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신의 입자를 찾아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넘어]
전자가 파동처럼 파장을 가진다는 생각은
당장 보어의 원자모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p.90
양자역학은 사기치기 딱 좋은 말이다. 마치 시장바닥에서 약장수가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는 이거 NASA에서 개발된 거라며 파는 것과 같다. 우주개발을 위해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었을테니 '그런게 있겠지' 하고 생각해버린다. 직접 나사에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그걸 믿어버리는 것이다.
양자역학도 나사와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면 그걸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께름직 하지만 그냥 믿을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신념으로 거부하던지. 실제 자기개발 분야의 신비주의적 자기개발에서 양자역학을 많이 거론한다. 과학적 사실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적당히 버무려 '썰~'을 풀어내면 꽤 괜찮은 이론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이론이 내게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이라면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지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충 알면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이 그런 사기행각에 연루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런 연유로 양자역학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했는데 이종필 교수의 '신의 입자를 찾아서' 를 선택하게 되었다. 책 서문에 있는 '수식 없이 설명' 한다고 하는 저자의 다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공식같은 것이 나오긴 하지만, 그냥 한줄 정도 이런게 있다는 보여주기 식이고 실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있어서는 수식 없이 사례와 비유, 그리고 설명으로 전개를 한다. 게다가 거의 매 장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설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무언가를 전문용어 없이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러더퍼드> p.76
원자핵을 발견한 러더퍼드의 이야기를 잘 실천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앞에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책의 제목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넘어' 에서 나온것 처럼 1부는 '양자역학'의 태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3부는 '넘어' 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2부까지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도 있고 해서인지 큰 어려움없이 새로운 개념도 익히면서 재미있게 읽어가다가 3부의 '넘어'에 해당하는 부분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책은 다 읽었지만 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고 그냥 전체를 보았다라고 생각을 한다.
책에 나오는 양자역학적인 개념을 가지고 실제 실험한 내용 2가지 정도만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번째가 드 브로이의 물질파의 발견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이해하기론 물질파의 발견이 양자혁명의 가장 핵심이 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20세기 시작부터 흑체복사니 광전효과니 하며 빛에 대한 발견과 이론들이 넘실되었다. 그 결과로 이전까지 빛은 영과 맥스웰의 실험들을 통해서 밝혀진 바와 같이 '파동'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파동인줄만 알았던 빛이 입자라니.... 이렇게만 다들 생각하고 있을 때, 프랑스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난 드 브로이는 똘기가득한 눈망울로 황당한 생각을 한다. '파동이 입자일 수 있다면 반대로 전자 같은 입자가 파동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전자가 파동임을.. 그 이름을 물질파라고 붙여서 논문을 제출한다. 문제는 논문 심사 교수들이 보니 이전까지 듣도보도 못한 말도 안되는 생각을 논문으로 제출했으니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나보다. 그 당시 빛의 입자설에 힘을 실어준 유명해진 아인슈타인에게 그 논문을 보냈고, 아인슈타인은 그 아이디어에 손을 들어주게 되면서 드 브로이는 가까스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된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드 브로이는 그 논문으로 5년뒤 192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즉 우리는 이제 드 브로이를 통해서 모든 입자들은 파동으로 진동함을 알게 되었는데, 책에는 박찬호가 던진 야구공도 역시 파장을 짧지만 파동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자역학에 대해 알게 되면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을 파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니...
두번째는 신비주의 자기개발서나 그런 류의 강사들이 많이 언급하는 유명한 이중슬롯 실험이다. 이것은 위의 드 브로이가 발견한 것과 연관이 있다.
영의 실험에서는 전자총이 있는 자리에 빛을 비추면서 빛의 파동성을 보인 실험인데, 빛대신에 전자를 뿌리는 장치를 놓은 것이다. 알다시피 전자는 입자이기 때문에 슬롯을 통과하면 반대쪽 판에 2개의 선만 보여야 했다. 그러나 드브로이가 예측한 전자의 파동성을 설명이라도 하듯 여러개의 전자가 만난 선이 나타난다. 이것은 전자가 파동으로서 운동을 함을 보이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실험에 특별한 장치를 하나 추가한다. 그것은 바로 전자가 슬롯을 통과할 때 어느쪽 슬롯을 통과해서 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위에는 편의상 눈으로 보는것처럼 그림이 되어 있지만 슬롯을 통과하는 전자를 detect 할 수 있는 검출장치를 각 슬롯에 부착해서 실험을 하면 되겠다. 그러면 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방금전까지만해도 파동의 중첩현상으로 나타나는 여러개의 줄이 뒤쪽판에 보여졌는데, 단지 보는 행위(Watching)만 했을 뿐인데 전자는 더이상 파동의 성질을 보이지 않고 입자의 전형적인 결과인 2개 줄만 나타내는 것이다. 전자가 어떻게 자기를 보는지를 알았을까? 부끄러웠을까?
이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과학적 사실이다. 시크릿, 와칭류의 신비주의 자기개발서나 강사들이 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관심과 보는 것을 통해서 물질을 조정가능하다고 말하며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생각을 하면 뇌는 뇌파를 발산하고 뇌파는 파장으로 전달되기도 하며 입자로서 물질에 작용도 하는데 물건을 생각만으로 움직이거나 들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며, 생각만으로 우주의 기운을 끌어당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라고 이야기 한다. 물론 현대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신비한 우주의 비밀이 많이 있기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기 이중슬롯 실험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염력이나 끌어당김의 법칙을 가져온다는 것은 너무 비약이라고 본다.
이중슬롯에서 빠져나가는 전자를 보며,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전자를 내마음대로 어디로 움직이도록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실험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빠져나가는 전자를 보는 행위만 할 뿐이고 결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나타날 뿐이다.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로도 설명을 하고 있는데,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때문에 몰입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자연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은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지를 탐구해왔다. 세상을 알아감이 철학이었고 과학이었다. 지금은 고등학교만 되면 이과와 문과로 나누며 이과생들이 배워야할 지식과 문과생들이 배워야할 공부가 따로 있는 것 마냥 생각되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최근 인문학 붐이 일어나면서 노자나 장자와 같은 동양철학과 칸트의 관념론 이후로 해서 현대철학등에 양자역학이 많이 접목해서 나온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거나 들을 때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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