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경영/독서 학습

[김성민의 독서학습] (11가지 질문도구의) 비판적 사고력 연습 - 닐 브라운, 스튜어트 킬리

[김성민의 독서학습 - 11가지 질문도구의 비판적 사고력 연습]



결론 그 자체는 증거가 아니다. 

결론은 증거나 다른 믿음들에 의해 

뒷받침되는 믿음이다. p.65



  이 책의 2000년도 초판 번역본의 제목이 '바른 질문하기 - 비판적 사고의 가이드' 였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에서 내가 찾던 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낚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좋은 질문하는 법에 대한 책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에 관한 책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에 보물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게 부족했던 글쓰고 말하는 부분에 좋은 공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 책은 저자의 글이나 화자의 말을 받아들이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스폰지식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채금식 방법이다. 전자는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빨아들이는 학습을 말하며, 후자는 모래속에서 금을 채취하듯이 정보를 선별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저자의 의견으로는 이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선별할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는 여러 지식체계를 받아들인 다음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두가지 중에 저자는 채금식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고, 책 전체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11가지 질문을 가지고 하나씩 파헤쳐 보고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의 말 혹은 글을 비판적으로 듣거나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내가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를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런 비판의 잣대로 내 글이나 말을 되돌아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고나니 글 쓰기가 두려워지는게 사실이다. 그간의 글을 되돌아보면 비판받을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고, 책 한권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글이 좋아졌을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에 빠지고 물먹어가면서 수영을 배우듯, 부족한 글들을 계속 써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게 아닐까 싶어서 용기를 내어본다. 


 

더 좋은 대답을 찾는 데 고단하지만 꼭 필요한 작업을 하고 싶다면, 상당한 호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지속적으로 더 좋은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믿음이나 입장을 기꺼이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p.34


비판적 사고라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신체적 기술을 배우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중략) 초반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p.36



이 책은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책의 앞부분 부터 차근차근 문장의 요소들을 찾는 연습을 시키고 후반부로 가면서 그 문장들의 논리적 오류나 허점을 찾아내는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단계적 학습의 교과서인 것이다. 순서대로 살펴보자면, 먼저 '이슈와 결론'을 찾으라고 한다. 이건 꽤 쉽다. 결론이라는 것은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결론이지 금방 드러난다. 두번째로는 "이유란 무엇인가?" 를 질문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것이 참이라고, 또는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제기하지 않을 때는 언제나 이 주장은 결론이 아니다. 이 주장을 믿어야 할 토대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뒷받침되지 않은 주장을 단순한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p.46


기억하라 : 이유를 확인할 때까지는 결론의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 p.59



이유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물론, 그 이유가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훌륭한 이유인지는 별개이다. 처음 5가지 질문에서는 글이 최소한의 논증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데 목적이 있다. 결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드는 것이 대표적으로 '사실, 연구에서의 발견, 실제 생활에서의 예, 통계, 전문가나 권위자에게 호소하는 것, 개인적 증언, 은유, 유추' 등등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나열된 이유들은 책의 뒷부분에서 엄청나게 해부당한다. 속된말로 까인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을 한번 정리해봤는데 다음과 같다. 



1) 직관 - 개인적이지만, 개인의 포괄적 경험과 독서같은 다른 종류의 증거에 의존하고 있을 수 있음. ex)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2) 개인적 경험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3) 개인적 증언 - 통상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a. 선택성 : 자신의 믿음을 강화해주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임

    b. 개인적 이해관계 : 그 증언으로 부터 무언가 이익이 있을 때

    c. 누락된 정보 : ex. 이 영화 최고의 영화야. 끝내줘. 꼭 봐  /  뭘 기준으로 최고라고 하는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d. 인간오류 : 인간으로 부터 나왔기 때문에 대단히 생생하고 상세하다. 설득력이 있다. but.

