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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006] 프로파일러가 말하는 범죄수사

[세바시 550회 나와 “상관 있는” 범죄 이야기 | 강은경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감]

 

 범죄 수사는 문제해결이다. 

 

  나는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있을때 반도체 공정의 다양한 불량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일을 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불량을 일으킨 주범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내 일중의 하나였다. 4M 기법을 이용하여 장비(Machine)에 이상이 있는지, 재료(Material) 자체의 변화가 있는지, 절차(Method)상의 변화가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사람(Man)의 실수인지를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한번은 느낌같은 느낌으로 왠지 이 불량의 원인이 내가 아는 A 가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를 조치하고 해봤더니 불량이 나오지 않았고, 나는 이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여 다량의 반도체  웨이퍼에 대한 공정을 진행해버렸다. 결과는 약 2주뒤에 알게 되었는데, 내가 진행했던 해당 웨이퍼들이 모두 불량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불량의 원인은 이미 내가 조치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문제의 현상이었다. 그 당시 조치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고 그저 느낌일 뿐이었다. 다른 숨은 변수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가운데 우연히 A를 조치했을 때 해결된 것처럼 보였던 것 뿐이었던 것이다. 후에 알고보니 원인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 이 일을 통해서 개발 일정은 한참이나 지연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은 비용대로 낭비했고,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고개들기도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명확하다. 단지 느낌에 의해서 제대로된 검증을 안하고 접근하였던 것이 원인이었다.  세바시 강연을 듣는 중에 강은경 프로파일러가 나와 범죄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문득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의 나의 실수가 떠올랐다. 그리고 범죄수사도 역시 본질적으로는 문제해결 혹은 창의적 사고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범죄 현장을 바라볼 때는 우리의 시선이 아니라 범죄자의 심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창의적 사고에 늘 등장하는 틀을 깨고, 편견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말을 한다.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는 과학적 수사에 창의적 사고의 방법론과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왜 그럴까? 우리는 흔히 창의성 하면 엉뚱하고 기괴한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지극히 이성적인 과정일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사물을 평소에 익숙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비 이성적인 판단일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선풍기는 날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렇다. 지금은 영국의 다이슨 회사가 만든 날개없는 선풍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갖지 않지만 선풍기가 만들어지고 나서 127년간 선풍기는 날개가 있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었다. 곰곰히 따져보면 선풍기는 그 본질인 '바람'을 일으키기만 하면 그 방식은 어떠해도 되는데 말이다. 

 

  범죄 수사든 창의적 문제해결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무엇일지 찾아내는 자기 성찰적인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생각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생각이 나라의 범죄자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