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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세바시의 창의력 고수들 052] 직업의 틀이 깨지는 순간

[인생은 마일리지 적립이다 | 이용신 성우, 가수 | 세바시 1612회]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부모로서 여러 고민이 생긴다. 특히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염려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커서 뭘 하면서 살까? 소질과 재능이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알아서 크게 놔둬야 하나. 다양한걸 경험하고 찾게 해줘야 하나. 아니면 무엇이라도 시켜서 할 수 있게 해야 하나. 이런 것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방향이 있다면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첫째인 딸은 고1이 된 지금도 앞으로 뭘 할지, 하고싶은지 꿈이 없다고 한다. 나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가슴뛰는 꿈과 비전을 어렸을때 부터 품어 대성을 이룬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안다. 꿈을 갖지 못한 사람은 무슨 인생에 패배라도 한듯 그렇게 몰아세우는 강사는 또 하나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딸에게 어떤것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삶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하는 말은 늘 그렇듯이 부모의 잔소리로 치환되어버릴 수가 있어, 다른 사람의 말을 빌어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오늘의 강연자인 이용신 성우의 이야기는 나의 자녀들이 듣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로 그 강연이었다.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의 루나 역을 비롯해서 짱구는 못말려의 채성아 선생님 등 유명 애니 캐릭터들을 연기한 성우다. 그러면서도 가수도 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인생의 전성기를 살고 있는 분이다. 

그러나 그도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좌절과 실패, 실망이라는 터널을 통과해 왔다. 자신의 꿈이었던 쇼핑호스트에 지원했다가 정직원 문턱에서 떨어지는가 하면, 가수 오디션을 보았으나 개성이 없는 목소리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뮤지컬 배우쪽을 도전했으나 신체조건이 안된다는 피드백을 들으며 그마저도 안되었다.  아나운서도 지원했지만 자신의 부족한 스펙때문에 또 한번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20대를 보내면서 아마도 무척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포기해버렸다면 오늘의 이용신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어느날 문득 거울을 바라보다가 거울속의 내가 하는 말에 이끌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자신에게 진지하게 질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꼭 쇼핑호스트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꼭 가수가 되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 속에서 그는 창의적인 '포기' 를 선택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본질을 본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것은 
목소리였지
직업이 아니더라구요

이 질문의 순간이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때문에 쇼핑호스트와 가수라는 직업에 스스로 한정해 놓은 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목소리라는 것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하자,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우에 도전하게 되었고 결국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참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달빛천사의 주인공 루나역이 그에게 온 이유였다. 이용신 성우는 이렇게 말한다. "바로 노래하는 캐릭터 루나 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수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이 끝난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성우일을 하는 동안에 예상치도 못하는 기회를 얻게 된 이유가 가수를 꿈꿨던 이력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했던 서빙, 일용직, 과외 등의 아르바이트 경력,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시절의 경험은 고스란히 자신이 성우로서 맡은 캐릭터에 녹아 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해왔던 실패들이 사실은 실패가 아니라 지금을 위한 마일리지 적립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얼마나 기뻤을까? 

그래서 나는 나의 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 꿈이 없지만,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고, 그러면 언젠가 네가 정말 해야하는 일들을 만났을때 지금의 최선이 마일리지 적립되어 너에게 그대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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