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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독서 휴식

[김성민의 독서휴식] 찰스 디킨스의 '두도시 이야기' 와 엑스맨 아포칼립스

[김성민의 독서휴식 - 두 도시 이야기]


“자끄,” 드파르주가 말했다. 

“고양이에게 목마름을 느끼게 하려면 

고양이에게 조심스럽게 우유를 보여줘야 해. 

개로 하여금 어느날 그 먹이를 잡아오게 하려면 

먹이를 조심스럽게 보여줘야 하는거야.”  p.262



  이야기는 1775년 어디론가 향해 달리는 우편마차로 부터 시작한다. 그래서였을까? 미국독립전쟁이나 조만간 다가올 프랑스대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을 하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평소 읽던 경제경영서의 깔끔하게 정리해서 결론을 지어주는 글과는 다르게 찰스 디킨스는 밑도 끝도 없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것을 모호함속에 밀어넣고 글을 써내려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 매력이 있다. 어려서 코난도일이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즐겨 좋아했던 나로서는 찰스디킨스가 뭔가 사건의 결말을 위해 하나씩 단서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되었다. 결국 그 예측은 맞아 떨어져서 이 한 권의 책은 모든 것이 완벽한 퍼즐과도 같이 끼어맞춰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독서나눔을 가질 때 나는 정확히 그 표현을 써서 감상을 말했다. '찰스디킨스는 1000피스짜리 퍼즐맞추기를 우리앞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처음 1개 2개의 퍼즐조각을 놓을 때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고 의미도 모르겠다가 100피스, 200피스를 넘어가면서 전체 그림중 일부분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나머지 그림이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마치 알파고의 초반 엉뚱한 실수같았던 수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막강한 역할을 해내며 게임의 판을 뒤흔들듯이 찰스디킨스는 초반에 등장시키는 인물한명한명마다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묘사하며 그 묘사된 상황과 성격, 습관 등은 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사건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는데 역할을 한다. 


 그 중 인상깊은 반전의 인물이 포도주 상점의 주인 드파르주 부인이다. 그 부인이 하는일이라곤 포도주 상점의 카운터 뒤에서 뜨개질 거리를 가지고 무엇인가 계속 뜨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별로 비중도 없고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부인은 과거에 존재했던 사건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핵심인물이자 주동인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완전 반전에 소름돋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몇일전에는 아내와 함께 새로 개봉한 엑스맨 아포칼립스 라는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에 대해 숨기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긍정적으로 잘 사용하여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자녀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당신은 어떻게 영화를 보았냐는 아내의 갑작스런 질문에 - 사실 그냥 슈퍼히어로들 나오는 영화고 액션씬이 있고 해서 별 생각없이 보긴 했다 - 뭐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다시 살아난 아포칼립스가 바라본 현대세상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 세상에 대한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았노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좀더 말해보자면, 영화에서 수천년만에 깨어난 아포칼립스는 공중파 TV 방송을 빨아드리면서 현대사회의 대립과 전쟁, 군비확충 등의 모습이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신적존재로서 비쳐지는 아포칼립스는 어쩌면 신이 우리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왠지 악당역으로 나와서 그렇지 그가 1980년대의 미소 냉전체제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나 2016년에 깨어나서 보았다고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 아포칼립스는 모두를 싹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그가 절대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고 했던가.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을 통해서 인류 멸절이라는 대의를 실행시키려고 하다 X맨들에게 둘러싸여 저지를 당하고 끝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모습을 드파르주 부인에게서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픈과거에 대한 복수심과 사회정의구현을 위해 바스티유를 점거하고 혁명의 가장 최전선에서 과거 기득권과 그 기득권에 빌붙었던 사람들을 모두 처단하는 절대권력을 얻게 된다. 자신이 수십년동안 뜨개질로 떠왔던 옷감에 새겨진 살생부를 가지고 말이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인 프랑스 대혁명을 책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속에 있었던 참혹했던 순간에 대한 인식과 반성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죽이고 살리고 할 수 있으면서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이나 눈엣가시같은 사람은 곧바로 기요틴(단두대)아래로 보내는 절대 권력의 화신인 포도주 상점의 드파르주 부인은 하녀 프로스와의 힘겨룸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X맨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아포칼립스처럼 말이다.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과 같은 가벼운 단편의 작가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가 이런 피비린내가 나는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썼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이 책이 가장 많이 팔린 책이었다는 사실, 그러나 나는 처음 들어봤다는 것.. 하지만 이 책을 모티브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작품들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이 많았던 독서였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문체가 그래서인지 다소 힘겹게 읽었던 '두 도시 이야기'는 한 동안 마음에 오래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책 속의 명언>


  • “높은 사람들에 대한 증오는 천한 것들이 자기도 모르게 표하는 경의란다.”   - 후작  p.187
     - 프랑스 사회의 특권층이고 힘을 마구 휘두르던 존재, 길거리에서 아이를 치어 죽여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길을 가는 냉혈한 같은 그 존재는 조카인 찰스 다네이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위와 같은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권력에 대해, 부자에 대해 가지는 그 마음 이면에 있는 심리를 아주 정확히 파헤쳐 놓은 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증오고 혹시 동경에서 비롯된다면 그 증오하던 자리에 자신이 앉게 되면 그도 똑같이 행동하게 될 것이다. 


  • “만약 그 애가 자기의 완벽한 행복에 자네가 필수적이라고 내게 말한다면 나는 그애를 자네에게 주겠네” - 마네뜨 박사  p.206
     - 사위가 찾아와서 장인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장인어른이 될 마네뜨 박사는 사위감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만약 15년, 20년이 지나서 내가 마네뜨 박사의 입장에 처해질 때 나도 한번 저런 마음으로 대답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기의 완벽한 행복에 자네가 필수적이라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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