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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헬프맨 - 리키 쿠사카

[김성민의 독서휴식 - 헬프맨]


서울시가 장래인구를 예측해보니 

10년 후인 2026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바로 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16년 2월 16일 JTBC 저녁뉴스 中>


 도서관 갔다가 내 눈앞에 놓여있는 만화책이 보여 심심풀이 시간때우기샘치고 읽다가 마지막 권까지 정주행을 해버렸다. 스펙타클한 긴장감이 있거나 멋들어진 전투씬같은게 없는 그냥 우리주변에 일어날법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몰입감이 넘친다. 몇년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였을까?


  주인공은 모모타로라는 고등학생 그리고 같은반 진이라는 그의 친구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생긴것과 하는짓이 완전히 반대로 보여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 싶을 정도다. 모모타로는 천방지축  안든 고등학생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반해 친구 진은 순정만화의 주인공과 같은 외모에 진지한 사색가 스타일이다. 진은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오고 있고, 노인복지 분야는 거대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것을 예견하여 발빠르게 국가고시를 통한 실무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며 학교를 자퇴한다. 그 시점에 모모타로는 우연히 치매에 걸린 노인을 복지센터에 모셔드리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자신이 모셔다 드린 노인이 침대에 사지가 묶인채 진정제를 투입받는 등 심한 인권침해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복지센터의 책임자에게 따지러갔다가 하룻동안 직접 치매노인들을 돌보도록 임무를 맡게 되버린다. 결과는 말로 할 수 없을만큼 혼돈의 한가운데 빠져버리는데, 잠시 한눈판사이에 서서 대변을 보고, 벽에 그걸 칠하고, 라이터로 불을 놓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그때 임무를 맡겼던 그 책임자가 와서 이런 말을 던진다. "신체구속은 노인복지센터에서는 필요악이야" 

  

  과연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몸으로 경험한 모모타로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가? 그것이 이 만화책의 전개를 이루는 뼈대가 된다. 그리고, 모모타로의 성장기를 통해 우리보다 20년을 먼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노인복지시스템 전반의 현실과 필요한 개선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문화권이고 만화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얼굴이 한국과 비슷해서인지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로빈윌리엄스 주연의 '패치 아담스'라고 하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기존 병원의 시스템에서 환자를 병을 지닌 의학적 처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의 병원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는 모습이 헬프맨이라는 이 만화의 구성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자퇴한 친구 진은 전문적인 노인복지사가 되어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키고자 아둥바둥하는 모모타리에게 멘토처럼 필요한 조언을 주는 역할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은 그다지 큰 비중이 없다고도 보인다. 작가는 주인공의 어떠함보다 일본의 노인복지 시스템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동안의 노인복지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여실히 폭로하고 있다. 각 권의 주제들을 몇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노후보험제도 /  재택 치매간호 / 간호학대 / 고령자 성문제 / 간호지원 전문요원 / 간호직원 대우 / 간호복지사 / 성년 후견제도 / 간호 비즈니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가정의 모습이다. 평범했던 가정이 일순간 지옥이  되어버려 가정파탄이나 일가 친척사이의 금이 가는 모습들을 현실감있게 그려놓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부분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만화는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간호학과나 복지학과 학생들이 봐야할 전공서적같은 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읽게 되었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한국의 앞날을 걱정해서였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올 사회의 변화를 맞이하여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일본의 모습을 통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행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노인복지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만화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느꼈다. 


재미보다는 의미가 있는 만화책이어서 추천하고 싶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