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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김성민의 독서경영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지금보다 빵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빵을 안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p. 224



  저자는 남들처럼 평범히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농업에 관해 공부를 하였고, 졸업 후 유기농 유통매장을 첫직장으로 삼아 성실히 일을 해나갔다.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취급한다는 자부심을 품고 일하는 그가 오래지 않아 발견한 것은 원산지 허위부착의 현실이었다. 계약한 산지에서 그해의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농법으로 재배된 것을 계약한 산지로 보내어 마치 그곳에서 재배된 것처럼 원산지 딱지를 붙여 유통망에서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계속된 불합리한 일들을 목격하며 그는 결국 가보지 않았던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고 현재의 시골빵집 주인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평범한 직장인이 시골빵집 주인이 되는 인생역전의 스토리로 읽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고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와타나베 이타루의 다루마리 빵집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곳에는 진정한 천연빵을 만들고자 하는 장인정신과 집념을 배울 수 있다. 

 둘째는 천연빵을 어떻게 만든는지에 대한 정보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빵을 만들 때 흔히 사용되는 순수배양 효모(이스트)가 아닌 천연효모를 이용한 빵에 도전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데, 급기야 그는 천연효모 뿐만 아니라 누룩균과 유산균까지 천연으로 활용하는 법을 개발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이스트와 천연효모의 차이, 유기농과 자연재배농법의 차이등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의 활동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자본론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권유로 자본론을 읽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을 세웠다. 자연은 스스로 부패하고 없어져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자본주의에서 ‘돈’은 부패하지 않는 존재로 군림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시스템때문에 부정직함이 팽배한 기업을 나와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동네빵집에서 일을 하며 수련을 하게 되는데, 그곳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더욱 깊숙한 중심임을 깨닫는다. 그는 개인 빵집 조차 자본주의의 부패하지 않는 경제 시스템을 통한 사람들의 착취에 깊이 고민하게 되고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를 해나가게 된다. 


 독자가 어떤 방식으로 읽던 세가지 이야기는 따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하나로 잘 어울어져 전달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퇴직을 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인생의 2라운드를 살고자 도전하고 있다. 닭을 튀기더라도 그 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여 금세 대체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시골로 귀농을 하려고 하지만 무턱대로 시골로 내려간다고 해서 귀농이 되진 않을 것이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다루마리 시골빵집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의 의미와 가치의 삶을 그려볼 수 있으면 어떨까 한다. 



<책 속의 명언>


  • 제빵사도 마찬가지다. 이스트 없이는 빵을 못 만들게 됐을 때 제빵사는 '이스트의 부속물'이 되는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제빵사라는 이름의 '부속물'은 얼마든지 대체가능한 존재가 된다. p.68
    =>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표준화 규격화를 시도한다. 표준화가 되고 나니 일의 전체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어 사람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각 단위공정의 부속품과 같이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이 찰리채플린의 그 유명한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이다. 닭에 대해 몰라도, 소스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도, 배달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알지 못해서 장사를 할 수가 있다. 본사에서 보내주고 알아서 광고해주고 배달서비스 업체가 주변에 널려있다. 빵집도 반죽이 다되어 발효만 시키면 되는 것을 받아 굽기만 해도 되니, 그런 인력은 언제든지 대체가능하게 된다. 대체되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니크함을 추구하고 Only One 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시골빵집의 이야기가 더욱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 반대로 외부에서 비료를 받아 억지로 살이 오른, 생명력이 부족한 것들은 부패로 방향을 잡는다. p.137
    => 순수배양 효모인 이스트와는 달리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효모들, 천연 효모는 대상과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 생명력이 있고 살려둘만한 애들은 효모균들이 이산화탄소와 알콜을 내뿜으며 빵의 풍미를 더하는 ‘발효’를 이뤄낸다. 그러나 생명력이 없는 애들은 가차없이 ‘부패’시켜버린다. 균은 남겨둘 것과 없애버리를 것을 자연히 아는 것이다. 저자는 천연누룩균을 개발해서 적용한 빵반죽이 모두 발효에 실패하는 것을 경험하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유기농 쌀과 밀을 이용하는데도 도무지 빵이 부풀지 않아 일을 접으려는데, 주변 지인이 준 자연재배방식으로 만든 쌀을 이용해 적용해보는 순간 발효에 성공하게 된다. 저자는 그 이후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천연누룩균을 이용한 빵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이때 저자가 지적한 부분이 ‘균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을 우리는 매우 좋게 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주어진 풍부한 비료를 통해 자랐기 때문에 생명력이 약할 수 밖에 없어 누룩균은 허약한 녀석들을 부패로 몰아갔다는 말이다. 



  • 쌀이나 밀은 단맛의 원천(전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길은 설탕을 '빼는' 방법이다. p.144
    => 집에서 제빵기를 통해서 식빵을 몇번 만들어봤는데, 이 책을 통해서 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 주변 시중에 유통되는 빵은 순수배양이스트를 이용한다. 천연효모를 이용하면 효모자체가 분비하는 향에 의해서 별도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향과 풍미가 가득하고, 쌀과 밀에 있는 전분을 통해 효모가 발효를 하지만, 온실속의 화초와 같이 만들어진 순수배양이스트를 만들때는 설탕을 넣어야 하고 그로 부족해 발효촉진제를 넣어서 만든다고 한다.  전혀 자연친화적이 아니다.  부패하는 경제를 위해 자연 그대로 만들어내었다는 빵을 일본에 가면 꼭 한번 들러 먹어보고 싶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