4) 권위호소 - 때로 전문가도 오류에 빠지거나 실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 발명될 것은 모두 발명되었다. - 19세기말 미국 특허청장

5) 개인적 관찰 - 관찰자들간의 관찰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단 한 명의 관찰자가 제시하는 결과에 의존하지 않도록 조심. ex. 교통사고 증언

6) 연구 - 과학적 방법 활용, 입증될 수 있는 자료 / 통제 / 정확한 언어사용.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연구 증거의 문제점)

    a. 연구 질적수준이 천차만별

    b. 연구결과가 종종 서로 모순됨

    c. 연구 결과가 결론을 증명하지 않음. (연구자의 해석이 들어감)

    d. 연구자들이 지닌 기대와 태도, 가치, 필요에 의해 왜곡되기도 함

    e. 저자 혹은 화자는 연구결론을 왜곡 or 단순화 시킴   ex. 일만시간의 법칙

    f. 연구에서 발견된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음 ex. 명왕성

    g. 연구에는 인위성을 지니기도 함. (실험실 상황을 실제 문제로 확대해석시 오류발생)

    h. 경제적 이득, 지위, 안전 등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침

7) 사례 - 결론을 뒷받침하는 한 사람이나 몇 사람 혹은 사건을 상세히 기술 / 증명이라기 보다는 인상적인 예나 일화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

8) 유추 - 두 사물간에 잘 알려진 유사성을 근거로 그 사물들 중 하나가 지니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에 관하여 결론을 내리는 논증 ex. 생쥐실험.. 쥐가 그러니 사람도 그럴것이다

    :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유추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두 사물이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같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측면에서도 필연적으로 같으리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p.234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그 어떤 증거라도 뭐 하나 완벽한것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논리에 취약했는지, 언론보도나 SNS상의 글들을 무비판적으로 보고 광분하고 또는 속아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이 책을 통해 도움을 얻은 것은 대부분의 글과 말 속에는 '가치가정'과 '서술(기술)가정' 이 있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결론과 이유를 논리적으로 말했다고 하지만 말한 내용 기저에는 어떠한 가정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전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찬성해야 한다. 라는 논증이 있다고 한다면 드러난 문장 밑에 깔려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 신념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이를 가치가정이라고 하고, 기술되지 않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다면 이를 서술가정,기술가정이라고 한다. 위의 예에서는 환경과 안전이라는 가치보다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가치갈등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대가 말한 기저에 깔린 '가정'들을 읽어낼 수 있다면 추가적인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보 속의 금을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는데 있어서 주의점이라고 볼 수 있는 활용안으로 책을 맺고 있다. 이 부분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이기에 -  너죽고 나살자 라는 식의 잘못된 토론에 빠지기도 한다. - 특히 내게 도움이 되었던 내용이어서 공유한다. 



<비판적사고 질문의 7가지 활용기술>

1. 대화주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라. 새로운 결론을 기꺼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질문하라.

2. 듣거나 읽은 것을 약간 바꾸어 말하여 화자나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물어라 (paraphrasing)

3. 호기심을 나타내는 태도로 비판적 질문을 던져라. “아, 저는 당신의 실수를 잡아냈어요”라는 태도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없다.

4. 처음 제시한 논증보다 더 강한 논증이 될 수 있는 추가적인 이유를 요구하라.

5. 대화가 계속되도록 열심히 참여하라. 비판적 사고가 폭탄을 떨어뜨리듯이 한번에 끝나는 것이라면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멈추고 만다.

6. 추론의 약점을 탐색할 수 있도록 논증을 제시한 사람에게 허락을 구하라. 논증을 한사람에게 그 논증을 함께 검토하자고 권유

7. 여러분과 그 사람이 똑같은 목적, 즉 더 나은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협력자라는 인상을 주어라.



이 책 참 내용은 괜찮다. 그런데 2000년 초판을 읽는데, 번역이 너무 심각하다. 그래서 찾다 보니깐 최근 2010년에 제목이 바뀌어 재출간되었다가 절판이후에 같은 제목의 개정판이 올해초 나왔다. 나는 10년정도 지났고 번역자도 다른 사람이기에 읽기가 쉬워졌을 거라 기대하고 2010년판을 중고로 구매했는데, 또 번역을 보고 실망이었다. 10년전 것을 기본으로 하여 단어정도만 살짝 고치고 번역자 이름바꿔 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게 거의 없었다.(사례가 좀 바뀌긴 했다) 혹시 이 책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은 번역에 관한한 각오하시라는 뜻에서 말하는 것이고, 책의 내용 자체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