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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학습]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너머편) - 채사장

[김성민의 독서학습 - 지대넓얕 현실너머편]



마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그 장면을 보는 것처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p.240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의 현실편을 읽은지 일년여 시간이 지났다. 그 당시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책 제목만 보고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오해를 했었다. 현대 시사상식과 같은 얇팍한 지식들을 나열한 책인가 하는 오해 말이다. 그리고 나선 1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동명의 팟캐스트가 한달이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해졌고,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것이 이제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략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채사장은 이 책 서문에서도 이 시대에 넓고 얕은 지식, 즉 교양이 필요함을 대화와 소통을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중략)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p.5



지대넓얕 현실편을 보고 내가 외면해오던 부분에 대한 지식을 잘 정리해놓은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도 하고 현실너머편도 곧 읽어보겠다 생각했지만 차일 피일 미루게 되어 지금에까지 오게 되었다. 미루게 된 이유중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들려온 이 책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기인했다. 특히 가까운 지인중에 인문학을 하며 글을 쓰시는 분이 현실너머편을 읽고 나선 실망이었다고 한다. 내가 인문학 분야에서는 그분을 인정하고 있기에 그 분의 평가가 그렇다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깊이 있게 철학을 비롯해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겠다는 생각이 후에 정리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넓고 '얕은' 지식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철학사 전체를 그리스 이전 자연철학에서 부터 시작해 현대철학까지 이어져 내려오는데 실존주의철학에 대해 딱 두장의 분량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다른 철학 사조나 예술과 과학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에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설명도 두장에 할예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것 하나에 정통해 있거나 그정도로 깊이 공부한 사람이라면 실망감이 없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분들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본다. 일상을 살아가며 철학책 한권, 과학이나 예술책 한권 읽어본적도 없고, 남들도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거니, 혹은 나 처럼 생각해야 옳은 거라는 괜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얕지만' 다양한 생각을 펼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닐 수도 있음을, 어쩌면 나만의 고정관념일 수 있음을 인정하게끔 되는 것, 나는 그것이야말로 고정관념으로 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라고 확신한다. 채사장은 우리 사회의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는 일면을 다음과 같이 이슈를 제기한다. 



한국 사회는 한발 더 나아가 실용주의가 하나의 철학적 사조라기보다는 차라리 삶의 원리가 되어 있는 듯도 하다. 오늘날 한국은 철학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극단화된 미국식 실용주의가 완벽하게 장악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p.27



이 책이 별로 였다는 사람의 두번째 반응은 '너무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분도 수긍이 간다. 채사장은 지식가게 사장으로서 자신의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을 학생으로 보고,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접근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하나씩 가르치려는 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독백 혹은 고백등을 통해 삶에 대한 지혜를 간접적으로 얻는 방식의 독서를 즐겨하는 분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친절한 선생님으로 부터 하나라도 배우고 싶다고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넓고 얕은 지식을 위한 아주 좋은 자습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 책은 각각의 내용을 깊이 있게 보기에는 한참 부족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예술편을 읽다가 철학적 논제인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개념을 굳이 예술에 적용해 나누어 보는게 맞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났다. 그러나 채사장이 자주 하는 표현으로 세상을 '후려쳐서' 대략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렇게 나눠서 도식을 만들어 놓으니 거대한 흐름이 보여서 전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대략적으로 만들어진 도식은 앞으로 더욱 그 부분에 대해 각자가 공부하면서 고쳐가야 할 도식일 것이라고 본다. 






철학, 예술, 과학, 종교, 신비 라는 다섯가지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진리'에 대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현실편에서 정치, 경제, 윤리 등을 세금을 올리느냐 내리느냐로 보았던 것과 같이 이 책에서는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라는 무척 거친 칼을 들었다. 커다란 토막으로 댕강 잘려나간 재료들을 보기좋게 다듬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인식을 이전보다는 조금 더 폭넓게 가져가고, 지금까지 말이 통하지 않았던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로서 이 책을 추천한다. 



흥미로운 점은 종교에 대해 극단적인 회의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종교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과 과학이 신앙과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일부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종교만큼이나 개인을 편협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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