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검은사기 - 나츠하라 타케시 / 쿠로마루

[김성민의 독서휴식 - 검은사기] 


"사기의 본질은 속이는데 있지 않다.

'믿게 만드는데' 있다"  - 작중 미키모토 


  창과 방패라고 했던가. 기술의 발달로 보안시스템이 강력해지면 강력해질 수록 그것을 깨는 기술도 함께 높아진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오는 스팸메일과 문자를 막는 기술이 생기는가 하면 그것을 회피하는 기술을 이용해 오늘도 어김없이 어디에선가 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보이스피싱이라는 기법도 그렇다. 만들어진지는 한참이 되었는데, 인간이 지닌 고정관념을 넘어 그 시기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으로 변신해서 찾아오면 알면서도 당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아얘 그런 사기전화는 안받으면 좋겠는데, 그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만났을 때 속지 않도록 준비하면 어떨까? 


  주인공은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청년 사기꾼 쿠로사키. 그가 사기꾼이된 이유는 참으로 기구하다. 어려서 아버지가 프랜차이즈 사기단에 걸려 집안을 모두 날려먹고 나서는 가족과 동반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 칼부림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이 쿠로사키였다. 그는 그 이후 사기꾼에 대한 분노심에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데, 사기꾼을 사기치는 사기꾼이 된다. 그래서 책을 펼치면 매 권마다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걸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기꾼이 있다. 인간을 속여 돈을 빼앗는 백로.

이성의 마음과 몸을 갖고 노는 적로. 그리고 

백로와 적로를 표적삼아 그들의 썩은 육체를 쪼아먹는 흉악한 사기꾼 흑로


   흑로가 된 쿠로사키는 사기를 당한 사람이 보이면 그에게 다가가 어떤 방식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말해주면 정보료를 주겠다고 한다. 그 때 정보료는 정확히 그 사람이 사기를 당한 만큼의 돈이다. 쿠로사키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기꾼이 사기를 친 방식을 업그레이드 하여 미끼를 던지고, 보기좋게 사기꾼을 걸려들게 하여 정보료의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돈을 사기꾼으로 부터 뺏어오고 사기꾼을 그 분야에서 매장시켜버린다. 


  처음에는 간단한 화장품 판매사기나 전당포 대출사기, 중고거래 사기, 자격증 교육 사기 등의 가벼운 것을 다루다가 자신의 가정을 풍비박산 만든 '미키모토'라고 하는 사기꾼을 추적해가면서 국제 범죄조직까지 가담한 사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기상천외한 다양한 사기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 하나가 있는데, 사기는 그냥 사기꾼 개인이 혼자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속일 수 있는 사기는 누군가에 의해서 치밀하게 설계가 되는데, 그 설계된 사기에 함께 공모하였던 자가 향후 독립하여 그 기법을 가지고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즉, 독창적인 사기는 나오기 힘들고 이미 설계된 사기가 재생산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화의 배경인 일본과 한국의 문화나 법 시스템이 유사한 까닭에 극중에 나오는 사기수법은 얼마든지 우리도 당하거나 접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만화를 읽다보면 나쁜 탐관오리에게 식량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생각도 나고, 법 질서를 뛰어넘어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배트맨과 같은 슈퍼히어로도 떠오른다. 통쾌하게 사기꾼을 아작낼때에는 후련한 대리만족도 느낀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듯, 작품 중에 나오는 주인공은 법에 의한 처벌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여긴다. 그런 쿠로사키를 잡으려는 검찰과 쿠로사키의 건물에 세 들어살고 있는 검사지망생인 여학생과의 보이지 않는 러브라인이 애처롭고 안타깝게 진행된다. 


  나 역시 예전에 아무 쓸모도 없는 자격증을 미끼로 교육사기를 치는 회사를 접해봐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사람의 중심에는 바로 '욕심' 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노력없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 시간을 줄여 뭔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성공하거나 더 멋진 모습이 될 것이라는 욕심이 사기꾼이 던져놓은 미끼를 만나면 덥썩 물어버리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탁월함은 사기꾼의 얼굴에서 드러난다. 하나같이 이 책에 나오는 사기꾼들은 선량하고 젠틀하며 법없이 살것마냥 생겼다는것. 갑자기 돈되는 일이 들어왔을 때 그것이 나의 어떤 모습의 욕심과 마주하는지를 보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작정하고 달려들면 모두 당한다곤 하더라...


  사업을 시작했거나, 회사생활.. 특히 대기업생활을 오래하다가 퇴직하고 나온 사람들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물론 읽고 사기를 치라는게 아니라,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학습으로 말이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