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형 천재가 되는 법 | 이종필 교수 | 세바시 941회]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 선생님은 음악가 헨델에 대해 조사해서 적어오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 당시 우리집은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다른 집에 하나정도는 있는 학생대백과사전이 없어서 숙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던 - 음악과 관련 있으니 잘 알것으로 생각하고 - 외숙모에게 전화를 해 물어보고 외숙모가 무엇인가 보면서 읽어주던것을 전화기 음성을 통해 열심히 받아적어 숙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 학생대백과사전이 있는지 유무가 숙제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름이 되었고, 그런 지식이 머리에 있느냐 없느냐가 각종 시험과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손안에 든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10초도 안되어 그런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 강연의 연사인 이종필 교수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놀다가 영화속 장면의 대사 하나가지고 자신의 말이 맞는지를 동네 비디오방에 까지 가서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검색 한번이면 몇초도 안되어 해결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 학생대백과사전이 머리에 들어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은 검색을 통해 대부분 대체된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있던 학과가 없어지고 새로운 전공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그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는 뜻일 것이다. 과거에 한분야의 지식을 공부해놓으면 그걸로 평생을 먹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가지는 것보다는 여러분야의 지식을 조합하여 나에게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스토리와 정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게 바로 창의력 일 것이다.
이종필 교수는 이를 위해 지식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지식의 플랫폼으로 제안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리고 과학이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했던 2가지 이유를 이야기한다. 필자는 이 두가지가 비단 과학 뿐만 아니라 창의적 사고와 성과를 위해 기반이 되는 방법론이라 생각되어 여기 공유하도록 하겠다.
첫째는 1600년대 창립된 영국 왕립학회의 모토였다고 하는 Nullius in Verba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 이다.
이 말은 기존에 확립된 지식에 머무르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예전에 한 교육에서 강사가 성냥개비 8개를 주며 정사각형 3개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나는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있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당당하게 답을 만들어 보였다.
다른 누구보다 빨리 만들었기에 나는 어깨가 으쓱하며 다소 거만한 마음에 들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잠시후 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한가지 성공을 하면 그것에 만족하고 더 나은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현재의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성냥개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가 했던 방법 말고도 다섯개 정도를 더 만들어 내었다.
순간 얼굴이 뜨거워 어딘가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어떤면에서는 내가 만든게 심미적으로 보다 깔끔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결과는 어디선가 보았던 것을 무 비판적으로 꺼내놨을 뿐이었다. 이건 교육에 있어서 단순한 퀴즈였지만, 실제 업무를 할 때도 같은 메커니즘이 돌아간다면 나는 매번 과거 학습된 내용을 답습하고 그것에 만족하기 쉬울 것이다.
짐콜린스가 썼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Good to Great 에는 최고(Great)의 결과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 흔히들 나쁜 것들이라고 답변하겠지만, 짐 콜린스는 적당히 좋은 것(Good) 이 Great 이 되지 못하게 하는 적이라고 한다.
과학의 발전도 그렇고, 창의적 성과를 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이 완벽한 것이라 믿지 않고 의문을 가지고 더 나은 결과를 내려고 하는 시도에서 위대한 발견과 아이디어를 내놓는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 기존 질서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종필 교수가 두번째로 거론한 것은 집단 지성이다.
힉스입자를 발견하는데 참여한 과학자가 3000명, 중성자 별 충돌시 중력파 발생 그 연구에 참여한 4000명의 천문학자들을 사례로 들었는데, 21세기 과학은 한명의 천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사람간의 협업의 결과라고 한다. 심지어 혼자 잘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까지 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통과 협력, 조화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종필 교수는 지금의 시대를 급격한 전환기라고 정의하고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런 전환기에는 기존의 패러다임이 잘 작동하지 않아요.
그러면 우리는 뭔가 새로운 규칙 새로운 문법이 필요합니다.
너무 새롭기 때문에 두려울 수 있지만,
두렵다고 해서 외면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좀더 도전적인 자세로 이런 시대를 임해야 합니다."
이 말들은 코로나로 인해 지구촌 전체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지금 이시점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혼자하는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협력의 시대가 되었음을 강조한 이종필 교수의 강연이 창의적 사고를 바라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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