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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학습] 역사 - 헤로도토스

[김성민의 독서휴식 - 역사]


“적이 저항하지 않을 경우 전하께서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가실 수록 육지는 그만큼 더 위험해지옵니다. 인간은 성공에 물리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p.662



과거에 대해 알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지혜를 얻기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다닐 때의 역사공부는 단지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번에 나온 영화 300을 앞두고 읽게 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시험공부의 스트레스를 탓하며 20년 넘게 역사를 멀리했던 내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해서 어느시대의 누가 그 역사를 기록했느냐에 따라서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관점이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이 된 그리스와 페르시아간의 전쟁의 기록은 영화 300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플롯 전개를 긴장감있게 하기 위해서인지 그리스는 선, 페르시아는 악으로 선악구도를 잡아서 전개하고 있다. 

1편에서 ‘우리편’인 그리스의 스파르타의 300인이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끌고 온 수십만 대군을 상대로 멋진 무공을 뽑내다가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으로 마감하였다면, 2편에서는 ‘제국의 부활’ 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내려고 했듯이 아테네를 중심으로한 그리스인이 페르시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담겨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지만 그 전쟁에 대해 헤로도토스가 바라보는 관점은 영화와는 달리 선악 구도나 권선징악이 아니었다. 


“이 글은 할리카르나수스 출신 헤로도토스가 쓴 탐구 보고서다. 그 목적은 인간들의 행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그리스인들과 이방인들의 위대하고도 놀라운 업적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도 그리스 인들과 이방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 데 있다.” -헤로도토스





 영화에서 페르시아의 실세이자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아르테미시아는 실제 역사에서는 페르시아가 지배한 한 지역의 장군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많이 과장되어 있지만 실제 역사에서 그녀의 역할과 캐릭터는 더욱 매력적이다. 페르시아 황제인 크세르크세스는 지배하고 있던 여러 나라의 장군들을 불러모아 배를 동원한 그리스 함대와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물론 페르시아의 함대가 숫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어서 객관적으로 보면 질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한명을 제외한 모든 장군들은 그리스를 쳐서 승리를 거머쥐자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를 전개하며 해상충돌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했던 한명의 장군이 바로 여전사 아르테미시아였다.  크세르크세스는 그녀의 말이 이치에 맞고 합당하나 많은 신하들의 의견이 있기에 해상 전투를 하기로 결정하고 출정하게 되고 살라미스에서 그리스군을 상대로 대패를 하게 된다. 결국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군은 이 전투를 계기로 고국으로 발을 돌리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역사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편' 대장으로 나오는 테미스토클레스에 대한 인물평이다. 그는 결코 그리스 전체를 구한 단순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의 300명이 전사를 하고 육상 진입로가 뚫린 상태에서 얼마지 않아 아테네는 점령을 당하고 아테네 장수인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이 이끄는 180여척의 배에 탑승한 군인들이 아테네의 마지막 '국가' 임을 인지한다. 그 당시 각 도시국가에서 몰려든 그리스 연합은 각자 자기 국가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페르시아를 맞아 전투에 임해야 하지 않느냐며 각기 흩어지려고 하던 때였다. 이때 테미스토클레스는 전략가로서 야심을 발휘한다. 전령 한명을 페르시아로 보내 현재 그리스 함대에 내분이 있어 다 흩어지려고 하니 지금이야 말로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정보를 흘린다. 페르시아 군은 살라미스에 모여있던 그리스 연합을 완전 포위하는데, 이는 그리스 연합이 흩어지지 못하게 만들려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었다. 독안에 든 쥐도 여차하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살라미스에서 궁지에 몰린 그리스연합은 사력을 다해 페르시아 해군을 격파하고 결국 승리하게 된다. 이 점이 영화 300에서는 볼 수 없는 실제 역사의 재미다. 선과 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이기고자 하는 인간들의 권모와 술수들을 역사에서는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화려한 전투씬으로 살을 도려내고 피를 뿜어내는 장면을 잘 묘사했지만, 인간들 사이의 갈등관계를 다루는데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1000페이지에 달하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를 영화 300이 아니었더라면 읽지 않았을 것을 알기에, 독서에 좋은 자극제가 된 영화와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소중함을 알게된 시간이었다. 역사는 따분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영화와 함께하는 독서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책 속의 명언>


