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634회 그림그리기를 포기한 당신에게 | 크리스틴 뉴튼 미술교육자, 아티스트]
몇 달전 그림그리기 30일 프로젝트를 한적이 있다. 날마다 주변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그려보는 것이 미션의 내용이었다.
그림 하고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던 내가 이런 도전을 하게 될 수 있었던 계기는 크리스틴 뉴튼이라는 미술교육자의 강연이 있어서였다. 그녀는 세바시 강연에서 우리가 얼마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지, 그러나 어려서 들은 못그린다는 말에 상처를 받았었는지를 상기시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림그리기는 사고의 한 유형입니다"
여기에 그리기의 본질이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손을 그린다고 한다면 5가닥의 기둥을 그리는 것으로 손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손에 대해 통용되는 '기호'를 표시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한번도 손을 제대로 관찰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본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보았다고 믿는 것을 그리기 때문에 그림이 피상적이 되고 실제와는 전혀 닮지 않아보였던 것이다. (물론 서양미술사를 읽으면서 실제와 동일하게 그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크리스틴은 이런 그리기 과정 후 테니스나 골프와 같은 운동의 성적도 좋아졌다는 말을 한다. 이는 '눈-손 협응능력' 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30일간의 그림그리기 프로젝트를 혼자 해본 결과 확실히 사물을 바라보는 관찰의 능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고작 한달만 했을 뿐인데도 그런데 예술가들은 세상을 어떻게 볼지도 궁금해졌다.
그림을 잘그리기 원하는 우리에게 그녀는 2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익숙함에서의 결별이다. 우리가 손을 그린다고 하면 손 자체를 대상화해서 그리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손'이라고 하는 통용되는 기호에 강하게 사로잡혀서 실제로 내가 보고 있는 손을 그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 손이 아닌 부분, 즉 배경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크리스틴의 제안을 따라 배경을 보면서 배경을 그리려고 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손' 이라는 관념에 매이지 않고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려는 힘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익숙함의 결별' 이라고 이름 붙였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나 미술을 잘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통용되는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제대로 관찰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째로 끊임없는 비교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밝기와 형태를 계속해서 비교하는 가운데 실제와 닮아가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그림을 그리다가 실수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흔히 실수는 치명적이고 실수는 곧 실패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실수는 매우 유용하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실수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됩니다."
이건 내가 수학공부를 할 때 방법이자,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칠때 강조했던 내용과 동일한 생각이라는게 흥미로왔다. 수학 문제를 풀 때 풀다가 틀리면 자꾸만 지우개로 지우면서 푸는 아이가 있다. 깨끗하게 풀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학습에 있어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단 내가 제대로 풀지 못한 방식을 인식해야 한다. 실수를 인식해야만 옳은 방법으로 푸는 것에 대한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나중에 그와 같은 문제를 만날 때 기억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옳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수학이나 그림 그리기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도 실수 없는 삶이란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좋을 수 있겠지만, 실수하는 나의 현재의 모습을 자각함으로 인해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을 위한 노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오늘 하는 나의 행동이 실수인지도 모른채 살아간다면 그것만큼 성장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싶다.
결론을 내려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고의 과정이고 이것은 창의성이나 수학공부나 혹은 인생과도 닮아있는 우리의 성숙이 과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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