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변화시키는 최고의 대화기술 코칭>
어느 때 부터 인가 내 주변 곳곳에서 코칭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 온다. 이전에는 코치라는 것은 야구팀의 타격코치, 투수코치 등 감독 밑에서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었는데 이제는 라이프코치, 부모코치, 헬스코치, 발성코치,,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직업에 코치라는 명칭이 붙어서 불리워지고 있다.
옛날 어느 말이 끄는 마차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고, 미국 프로야구의 성공적인 감독들을 연구하면서 코칭기술이 얻어졌다는 말도 있는데, 그동안 들었던 수많은 코치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내려놓고 코칭에 대해서 배우는 그 시작점에 이 책을 들고 보기 시작하였다.
저자인 아베 마사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이며 코치로서 활동하지만,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엄마이기도 한데, 이 책은 대부분 그의 딸 치하루와 나눈 대화속에서 발견한 코칭의 원리와 깨달음등을 소재로 하여 기록되었다. 나 자신이 지금 6살과 3살짜리 아이를 둔 아빠여서인지 아주 큰 공감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각각의 사례들을 보면서 실제 내가 아이들을 대했던 모습 속에 권위적인 유교전통에서 단련된 나의 모습이 튀어나왔던 기억들이 끄집어 내지기도 하고, 아내와의 관계에서 가졌던 부끄러웠던 부부싸움의 자리로도 나의 생각을 데려가기도 하면서 쉬운 글로 쓰였지만, 적용하기에는 많은 인내의 시간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상대가 반응해 온 커뮤니케이션은 자기가 상대에게 전했던 커뮤니케이션의 결과" (p31)
▶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무서운 말인 것 같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별일 아닌 것에 화를 내고 흥분할 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싸늘하게 외면할 때, 아이가 아빠보다는 엄마한테 달려가 부탁을 하고 대화를 하려고 할 때.. 나는 그렇게 행동하는 상대방에게만 문제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었나? 이를 테면, 상대방이 무슨 스트레스나 힘든 일이 있었겠지.. 하며 이해하는 수준으로 내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했던 것이 관계속에서 스스로의 납득할 논리를 찾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 속에서는 진정한 공감도 없고, 나에 대한 반성과 다짐도 없는 그래서 결국 발전도 없는 푸념으로 끝나게 되어버린다. 어디에선가 관계는 저금과 같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감정계좌에 꼬박꼬박 착실히 저축을 하게 되면 똑같은 일이 있었고 잘못이 있었을 때 든든한 잔고덕분에 상대방은 여유있게 나를 대하지만, 감정계좌에 평소에 저축을 안했거나, 평소에 계속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하게 되면 결정적인 순간의 잘못은 관계의 부도로 파산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 나의 아이에게, 나의 아내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 있는가?
"듣는다. 는 행위는 '상대의 말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듣는다.' 또 '상대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 '성급한 해결책을 내리기 보다는 그냥 그것으로 끝낸다.' 라는 행위임을 그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p33)
▶ 화성남자 금성여자에서 남자는 해결사, 수리공의 기질을 발휘하려고 한다는데, 전적으로 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내와의 대화에서, 아이들의 투정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조차도 해결사 기질을 발휘하려는 나에게 있어서 '듣는다' 라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해결책을 내리기 보다는 그것으로 끝내는 것도 '듣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공감경청에 대한 다른 책에서 나오는 사례로 그냥 1시간, 2시간을 듣기만 했는데 상대방이 대화 정말 잘 나누었다며, 큰 도움을 받았다며 헤어지며 말하더라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속에 그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그것이 나의 지식이 되어지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 이어지기 까지는 얼마나 오랜 성숙의 시간들이 필요할까? 저자의 '듣기' 정의는 단순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힘든가..
'천사의 눈' 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코치나 조직의 리더가 의뢰인이나 부하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하나의 역할 모델이 되는 시선을 말한다.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눈'의 표정이다. (p36)
▶ 요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에 빠져있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도전해서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리얼 스토리.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독설 속에 포함된 수준 높은 전문성의 덕목들이 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사가 서로 다른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상하게 동일한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다. 그것은 아주 나이가 어리고 귀여운 참가자가 나오게 되면 항상 독설을 내뿜던 심사위원의 눈빛과 입모양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아빠미소' 라고 하는데, 그 나이 어린 참가자는 그 아빠미소의 심사위원 앞에서 그 전 참가자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장기를 펼치고 그 윗 단계로 올라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천사의 눈이 그 아빠미소와 같은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자체를 긍정하며 받아드리기를 결심한 상태로 대하는 태도와 무엇인가 흠잡을 데가 있나 없나를 보겠다는 자세로 대하는 것과는 그 과정과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날 것임을 우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세가지 질문 중에서 '왜'만은 사용하는 데 약간의 주의가 요한다 (p52)
▶ 코칭의 기본은 경청-질문-제안(feedback) 이라고 한다. 이제 까지 '듣는다', '천사의 눈' 등의 경청에 대한 부분을 보았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질문인데 닫힌 질문보다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하고 '언제, 어디, 누구' 라는 한정 질문보다는 생각을 요하는 '무엇, 왜, 어떻게' 라는 확대질문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라는 질문을 할 때는 주의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왜 +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 의 조합은 그 삶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힐난하는 분위기가 된다고 한다. 코치의 질문방식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내가 적용해야 할 부분이다.
