 혹은 공급자 중심으로 이야기 되어지는 몇가지 형식을 따라 생각해보았을 뿐이다. 이것은 본질을 찾아가는 태도가 아니다.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직접 사람들의 필요를 깊이 따라가봐야 한다. 조수용 대표는 이야기 한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나'란 누구보다 가장 먼저 고객이 될 수 있는 '제1고객'으로서 '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깊이 깊이 파고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본 결과 건강에도 좋은 따뜻한 현미밥 한 그릇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 왜 없지?' 라는 말을 더 한다. 즉 사회 통념에서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을 '현미밥집' 이란 생각을 '제1고객' 인 나를 깊이 본질로 파고들면서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조수용 대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고 나서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이라는 사실을 확장해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말은 누군가 나와서 '이건 내가 좋아해서 만든거니깐 크리에이티브 한거야' 라고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음을 뜻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조수용대표의 말을 잘못이해해서 지구상의 72억인구가 다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조수용대표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작업은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인 욕구의 본질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제시한 것이다. 조금 다르게 말해서 그는 소비자이자 고객인 자신을 깊이 살펴보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원하고 좋아할 법한 아이템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본질을 찾는 것이다. 남들이 해놓은 생각의 통념으로 부터 벗어나 이 제품과 서비스 혹은 정책이 실행될 때 혜택을 받을 사람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을 위해 깊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면 남들보다 조금 나은 것이 아닌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 생각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본질게임으로서의 창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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