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학교공부의 본질]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몇일전 퇴근하고 나서 아이와 이야기를 하던 중 기묘한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친구들은 수업때 딴짓하는데 수학을 잘 푼다는 것이다. 자기는 열심히 듣고 하는데도 어려운게 수학인데 이상하다는 것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수학 천재들이어서일까? 아니면 내 아이가 상대적으로 머리가 안좋아서 그런것일까? 두가지 다 별로 신뢰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험을 비춰 생각해내게 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행.학.습 이다.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전혀 달라지게 마련이다. 학교공부의 본질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내신'을 받는 곳이라고 본다면 선행학습은 상당히 매력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이 전혀 풀 수도 없는 상황일 때 내가 미리 공부해서 풀어보인다면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공부방법인 걸로 보아 그들이 생각하는 학교공부의 본질이 무엇일지 대략 짐작을 하게 된다.
만일 학교 공부의 본질을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으로 본다면 어떨까? 전략은 바뀔 것이다. 오히려 '선행학습' 이라는 특수한 교육방식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데에는 독이 되어버린다. 내 아이의 시선에서는 그의 친구들이 수업에 딴짓을 하는데도 수학을 잘 푼다고 한다. 일단 수학을 잘 푼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왜 수업시간 딴짓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흥미를 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적절한 반응이 아니겠는가. 미리 다 배웠으니 수업시간에 호기심을 가질 요소는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수업시간 장난치고 떠들고 할 수는 없으니 소극적으로 자신만의 딴짓을 통해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리라.
내 아이가 얼마전 숙제를 할 때 도움을 요청했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옆에서 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잘 했으면 잘했다고 격려해주고, 답이 틀렸으면 그 문제를 아빠한테 가르쳐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신이나서 한참을 아빠에게 '선생질' 하던 아이는 자신의 논리적 모순을 스스로 발견하고 제대로 된 답을 찾아간다. 옆에서 지나가던 아내는 '아빠가 잘 가르치네' 라는 말을 건네지만 수학에 있어서만은 절대 내가 알려주는 것은 없다. 그러다 보니 간혹 아이는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보기에는 귀찮고 번거로우며 먼 길을 둘러가는 듯한 풀이를 하는데, 나는 그것을 그대로 하게 놔둔다. 어찌되었건 번거로운 풀이방식이지만 내 아이 스스로 생각해낸 풀이 방식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요즘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과 입시를 보면서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높은 분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지 돈 몇푼 더 보태줘서 학원을 갈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을 내놓는 거라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본질에 대한 생각으로 부터 나타난 현상의 차이를 가져다 준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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