왜 + 과거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 (x)
왜 + 과거의 성공사건 (O)
왜 + 미래 (O)
상대의 머릿속을 읽지 않고 듣는다. (p56), 코치는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며, 판단은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다 (p126)
▶ 상대와의 대화속에서 문득문득 내 머릿속에 솟아오르는 판단의 고리를 제거하고 말 그대로 '듣는' 다는 것인데, 말이 쉽지 어떻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의 가설과 예측들을 미뤄낼 수 있을까? 코칭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참 어려운 말인것 같다.
불만을 토로하는 것인가? 부탁하는 것인가? (p74)
▶ 이 부분을 읽어 나갈 때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아내와의 대화를 하는 나의 모습이 떠 올리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공감가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부탁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지 서로가 상대에 맞추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직 내가 아내에게 바라는, 그리고 아내가 나에게 가지고 있는 욕구이다. 알아서 아이와 놀아주고 알아서 설거지를 해주고 알아서 집안문제를 챙겨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아내.. 그러다 '기대'와는 다르게 알아서는 절대 안 움직이는 눈치 없는 남편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일정 수준의 상황을 거치고 나면 여지없이 불만이 폭발하고야 마는데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럼 진작 얘길 하지~' 였다. 그때마다 아내는 '그걸 말해야 알아? 그 정도는 알아서 해줘야지!' 라는 말로 부부싸움의 전초전을 하게 된다. 요즘에는 그런 기대를 내려놓고 서로에게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나 부탁을 한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리 호의적이진 않은 것 같다.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 써 놓은 이 글을 기억하며 적용해보고자 한다. "명령도 아니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상대방의 죄책감을 부채질하는 것도 아닌, 그저 쉽게 부탁하는 것의 위력을 느낀다."
상대의 미래에 관심이 없으면 요청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으로 부터 다른 한 사람의 미래를 향한 바람을 전하는 것이 요청의 기본 기술이다. (p79)
▶ '얘야~ 다 널 위해 말하는 거야~!' 라고 하면서 우리사회는 얼마나 자신의 체면을 위해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치를 강요해 왔던가? 자식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단지 잠시동안 청지기로 맡겨진 것임을 다시 떠올린다. 내가 답안지를 써서 그렇게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안지를 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면서 넌지시 아빠는 이런 답도 있을 것 같다며 아이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사실의 벽 위로 올라가 그 벽을 더 높일 것인가, 아니면 벽 바로 앞에 있는 아이 곁을 지킬 것인가. (p136)
▶ '이건 안되는 거야! 어허~ 어딜 때쓰는거야?' 아이들이 뭔가를 요청하려고 할 때 흔히 하는 부모의 반응이다. 나에게 있어선 다행히도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내 덕분에 감정코칭방식으로 아이에게 말해야 됨을 귀 따갑게 들었던 탓에 이런 부분에는 익숙한 것 같다. 그래서 러블리 사랑스러운 첫째 예향에게는 이런 방식으로 '많이 먹고 싶겠구나.. 그런데 지금은 안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고 말하고 첫째는 기뜩하게도 자신만의 대안을 마련하여 아빠에게 제시하는 소위 '대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둘째 아들인 하성이를 대할 때는 좀 다른 것 같다. 아들이라는 것이 작용해서인지,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엄하게 가르치고 강하게 키우려는 아빠의 본성이 양육가운데 자주 들어나는 것을 아내로 부터 피드백 받게 된다. 아들에게 나는 오르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될 것인가.. 보호해주고 공감해주는 부모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저자의 질문이었다.
<소감>
이 책을 읽고 집에 와서 둘째 하성이와 놀고 있는데, 아내가 웃으면서 '여보, 하성이에게 대하는게 달라졌어요' 라는 말을 한다. 책을 읽는 다는 목적이 이렇게 나의 변화를 원하여서가 아닐까? 물론 단순한 지식으로 얻은 것은 삼일을 못간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다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고통이 더해질 때 내 것이 되고,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얼마까지는 이렇게 책을 반성적으로 읽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천천히 책을 읽으며 정리해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코칭은 변죽을 울리는 여러 이야기들만 들었지 제대로 배워보지 않았지만, 이런 기회로 배우고 익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어 놓는다.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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