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애플와치, 기계인가 시계인가?]
이틀전 애플은 팀쿡의 'One more thing..' 이라는 말과 함께 '애플와치'를 공개했다. 'One more thing' 은 스티브잡스가 새롭고 혁신적이며 충격을 줄만한 발표를 할 때마다 던지던 마술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렇기에 발표회장에 들어서 있던 2천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One more thing 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그것이 무슨 의미인줄 알기에 열광의 함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나서 애플와치의 소개영상을 선보였다.
이번 애플의 발표에 대해서 또다시 우리 언론은 '혁신은 없었다' 는 아이폰, 아이패드가 발표될때마다 하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S전자의 제품과 스펙면에서 어떤 차이가 나고 무엇이 얼마나 더 좋은가를 비교하는 기사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 옴X아와 아이폰3GS 를 비교했던 기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유명인 옆에 있으면 덩달아 있어 보이는 효과를 내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애플와치 발표를 그동안 이야기해왔던 '본질게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스마트워치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애플와치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전세계의 전자기기 회사들은 스마트워치를 내놓아 왔다. 다양한 스타일과 형태, 디자인, 기능이 나왔다. 카메라가 되는 것도 있었고, 슬림한 형태로 나오기도 했다. 모두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스마트워치의 본질을 '스마트기기'로 접근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해 이번 애플의 발표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바로 스마트워치를 '시계'라고 본 것이다.
'시계' 가 본질이라면 사람들은 왜? 시계를 차는 것일까? 몇 시인지 보기 위해서인가? 이미 시간을 보는 도구로서의 시계는 자체 시간을 알려주는 수 많은 디지털 기기가 나오면서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남성들이 결혼 예물로 시계를 받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뽀대'에 있다. 세련되며 고급스러운 시계는 남성들에게 있어선 결혼반지를 제외하곤 거의 유일한 악세서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IT 회사에서 스마트워치를 기기로 보고 다양한 스펙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애플은 본질을 바라보고 시계로서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 애플와치를 만들어내었다. 디지털기기에서는 궂이 없어도 될법한 용두(Crown)을 장착하고, 다양한 시계줄을 내놓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시계줄로 선택하고, 그날의 패션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얼마든 교체가능하도록 해놓았다.
이번 애플의 발표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음은 애플의 초대장을 받은 대상에서도 드러나 있다. 이전에는 IT 관련 잡지와 저널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보냈다면 이번 발표회장은 언론에 알려졌듯이 패션 관계자들이 상당 수 초대받았다. 그리고 발표회가 있기 몇일전 팀쿡은 "스위스 시계산업이 곤경에 처할 것이다" 라는 다소 무모한 발언을 하기까지 한다. 애플은 애플와치를 단순 스마트기기가 아닌 패션의 완성을 돕는 '시계'로서 보았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기기로서의 모습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에 나와 있던 제품과의 차별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혈압을 제거나 심박수를 측정하거나 하는 센서를 달아서 기기로서의 기능을 유지한 것은 이전에 발표된 타사의 스마트워치와 비교해 더 낫다고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다. 그러나, 애플와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속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요소를 고민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MP3 플레이어'가 아닌 '아이팟' 이었던 것처럼 스마트워치가 아닌 애플와치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능적으로는 NFC 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가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와치에서도 가능한것이 특색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시계'로서 많은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의미없다~'가 되버린다. 애플은 스마트기기에 앞서 '시계'를 보았기에 시장에 끼칠 영향력은 기존의 나왔던 수많은 스마트워치와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마치 페레로로쉐가 초콜릿 시장이 아닌 선물 시장을 공략하여 전혀 다른 포지셔닝을 한 것과 비슷하다. 이미 나와 가까이에 있는 한 앱 개발자는 애플와치에 들어갈 앱에 대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물론 스위스 명품시계와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겠지만, 소수의 얼리어답터들만의 것이 아닌 대중적으로 착용가능한 시계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면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새로운 활용방법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인문학적 감성을 가지고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과 형식추구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그 느낌이 다르다. 애플워치도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본질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더 나은 혁신으로의 걸음을 내딛였다고 생각한다.
본질게임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첫 단추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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