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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보다 - 김영하

[김성민의 독서휴식 - 김영하]


이십대는 몸으로, 사십대는 머리로 산다. <비포 선라이즈> p.68



김영하 작가의 보다 읽다 말하다 시리즈중 첫편인 '보다'를 읽었다. 평소 소설을 잘 안 읽다보니 김영하 작가가 누군지도 어떤글을 썼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의 일상속의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글쓰기 능력에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다. 


책은 '마르셀 에메'의 소설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나라에 대한 내용이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돈으로 바꾸고, 부자는 돈이 많으나 시간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시간을 산다는 설정이다. 언뜻 예전에 보았던 '인타임' 이라고 하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실제 세상에는 없을 법한 가상의 공간 이야기라고 생각이 될 텐데, 김영하 작가는 이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로 연결시켜버린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개인, 우리는 자발적으로 시간을 들여 스마트폰의 다양한 광고에 노출된다. 마르셀 에메의 소설에는 돈이라도 받고 시간을 팔지만, 현대인들은 돈도 받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돈을 줘가면서 개인의 시간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우리의 시간은 애플과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이 공짜로 빼앗아간다. 게다가 돈도 우리가 낸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침투해 또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메시지가 오지 않는 시간에는 게임회사가 나타나 우리의 주의를 독점한다. p.12


그리고, 부자들은 스마트 시대의 각종 IT 회사에 돈을 투자해서 새로운 가치를 벌어들이고 있는, 마르셀 에메 소설의 현대판을 그대로 해석해 보여주고 있다. 


이어진 챕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설국열차, 관상, 신세계, 건축학개론 등의 반가운 한국영화도 나오고 생소한 제목의 외국영화에 대한 내용도 있다. 보다는 영화를 '본 것'을 기본하여 엮여있다. 내가 영화를 볼 때는 그냥 재미로 보고 잊어버렸던 것을 김영하 작가의 '보다' 에서는 적절한 언어로 삶과 연결을 해서 바라본 내용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것이 작가적 통찰이 아닌가 싶었다.  '설국열차'의 내용이 담긴 '머리칸과 꼬리칸'편에서는 기차에 각 위치에 탑승한 승객들의 가상 증언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계급적 갈등에 대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밖의 다른 영화속에서도 똑같이 봤지만 내가 생각지 못했던 등장인물들 사이의 아픔과 갈등, 내면의 모순 등을 풀어내어 주었다. 한줄 한줄 읽어가며 과연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내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현재가 누군가의 눈에서는 천연색 컬러TV 로 나타나지만, 나는 여전히 흑백 무성영화로 치부해버리고 무심히 넘겨버리는 것은 아닐까도 반성케 한다. 


보지 않았던 영화에 대한 것은 살짝 공감대가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영하라는 작가가 바라본 영화와 삶,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p.123
    ; 나를 직면해 보는 것, 나 자신을 아는 것을 메타 인지라고도 자기 인식이라고도 한다.  나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궂이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진실한 삶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p.209
    ; 적으면 좀더 명료해지는 것 같다. 머리속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섞여서 도무지 말이 안나올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때 적어보면 내 생각의 헛점도 알게 되고, 적혀진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다른 생각 때문에 사고가 풍성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물론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생각이라는 측면에서는 멋진 결과가 아닐까?


  • "사람들은 영화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벽에 비쳐지는 평범한 그림인 영화는 현실의 환영이지 실재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이건 이미지의 문제가 된다. 대개 처음에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보게 된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면 우리는 영화속에 흠뻑 빠지고 만다. 두시간동안 매혹당하고, 속임수에 넘어가고 즐거워하다가 극장밖으로 걸어나오면 우리는 그동안 본것을 거의 잊어버리고 만다. 소설은 전혀 다르다. 책을 읽을 때에는 단어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노력해야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다음 상상력이 활짝 열리면 그때는 책안의 세계가 우리들 자신의 인생인듯 느끼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냄새를 맡고, 물건들을 만져보고 복합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갖게 되고 자신이 3차원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中>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