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브래들리 타임피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각 언어마다 고유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 어떤 단어의 경우는 이 질량이 매우 커서 들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 특정 단어를 쓰면 생각이 그 단어가 지닌 질량에 이끌려 들어가 헤어나올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일전에 포스팅한 덴마크의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이 만든 의자들은 아주 매혹적이며 창의적인 의자다. 그는 '의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앉는 것'을 만들려고 함으로써 단어가 주는 중력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 오늘 다룰 사례도 강력한 중력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단어다. 바로 시계(watch)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는 시계를 본다고 하지 만진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지는 시계가 나타났다. 그 이름은 브래들리 타임피스, 아래 사진의 시계다.
이 시계는 테두리와 전면에 작은 구슬형태가 시간에 맞춰 돌아가고 있어서 손으로 만져보면 시간을 알 수가 있다. 중요한 미팅의 자리에서 시계를 본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 그럴 때 위와 같은 시계는 매우 유용하리라고 본다. 어떻게 이런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까 궁금하던 중 이 시계를 제작한 eone 타임피스의 김형수 대표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곳에도 본질에 대한 통찰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본질은 그 대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말은 만약 그 서비스와 정책, 혹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바뀔 경우에는 본질이 다른 방향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형수 대표는 같이 학교를 다니던 시각장애인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계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시행착오를 겪었던 스토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그는 야심차게 점자를 나타내는 시계를 만들어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열었다. 오랜간의 연구개발을 거쳤고 나름 무언가 해냈다는 만족감과 넘치는 자부심으로 열었던 그 시연회는 완벽한 실패로 끝맺는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는가?
그것은 앞서 이야기 한 언어의 중력때문이다.
시각장애인 = 점자
라고 개발팀은 생각을 하고 접근을 한 것이었는데, 시각장애인 10명이 있으면 점자를 몇명이나 읽는 줄 아냐는 말이 나왔고, 알고보니 10명 중 2명밖에 점자를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크기는 어떻냐? 색상이 어떻냐? 나는 밝은 색상이 좋다 등등의 요청이 시연회에서 나왔다. 시각장애인들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한 패착이었다.
그러나 그 실패한 시연회의 마지막에 시각장애인들 중 함께 개발을 해나가자는 사람이 나오고 킥스타터를 통해 성공적인 펀딩을 끌어내고, 유럽의 유명한 디자인 상을 받은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태어나게 된다.
시계는 시간을 '보는' 기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언어의 중력에 이끌려 생각한 것이다.
시계는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들과 동일한 경험치를 공유할수 있는 참으로 유용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의 '타임피스'를 만든 eone 이 앞으로도 더 좋은 가치를 내놓는 회사로 성장해가길 기대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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