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거대한 사기극]
윤리적 자기계발이 동기부여의 기능에 더 무게가 실린다면,
신비적 자기계발은 진통제로서의 기능에 방점이 찍힌다. p.63
실로 엄청난 책이다. 그동안 내가 자기계발을 위해 읽어왔던 수 많은 책들이 모두 난도질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1997년의 IMF를 거치며 영원한 평생직장이란 없고 매순간 나의 능력을 계발하여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자기계발은 일부 사람의 선택이 아닌 모든 사람의 필수 목표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공병호와 구본형이라는 걸출한 자기계발서 작가들이 나오게 되었고, 재테크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시대를 살아왔다. 한때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모두가 생각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찬 메시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몇년전부터는 긍정심리학과 힐링이 뜨고, 인문학을 알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나도 이런 성공학과 자기계발의 흐름속에서 미친듯이 책을 읽어왔고 그 책속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자위해왔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난도질에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절반을 넘겨 읽어갈 때 쯤 되어서 내가 걸어왔던 발자취와 지금 서 있는 현 위치를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기계발을 크게 '윤리적 자기계발'과 '신비적 자기계발'로 나누어 그 기원에서부터 성장, 타락에 이르기까지 자기계발의 전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윤리적 자기계발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랭클린 플래너로 보다 친숙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그리고 이어서 데일 카네기와 브라이언 트레이시, 스티븐 코비 등으로 이어진다. 신비적 자기계발의 서적으로는 미국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뒤흔들릴 때 국내에서도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이다. 신비적 자기계발은 랄프왈도 에머슨, 나폴레온 힐 과 같이 자기계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유명인들이 사상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저자는 이 모든 자기계발, 즉 자조(自助) 자체를 비판한다. 사실, 책의 99% 내용이 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비판으로 되어 있으나, 저자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저자는 자기계발 서적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필요로 하게 만든 이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이다.
자기계발이 지향하는 주체화 기능은 철저하게 현실 순응적이다. p.71
글의 첫머리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IMF 를 지나오면서 너도나도 자기계발을 통한 성공신화를 맹신하고 그 흐름에 합류하게 되었다. 잘못된 문제를 풀려고 밤을 새서 연습장을 빼곡히 채웠는데, 알고보니 문제가 잘못되어 있다면 어떻하겠는가? 하는 말이다. 저자는 자기계발은 잘못된 문제, 즉 자조(自助)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 사회에서 자기계발을 통해서 자신만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며 그런 사회에 의문을 던지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자기계발 서적을 10권이상 읽어보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많이 성장하였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책임에 분명하다. 그런 분들이 있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책 속의 명언>
- 그가 제시하는 기술은 주도자의 인격 변화에서 시작되지도 않을 뿐더러, 상대방의 인격 변화를 겨냥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효과를 겨냥하는 기술이다. p. 42
=> 이 구절에서 말하는 '그'는 바로 데일 카네기를 말한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처세술'에 대해서 말한다. 사회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영업을 잘하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 책의 기술을 따라하면 분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효용을 이야기에 앞서 인격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최근 읽었던 한 책에서는 '자기계발'을 하지 말고 '자기발견'을 하라는 구절이 가슴깊이 와 닿는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의 변화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몇가지 형식의 변화만으로 결과가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만드는 내용이다. - 긍정심리학은 행복에 대한 지나친 강박을 조장하여, 외려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p.86
=>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친 마틴셀리그만으로 부터 시작된 긍정심리학도 비판을 받고 있다. 상담심리학은 과거의 사건의 치유를 염두에 두는데 반해 긍정심리학은 미래의 기대에 그 초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긍정심리학으로는 근원적인 문제를 덮어만 놓고 장밋빛 미래의 환상만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주변에 긍정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그 긍정성을 주변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만날때가 있다. 때로는 그런 모습이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긍정에의 강요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매번 느낀다. 물이 반잔이 차있는 것을 보고 '반이나 있네' 와 '반밖에 없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똑같이 사막을 건너는 상황이 오면 무슨일이 벌어지겠는가. 반이나 있네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사람은 안심하고 있다가 목말라 죽어버리고, '반밖에 없네' 하고 생각한 사람은 얼른 물을 가득 채우고 출발해서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서로가 도움이 되고 성장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윤리적 자기계발서는 크게 두가지를 다룬다. 하나는 습관(인격)을 다루고 다른 하나는 기술을 다룬다.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낫다. p.215
=> 좀 당황스러운 말이어서 몇번을 다시 읽어보았다. 책의 앞에 내용에서는 윤리적 자기계발서의 기술만을 다룬 데일카네기를 비판하지 않았던가. 그런 저자가 습관을 이야기하는 책과 기술을 다룬 책이 있는데, 기술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본질과 형식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모든 형식은 본질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격을 담은 그릇으로서의 기술로 전치시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람의 다양한 인격과 습관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자기계발서는 성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따르라' 하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인격과 습관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나의 본성과 맞지 않는 저자의 글에 심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성공한 저자와 같이 생각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에 대해 다룬 책, 즉 시간관리라던지, 인맥관리라던지 이런 기술에 대한 내용은 사람의 인격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쩌면 그런 인격의 차이에 별 관심 없이 '기술'을 사용하라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설픈 인격에 관한 내용의 책이 아닌, 기술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한 책은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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