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학습 - 서양미술사 ①]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p.15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전이나 인상파 작품전등에 나로서는 큰 돈인 만원남짓한 돈을 내고 관람했던 적이 있다. 이 정도 지불하며 볼 정도로 교양있는 문화인이라는 티를 내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략 짐작이 가겠지만 그냥 표내고 들어갔다가 사람들에 밀려다니던 중 그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냥 나왔을 뿐이다. 관람시간이 10분이 되었던 2시간이 되었던 그런 절대적인 시간은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기억속에 의미로 존재하지 않았으니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예체능반이 있었던 것 같다. 음악, 체육과 함께 예체능에 속하는 미술은 나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그런 세계의 기술이라고 생각되었다. 관심이 없었으니깐 더더욱 그랬으리라. 그런 내게 독서모임의 선정도서로 '서양미술사' 라는 700페이지 남짓하는 보기만해도 묵직한 아우라를 풍기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추천했던 한 사람은 "분량은 좀 많지만 그림 도판이 매 장마다 있어서 실제 글은 그리 많지 않아요" 라며 안심을 시켰지만 읽다보니 분량의 절대치가 문제가 아니었다. 곰브리치가 이야기 하는 작품하나하나에 빠져서 감상하며 보다보니 글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보면서 생각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더 길어졌던 것이다. 어쨋든 이 책은 일하는 틈틈히 3주에 걸쳐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말하지만 감히 이 책을 '인생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 책이 모든 미술가와 작품에 대해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사람에게 미술에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한 탁월한 입문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이 '서양미술사'를 읽지 않았다면 삶을 살아가는 즐거움 중 아주 많은 부분을 모른채 살게 되었을 거란 생각까지도 들었다. 정말이다. 그 정도로 재미있게 빠져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하다보니 정말 많은 내용들을 듣고 알게 되었던 터라 하나의 포스팅으로 쓰기는 뭔가 아쉬워 몇차례에 걸쳐 나누어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그림의 정확성을 가지고 흠을 잡으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첫째는 미술가가 그가 본 사물의 외형을 변형시킨 이유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중략) 둘째는 우리가 옳고 화가가 그르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작품이 부정확하게 그려졌다고 섣불리 그것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p.27
원근법에 의해서 사진과 같이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그림은 잘 그린 그림, 그렇지 못한 그림은 못그린 그림이거나 이상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다. 위의 그림을 보자면 왼쪽은 잘그린 그림, 오른쪽은 뭔가 사실적이지 못하고 이상하게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위의 그림은 내가 정말 잘 알고 있었던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이었다. 실은 그 예술가가 오른쪽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그린 그림이 왼쪽의 그림과 같이 아주 '잘그린' 그림도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위 그림의 작가는 '피카소' 라고 한다. 최근 읽었던 다른 책을 통해서 보면 피카소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했다고 한다. 그는 당대 인상파 작품이나 표현주의 기법등을 두루섭렵해서 모방해 그릴 정도로 섬세한 붓놀림과 감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못그린' 그림을 그린것이었다.
곰브리치가 이 서양미술사라는 책 전체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왜 그렇게 그렸을까?' 라는 부분인것 같다. 과거 석기시대 원시인들의 벽화에 그려진 동물 그림들로 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Art 를 그렸고 모두 당대에 치열한 고민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왔음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거치며 미술이라는 것은 그 의미나 목적이 달라져왔기에 책의 가장 첫 문장을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가가 존재했다'라고 쓰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미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혹은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적 행위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나씩 포스팅을 통해서 해보고자 한다.
<책 속의 명언>
화가들이 이 새로운 발견을 그들의 그림에 적용해서 말들이 실제로 달릴 때의 모습처럼 그리자 사람들은 그 그림이 잘못되었다고 불평했다. p.28
우리는 모두 인습적인 형태와 색깔만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때때로 별이 그들이 흔히 알고 있는 별표 모양으로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p.28
그러나 그들이 초록색풀과 푸른 하늘에 관해서 지금까지 들어왔던 것을 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면, 혹은 마치 우주 탐험 여행중에 다른 혹성에서 돌아와 지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본다면, 우리는 주위의 사물들이 엄청나게 놀라운 다른 색채들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29
; 에어리언 씽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창의성을 방해하는 것은 의례히 사물이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우리들 안의 고정관념에 의해서이다.위대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제일 큰 장애물은 개인적인 습관과 편견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p.29
미술에 관해서 재치있게 말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략) 그러나 참신한 눈으로 그림을 보고 그 그림 속에서 새로운 발견의 항해를 감행한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지만 더욱 값진 일이다. p.37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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