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휴식 - 그리스인 조르바]
‘산투르는 짐승이요.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p.24
책의 제목은 책 전체의 내용을 대표한다. 그렇기에 제목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어느정도 읽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인'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나의 뒷통수를 때린다. 그것도 아주 세게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 머리속에 담겨 있던 '그리스인'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혹은 피타고라스와 같은 이성적이며 논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들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조르바도 그들과 비슷한 철학적이며 이성적인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나의 완벽한 패착이었다. 조르바가 자신의 산투르(기타와 비슷한 형태의 악기)에 대해서 '짐승'이라고 표현한 것은 조르바 자신을 의미한다고도 보인다.
이성적이며 사색을 좋아하고, 책벌레인 주인공은 한적한 항구도시의 카페에서 조르바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는 조르바에게 설득당했는지 아니면 설득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크레타섬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책벌레 주인공이 보기에 60이 넘었음에도 열정적이고 거침이 없는 조르바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책이 되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신념(붓다의 가르침)은 점점 바뀌어 간다. 책의 중반까지 주인공은 조르바에게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준다. 과연 평행선을 달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 변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인 가운데 읽어 내려갔다.
결말은 책을 읽어보면서 찾아보길 바란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과 조르바라는 인물의 줄다리기가 마치 한 사람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갈등을 묘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킬앤하이드와 같이 인간의 내면에 있는 두가지 극단적인 속성이 대립하면서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 프로이드의 이드와 슈퍼에고와의 결투, 성경의 로마서 7장에 나오는 구도자의 고뇌가 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결국 작가는 한편의 손을 들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사상을 이긴편의 논리와 감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인 우리 각자가 해봐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단순 소설로 생각해서 읽기는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다. 철학책을 읽는다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는게 오히려 속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얼어있던 모든 것이 활력을 되찾는 다가오는 봄에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책 속의 명언>
-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p.77
=> 조르바는 60세가 넘은 할아버지 나이이면서도 매우 매력적인 남자로 그려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위에 나온 구절이 답이 아닐까?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수성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날마다 살아가는 일상이 이미 다 해본 익숙한 것이기에 그렇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남자가 나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가 젊은 여자일 수록 데이트때 어디를 데려가고, 선물을 사주고, 맛집을 가든지 모든 것에 감탄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조르바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매일의 일상을 그저그런 똑같은 일상으로 보지 않고 경이적이고 새로운 사건들을 해석하는 능력이 있다. 젊게 살며, 매력적으로 사는 조르바를 통해 배울 점이다. -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줄 수 있어요. p.100
=> 책벌레 주인공과의 대화중 나온 조르바의 말이다. 이 말은 책만 읽고 그 속에 빠져만 있지 행동하지 않는 주인공을 비꼬면서 나온 말이다. 우리의 존재가 이성과 관념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속에 있다는 말로 들린다. 사랑에 관한 수백가지 정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아내를 돕는 행동 하나가 없이는 누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라는 말과도 통한다.우리가 아는 비슷한 말로 '당신의 친구를 말해주면, 당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라는 말도 있다. - 나는 조르바의 슬픔을 부러워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피가 덥고 뼈가 단단한 사나이…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 했다.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채로 거르느라고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었다. p.359
=> 남자가 울 때는 평생 3번이 있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 그리고 울고싶을때~ ^^ 우리는 자기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덕스럽지 못하다는 배움을 받고 자랐다. 특히 동양적인 문화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기쁠때 한없이 기뻐하고, 슬플 때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근 한 방송사에서 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 싫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동일한 슬픔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감정도 춤추고 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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