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필름.. 담아내는 그릇]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 코닥이라는 회사가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누군가는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말하고, 어떤이는 대기업의 오만함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들 한다.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기술을 개발한 팀이 속해 있던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 해석이야 어쨋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제2의 코닥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키아가 그랬고, 소니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이런 사례들은 지금 내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품, 서비스 알짜배기 먹거리가 언젠가는 아무도 찾지 않는 쓸모없는게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코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으로 관점을 옮겨보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기업이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시대와 트랜드에 맞게 변신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라는 등의 이야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직접 경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자신이 입지를 굳히고 수익을 내고 있는 영역에 변화를 주는 결정에는 이론 몇가지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실제로 코닥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후지필름은 2000년 고모리 사장이 취임한 이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사진 부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회사임원진과 주주들의 거쎈 반발을 겪기도 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소재, 제약, 화장품등의 회사로 변모하게 되었다. 결과는 좋았지만 변화의 터닝포인트인 그 시점에서 결정권자로 섰을 때 고모리 사장처럼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앞으로의 사업 영역에서 변화를 향한 창의적 결단에 힘을 실어주는 생각의 방식이 바로 '본질' 에 대한 접근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것과 같이 사진 필름에도 적용시켜 보자. 과연 사진 필름의 본질은 무엇일까? 쉽게 질문해서 필름은 왜 존재하며?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누구를 위하여 있는가?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피사체에 대한 정보를 담아 사진으로 옮기기 위한 매개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1975년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하는 코닥의 기술자 스티브 사손은 필름을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이라고 정의하였고, 그런 관점이 함께 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필름은 결국 그릇(매개물) 이었던 것이다. 마치 다이슨에게 있어 선풍기의 날개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매개체 였던 것처럼 필름이라는 '형식'은 그릇을 만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며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자명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형식'이라는 현실에서 살고 있는데, 이 모든 보여지는 것은 '본질'을 담는 그릇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도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과 현재의 그럴듯함 보다 사람의 근본 됨됨이를 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사후 해석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 본질 관점의 창의성이 어느덧 미래예측과 혁신, 기획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져 가길 기대해본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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