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통섭]
통섭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언젠가 부터 많이 회자되고 있다. 현대의 소통의 중요성과 지식융합의 필요성이 통섭을 인기스타로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적어도 그 단어만큼은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 이 책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에드워드 윌슨이 누구고 번역자인 최재천 교수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두껍고 있어보이는 제목의 책이기 때문에 구입하였다. 다른 책들에 밀려서 한동안 내 책장 한곳에 장식용으로 존재하다가 최근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리차드 도킨슨과 함께 진화론의 선봉장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통섭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학문간의 경계를 오가면서 하나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아인슈타인이 만들고자 고대했던 물리학의 통일장 이론과 같이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근본 원리를 생물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며 인문, 사회과학, 예술, 윤리 및 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진화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일단은 윌슨 교수의 수십년간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라서 내가 모두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의 논리적인 주장에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영장류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하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있고,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예술과 윤리부분까지 뇌과학의 범주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환원주의적 입장은 나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 윌슨 자신도 이 책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윌슨은 매우 비겁한 태도를 보인다. 명확히 말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아주 커다란 도약과 가정을 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자신의 주장대로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는 식이다. 이를 테면 이런 내용이다.
"비록 SAM(만들어진 단분자막)을 살아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중략) 언젠가 화학자들이 살아 있는 세포를 창조해 낼지도 모를 일이다." (p.109)
인위적으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데, 그것이 생명체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화학자들이 생명체로 만들어 낼것이라는 추측과 가정을 이야기 한다. 이런 논리의 도약만 없었어도 윌슨을 존경했을 것이다. 그 앞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해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의 끝에는 항상 이런 가정으로 끝나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어서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위의 말을 한번 더 생각해보면 컴퓨터 케이스를 만들어 놓고 이제 언젠가 이런게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슈퍼컴퓨터는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 수야 있지만, 생명을 창조하는 것을 같은 수준으로 말하고 있는 저자의 비논리성이 나의 집중력을 흩뜨려트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논리 구성상의 비약과 모든 인문학과 인간의 삶을 개미와 동일선상에서 보는 관점, 그리고 모든 학문을 DNA 수준으로 환원시키려는 진화론적인 태도가 과연 통섭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자신의 말을 이해못하고 자신의 만든 프레임에 따라 생각지 못하는 기존 학자들을 얕잡아보는 눈빛이 느껴지기 까지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은근슬쩍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그 분야의 다른 학자들의 말들을 인용하며 뒤에 숨어버린다.
"사람도 결국 아주 복잡한 기계일 뿐이다." (p.75)
"연구자들은 뇌에 딸린 여러 선들을 낱낱이 조사해 보았지만 비물질적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라고 여길 수 있는 그 어떤 장소도 발견하지 못했다." (p.187)
물론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로 남아있다. 이와 같이 수십년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타 학문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던 천재성과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은 윌슨교수의 이와 같은 끈질김과 집중하는 노력이었다.
이 책은 생물학과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인문학, 사회학, 예술, 철학, 종교에 이르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연과학도나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지식기반이 있는 혹은 관심이 있는 인문학도가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독서토론을 통해서 서로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책 속의 명언>
- 노벨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뚜렷이 구분짓는 특성은
1) 창조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모호하게 정의된 문제 진술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점진적으로 구조화하며
2) 상당한 기간 동안을 그 문제들에 천착하고
3) 그 문제들과 관련되거나 잠재적으로 관련된 분야들에 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박학, 강박관념 그리고 대담성이 필요하다 (p.130)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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