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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개미 (만화) -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성민의 독서휴식 - 개미]



이 한문장을 읽는 데에 걸리는 몇 초 동안 

지구상에 사람은 40명이 태어나지만 

개미는 7억마리가 생겨난다. p.5



 중고로 책을 사면서 배송비를 아끼려 가격을 맞추려다 우연히 구입목록에 넣은 책이다. 조금 황당했던 일은 내가 원했던 책이 아니라 잘못 배송된 책이라는 것이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원작을 원했는데 이 책은 만화판이다. 택배상자를 열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아하~ 잘못 배송되어 왔구나!'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중고로 8,000원에 샀는데 책 뒷면의 정가는 6,000원으로 되어 있었다. 세상에 중고가격이 새책 정가보다 더 비싸다니. 나는 조금 고민을 하다가 배송을 한 사람에게 연락을 했더니, 이 책은 이제 더 나오지 않는 절판이 된 책으로 희귀본이기 때문에 더 비싼거라고 한다. 황당하지만 왠지 그말이 그럴듯도 해서 모처럼 만화책을 읽게 되었다. 희귀본이라고 하니 더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벨로캉 신생연방이라고 하는 지구상 어디엔가 있을 듯한 개미왕국에 사는 103683번째 태어난 병정개미로 부터 시작한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들의 제국을 위협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의심하는 수개미와 만나게 되고 이를 알리려는 와중에 바위냄새 나는 일단의 개미 무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개미들의 생물학적 습성과 사회적 관계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숨가쁜 스토리로 글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소설은 작가가 지닌 주제의식을 이야기 형식을 빌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문학장르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무엇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그것을 덮으려는 자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진행되면서 진실보다 더욱 큰 그림을 보고 체제를 옹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몇몇의 희생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개미를 소재로 하였지만, 현대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인간사의 일면을 표현하려고 하였던 것도 같다. 아쉽게도 이 책은 3부작으로 되어 있는 개미 중 1부만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한참 흥미를 돋우며 읽고 있는 중에 끝을 맺었으니 말이다. 기회가 되면 소설원작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책속의 명언>


  • 이리하여 벨로캉에서 전차가 발명되었다. p.23
    => 개미중에 <낫개미>라고 하는 특별한 종이 등장한다. 불개미들은 자신들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낫개미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낫개비는 덩치도 크고 집게의 힘도 단단한 씨앗도 깨뜨릴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할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다리가 너무 짧아 기동력이 약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불개미들은 몸이 작고 쨉싼 일개미들을 낫개미 발에 한마리씩 붙여서 6마리의 일개미가 낫개미를 들어서 이동하게 만든다. 그들은 이것을 '전차'의 발명이라고 말한다.   


  • 낫개미 전차가 돌진해 오면 저항하지 말고 길을 틔워준다.
    => 난쟁이 개미와의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전투에서 낫개미를 처음으로 투입시키는데, 처음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낫개미 전차에 난쟁이 개미들은 후퇴를 하다가 쫓아오는 낫개미 전차를 향해 저항하지 않고 길을 틔워줌으로써 낫개미의 후미를 공략해 무력화 시키는 전법을 사용한다. 이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한니발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한니발은 코끼리를 앞세운 전투를 하게 되는데, 매번 코끼리에 의해 진형이 붕괴되고 많은 사상자를 겪던 로마는 코끼리를 상대하는 여러가지 전법을 만들어 코끼리의 힘을 무력화 시킨다. 그 중에 하나가 진형을 짤 때 앞에는 빽빽한듯 하지만 맨 앞줄만 지나치면 코끼리가 지나갈 통로를 만들어 놓는다.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면서 코끼리가 로마군으로 돌격해오면 빽빽했던 1열에 있던 군인들이 합쳐지면서 코끼리가 그냥 통과해갈 수 있는 길을 만들면 코끼리는 아무런 성과도 못낸채 적의 진형 중간을 그냥 지나쳐가버리고 만다. 이때 포위된 코끼리 전차를 섬멸하는 작전을 로마군이 활용을 했는데, <낫개미>를 앞세운 벨로캉의 불개미들은 바로 이 전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 개미세계에서 이런 낫개미를 전차로 활용하는 활동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 '암개미 56호! 너는 우리를 첩자로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벨로캉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요원들이다. 벨로캉의 단결은 소중하다' p.36
    => 벨로캉 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스테리를 파헤치고 알리려던 수개미 327호는 일련의 무리에게 암살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나서 바위냄새가 나는 무리가 암개미56호를 찾아가 암살을 이어가려고 한다. 바위냄새가 나는 적들은 외부의 첩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벨로캉 연방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수임무를 띤 무리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로 보자면 국정원과 같은 역할이 아닐까? 국가의 안녕을 위해 소수의 인권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존재들. 이 요원들은 마지막 암개미 살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만화였지만 이 구절이 나를 무척이나 진지해지도록 만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는 일련의 조직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서 개인으로는 이해되지 않고 원치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어렴풋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벨로캉 연방에 있었던 일이 현재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깨달았을 때 소름이 돋는 듯 충격적이었다. 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며, 작가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