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전통시장의 본질]
어려서 시골 외할머니와 같이 살 때 할머니를 따라 한참을 걸어 시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께서는 밭에서 기른 채소를 보자기에 싸가지고 시장에 가서는 시장 한귀퉁이에 철퍼덕 앉아서 보자기를 펼쳐 팔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때 채소가 다 팔릴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했는데, 할머니는 장사를 다 마치고나서는 채소판 값으로 이것저것 다시 장을 봐서 돌아오셨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위해 산 하양고무신이 잠시라도 빨리 신어보고 싶어서 마을 앞 신작로에 도착했을때 때를 부렸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는 그 하양고무신을 신고 20여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신작로길을 걸었고 발 뒷꿈치가 다 까져서 고생을 엄청했었다. 그 후로도 여러차례 시장에 따라 갔었는데, 전통시장하면 할머니와의 추억과 버무려져 매우 낭만적이고 애뜻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사진출처 : 전주시장 사진 특별전의 사진 中>
요즘 가끔 전통시장을 가보게 되면 예전의 그 맛이 많이 사라진 듯 하다. 내가 나이 들어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보게 된 <전통시장,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이랑주님의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이랑주님은 1년동안 40개국의 150개의 세계 전통시장을 돌아보고 와서는 전통시장의 본질을 이 강연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독일의 비크투알리엔 마켓, 영국의 버로우 마켓, 핀란드 하케니에미 마켓. 이 세군데 전통시장을 예로 들며 전통시장이 지향해야 할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한다.
그것은 마트와 경쟁을 하다가 획일화된 형태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시장에 새로운 관점을 전해주고 있었다. 올리브를 파는 곳에서는 팔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올리브만 팔 수 있다고 하는 비크투알리에 마켓을 통해 이익이 아닌 문화를 남기는 전통시장을 보았다.
자신이 직접 잡거나 키운 것만을 파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가져온 영국의 버로우 마켓, 그리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만 판다는 핀란드 헬싱키의 하케니에미 마켓은 사람과 정직을 지향함을 보여준다. 이런 요소를 가지고 가격은 일반 마트보다 20%나 비싸면서도 매출이 높은 시장.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본질을 보지 못하면, 아니 본질을 잘못보게 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문화와 유산을 '장애물'로 보고 없애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제대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통찰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랑주님은 여행을 시작하며 세계 시장의 '시설' 또는 '형태'를 보려고 나갔지만, 1년이 지나 돌아오면서 알게 된 하나는 전통시장이란 '상품이라는 본질과 그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상인들의 정신'에 본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전통시장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랑주님이 말한 전통시장의 본질적인 요소가 정책과 사업에 잘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어 나의 자녀들이 그곳을 지나며 엄마 아빠와의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삶의 유산이 되길 기대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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