  • “적이 저항하지 않을 경우 전하께서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가실 수록 육지는 그만큼 더 위험해지옵니다. 인간은 성공에 물리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 이 말은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정벌을 시작할지에 대한 고민중에 숙부이자 충신인 아르타바노스가 그리스 정벌을 하지 말 것을 조언하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그는 2가지 위험이 있다고 한다. 2가지 위험이란 눈에 보이는 그리스의 어떤 군대나 전함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것을 이야기한다. 바로 육지와 바다가 그 위험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 내면을 깊이 성찰해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답변임을 알 수 있다. 절대 군주가 자신의 야망을 쫓아가다보면 닥칠 광활한 육지로 부터 오는 위험. 페르시아는 단지 야만적인 정복욕과 복수심으로 불타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실제 역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 “전하, 사실대로 대답할까요, 아니면 마음에 드시는 대답을 할까요?” p.684
    => 이는 영화 300 1편의 스파르타와의 테르모필레 전투를 앞두고 크세르크세스가 스파르타 출신 데마라토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데마라토스가 왕앞에 나가 건넨 첫마디다. 이를 토대로 보건데,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는 신하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후에도 계속해서 신하들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정복전쟁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그 지역 출신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함으로 적절한 전략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데마라토스의 말은 황제 앞에서 왠만하면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물론 데미라토스의 자신감을 드러낸 장면일 수 있으나 , 그만큼 크세르크세스가 열린 귀를 가지고 경청하는 자세였고, 모든 신하들이 이를 알고 있었음을 반증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직장내에서도 부하직원들이 상사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상사 한명의 수준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생각들도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창의적 발상과 집단지성이 가동될 것이다.


  • “메디아인들의 왕이시여, 스파르테에서 살해된 저 전령들을 위해 죗값을 치르라고 라케다이몬인들이 저희를 보냈나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자 크세르크세스는 너그럽게도 자기는 라케다이몬인들처럼 처신하고 싶지 않다며, 그들은 전령들을 죽여 모든 민족들이 신성시하는 규범을 어겼지만, 자기는 자기가 비난하는 방법으로 처신하고 싶지 않거니와, 자기가 보복 살인을 함으로써 라케다이몬인들을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p.699
    => 영화의 크세르크세스 황제는 복수심에 불타며, 아르테미시아의 조정을 받는 꼭두각시 미치광이 왕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생각이 똑바로 박혀 있으며 사려가 깊고 신하들의 생각을 잘 귀담아 듣는 통 큰 대인배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다리우스 왕때에 스파르타에 보낸 전령을 스파르타는 우물에 처박아버림으로 페르시아에 치욕을 가져다 준다. 스파르타(라케다이몬인)인이 전령으로 왔을 때 다른 모든 신하들이 죽이자고 할 때, 자신이 비난하는 그 방식으로 똑같은 짓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며 그 전령들을 정중히 모셔서 돌려보낸다.  한번은 그리스의 한 도시국가에서 스파이를 페르시아 군에 침투시키는데 금방 발각되고 만다. 황제는 그리스의 첩자를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군대 전체를 모두 세세히 보여주고 극진히 대접한 후 고국으로 보내준다.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보고 가서 항복을 권해 피흘림을 면하라는 뜻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리스쪽으로 가는 보급식량을 실은 배를 만났을 때 모든 신하들이 빨리 공격해서 빼앗거나 불살라버리자고 건의하자 크세르크세스는 조금도 미동하지 않은채 아무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왜 가만있냐고 목소리를 내는 신하들을 향해 '그들이 어디고 가고 있느냐? 바로 그리스로 가고 있지 않느냐.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느냐? 우리도 그곳으로 향해 가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짐을 실어 날라주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하는 말을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제왕적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역사속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를 통해 배운다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