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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에디톨로지 - 김정운

[김성민의 독서경영 - 에디톨로지]


아,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p.372


  깔때기도 이런 깔때기도 없다.  모든 것은 편집으로 해석되고 귀결된다. 유영만교수가 브리꼴레르를 들고 나왔다면, 김정운은 ‘편집’을 가지고 나왔다. 그의 시원시원한 꾸밈없는 글을 보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도 받는다. 김정운 그 인간이 어떤지는 같이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왠지 이  책이 마음에 들고 김정운 저자가 끌리는 이유는 일관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는 그야말로 자신이 이야기 그대로 편집에 의존하여 이 책을 썼다.


 김용옥과 이어령의 크로스텍스트와 하이퍼텍스트를 이야기하고나서 이어지는 글들에는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어령식 하이퍼텍스트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다. 카라얀을 말하다가 갑자기 일본음식점에 가서 요리 사진을 찍은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이야기 하다가 박정희의 썬글라스가 나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이야기는 절묘하게 연결되고 말이 되는 듯 하다. 한참을 그렇게 진행하고나서 결국 하는 소리는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이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들자면 그야말로 제대로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의 편집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간의 편집, 공간의 편집, 관계와 학문적 편집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어떤 경우는 ‘구성’이나 ‘표현’등의 용어로 얼마든지 쓰일 말을 궂이 편집이라는 용어로 연결을 시킨다. 처음 볼 때는 이거 좀 심한 억지가 아닌가 싶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니 김정운이 생각하는 ‘편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은 그가 이야기 한 마지막 챕터의 내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닌듯 싶다) 이곳저곳을 넘나들다 각 챕터별로 흥미가는 것을 펼쳐보고 재미있으면 넘어가는 식으로 보면 어떨까 싶다. 


 에디톨로지라고 해서 지올로지, 띠올로지, 바이올로지 등의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수많은 ‘올로지’들을 기억하고 겁먹으면 안된다. 관심가는대로 편하게 즐기며 읽을만한 책이다.  ‘남자의 물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했다’ 등을 재밌게 보았다면 큰 부담없이 그의 구라를 감상할 책으로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일학생들은 모든 카드를 자신의 생각에 따라 다시 편집한다. (중략) 이때 정리는 자신이 설정한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카드를 편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편집된 카드가 바로 자신의 이론이 된다. p.87
    => 독일에 갔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 부분은 에디톨로지의 핵심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선생이나 교수가 해주는 칠판에 써주는 것을 그 순서대로 ‘공책’에 베껴쓰는 한국식 학습방법이 아니라, 카드를 써서 편집함으로 자신의 이론을 만드는 독일식 학습의 강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적 일관성’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자기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카드라는 것은 그런 일관성을 설명할 논리구성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일 것이다. 좋은 도구를 쓰는 것은 생각을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퍼실리테이션 방식의 회의에서는 도출된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움직여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스트잇’을 활용한다.  


  •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의 발견으로 비롯된 주체와 객체의 인식론적 통찰이 의사소통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유는 ‘객관성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 관점이란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기’로 서로 약속해야 가능하다. p.156
    =>새로운 관점은 흥미를 자아낸다.  물론 이미 보편적인 지식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새롭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술을 볼 때 소실점이 하나로 잘 모아지는 원근법을 표현한 그림을 잘 그렸다고 보는데 반해 천재라고 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전혀 엉뚱하게 그림을 표현하였다. 저자가 올려놓은 <수태고지>라고 하는 그림은 소실점이 하나로 제대로 모이지 않는 형태였던 것이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 그 의문을 푸는 과정이 마치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긴장감이 있다. 결국 저자는 객관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화가가 설정한 ‘객관적인’ 시선에 관람자가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가는 폭력적 현실이 아닌 관람자의 입장에서 화가의 권력을 내려놓은 다빈치의 천재성을 설명한다. 객관성과 주관성, 상호 주관성이라는 용어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낼 때만 의미있다. 남이 만들어주는 의미는 전혀 의미 없다. 진리를 계몽하던 시대는 지났다. 듣는 이로 하여금 ‘주체적 편집의 기회’를 제공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p.283 
    =>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흥미롭고, 빌게이츠의 계몽적 이야기는 지루한 이유를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체적 편집의 기회’를 제공하는 강의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