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휴식 - 밤이 선생이다]
외국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효과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이 삶의 안팎에 퍼져 있으나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적다. p.45
글의 힘, 문장의 힘은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다. 내가 즐겨 읽는 책들이 나의 머리를 즐겁게 하는 책이었다면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은 내 마음을 멍먹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게 "나는 얼마나 삶을 진실되게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읽는내내 내게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황현산 선생은 정말이지 일상의 소소한 기억과 경험으로 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TV에 나오는 가요프로그램을 보며, 지하철에서 마주친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골 한낮의 풍경을 찍은 사진 한장을 보면서도 나라와 사람과 인생을 생각한다. 심지어는 딸아이와 함께 읽은 만화책에서조차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용산참사사건, 역사드라마의 역사 왜곡, 백사마을 재개발문제, 개발과 훼손등의 그 당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결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두세장 밖에 안되는 한 꼭지 한꼭지 글들이 나의 생각없이 살았던 삶을 깊이 반성케 한다.
<책 속의 명언>
-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의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p.12
=>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든지,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한다든지 그것을 내일과 같이 여기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아파본 사람만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픔 속에서 두터운 감수성의 스펀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경험도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순간을 의미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 어떤 아름답고 거룩한 일에 제힘을 다 바쳐 실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 일에 뛰어드는 것을 만류하지 않는다. 그 실패담이 제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하였다는 승리의 서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88
=> 무용지용이라고 했던가. 쓸모 없는 실패가 사실은 그 사람을 쓸모있게 만드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와 연결될 수도 있겠다. 제대로 된 실패는 과거의 미련이 아닌 미래의 기회를 포착하는 힘을 준다. - 사소하다는 것은 세상의 큰 목소리들과 엄밀한 이론체계들이 미처 알지 못했거나 감안하지 않았다는 듯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 때문에 독창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p.175
=> 아이를 키우면서 첫째와 둘째의 미묘한 성격차이와 그에 따른 양육방식의 변화.. 이런 것은 사소하다. 자전거를 탈 때 안장의 충격을 덜 받기 위한 나의 자세는 아주 사소하다. 중고장터에서 좋은 물건을 고르는 클릭질.. 이런것도 사소하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것들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 암묵지가 되어서 나의 일상에 소소하게 영향을 미친다. 내게 있는 사소한 경험들을 가치있게 끌어내는 것은 마치 모래속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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