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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학습]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채사장

[김성민의 독서학습 -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p.5


속았다. 하마터면 읽지 않을 뻔 했던 책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 제목만을 듣고 순간적으로 이런 책일거라 생각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할때 대화 소재로 써먹으면 있어보일 듯 한 그럴듯하고 겉만 뻔지르르한 내용의 상식 모음책말이다. 내가 완전히 잘못 넘겨짚었다. 


책은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과 철학,과학,예술,종교 편 이렇게 두권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역사로 시작하는 1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쉽고 재밌게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역사의 흐름과 그 전환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절친이었던 A와 B의 관계로 매우 압축적이고 단순화하여 설명을 한다. 어려운 경제에 관한 구성원사이의 이해관계를 설명할 때도 커피숍을 하는 A, B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야말로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을 법하게 썼다. 그렇기 때문에 다섯가지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권에 가볍게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너무 강력한 단순화는 쉽게 도식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에 반해 세상의 복잡다단한 실제를 놓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한 한계를 인정을 하며 이 책을 통해서 '지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공유된 틀을 가질 수 있는데 책의 목적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각론으로 들어가서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해야할 숙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일단 읽어봐야 한다.  역사와 경제, 정치, 사회를 하나씩 차례대로 읽어가다보면 이것들이 서로 분리된 따로따로의 사건과 지식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은 세계에 대한 안목이 나의 존재에 대한 이해, 그리고 2015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나름 해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주게 될 것이라 믿는다. 강추한다. 


<책 속의 명언>


  •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유지해주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p.77
    ; 왜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까? 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발생하였는가? 그냥 사이좋게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며 지냈으면 되지 않는가? 히틀러가 없었다면 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런 세계사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거시적인 맥락으로 부터 매우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저자의 통찰력이 대단하다. 자본주의가 완벽한 경제체제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부분에 한계점이 있는가? 그것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 볼 눈이 있어야 하겠다.


  •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p.212
    ; 저자는 간혹 대중의 무지를 꾸짖기도 한다. 합리성을 무시한 결정에 대해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의 현실은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해져있기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것 아닌가 싶다. 빵을 하나 나누는데 있어서도, 일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질것이냐, 덩치가 가장 큰 사람이 가질것이냐, 배가 가장 고픈 사람이 먹을 것이냐, 지난번에 적게 받았던 사람이 가질 것이냐, 앞으로 빵을 가장 잘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야 할 것이냐. 정말 다양한 관점과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도 특정한 사람에게 빵을 더 준다고 말하는 것이 사회를 전복시킬 존재로 매도하는 광기가 참으로 안타깝다. 


  • 대학 캠퍼스는 이들이 붙이던 사회비판적인 대자보 대신 영어회화 광고와 취업설명회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요즘 학생들은 착하고 성실해서 안쓰럽다. p.230
    ; 착하고 성실해서 안쓰럽다는 말에서 저자의 입장을 옅볼 수 있었다. 마치 '거대한 사기극'에서 표면적으로 자기계발 서적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나 실제로는 자조론을 강조하고 그것에 매몰되도록 만드는 사회를 꾸짖는것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는 듯 하지만, 저자는 이를 통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서 무뇌충이 되어져가는 젊은 세대에 대한 계몽의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목적이 어떻든 간에 수백권의 책을 읽어내서 세계관을 정립하기에 너무 힘들거라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각 입장에 대한 선택은 독자의 몫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