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가스레인지와 인덕션 그리고 그 이후는?]
군에 있을 때 먹었던 짬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가지가 있는데, 야간근무 마치고 막사로 들어와 라면봉지 뜯어 물부어 먹던 '뽀글이' 하고 유통기한이 1주일도 채 안남으면 나오던 전투식량이다. 전투식량중에는 A형 전투식량(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인가가 특히 맛있었다. 이녀석은 봉지를 열어 물을 부어놓은 후 입구를 잘 봉하고 나서 쪼물락쪼물락 내용물을 한참 섞어주면 볶음밥이 되어버리는 녀석이었다. 방식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군대안에서 먹어서인지 이상하리만치 맛있었다. 아마 MSG 의 힘이었던건 아닐까도 싶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자연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위험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는 용도로 쓸 뿐만 아니라. 체온을 유지시킬 수 있어 강한 추위에도 벼텨낼 수 있게 되면서 추운지방까지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었고,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조리를 해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자연 상태로는 도무지 소화해내기 힘든 밀이나 쌀, 감자등이 인간의 주식이 되었고, 불에 익혀 먹음으로 인해 세균과 기생충의 침투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리' 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꼭 불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조리 작용의 본질은 불이 아니라 '열'이기 때문이다. 마치 전투식량에 뜨거운 물만 부어도 밥이 되는것 마냥 말이다. 우리가 흔히 주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불 자체를 사용하지만 점차 새로운 방식의 '열'을 내는 도구들이 개발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전자레인지다. 전자레인지는 고주파를 발생시켜 음식물 내부에 있는 물분자를 엄청난 속도로 진동을 시켜 이때 생기는 물분자의 마찰열로 음식이 익도록 하는 도구다. 주위에 전혀 불을 지피지 않았고, 불 비슷한 모양도 보이지 않음에도 음식 자체가 마구 뜨거워지는 마법과도 같은 도구다.
요즘 지어지는 고급아파트에는 인덕션이라는 녀석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놈도 참 신기한 녀석이다. 왜냐하면, 인덕션 장치는 전혀 뜨거운 열을 발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긴것은 위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 있는 하이라이트 레인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잠시 하이라이트 레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이놈 안에는 코일이 들어가 있는데 코일에 전류를 흘려 발생하는 열이 냄비로 전달되어 냄비안의 음식을 뎁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인덕션은 자체가 열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열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그 신비는 강한 자기장에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인덕션 장치는 자기장을 뿜어낸다. 그러면 위에 있는 금속냄비가 자석에 반응하여 뜨겁게 달궈져서 요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고나니 불을 지펴서 거기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가하여 조리하는 방법에서 부터, 열만 전달하는 방법, 자기장으로 넌지시 열이 나도록 유도하는 방법, 그리고 음식물 자체가 열이 나도록 만드는 고주파 방식까지 조리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 본질이 '열' 이라는 것 만큼은 동일하다. 앞으로 미래의 조리기구는 어떤 것이 발명될까?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창의성은 본질을 밝히는 힘'이라는 핵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오고 있다. 만약 조리기구의 본질이 '열' 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나오는 도구는 이 열을 극대화 하여 활용할 수 있는 고효율의 기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에 맷 데이먼 주연한 영화 '마션'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화성에서 다양한 생존 방법을 찾아내는 창의적 사고가 듬뿍 담긴 영화로 무척 재미있게 봤다. 위 장면은 맷 데이먼이 탐사선안의 온도를 높이는 것과 더 먼 거리를 주행하는 것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의 고민중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 방식은 위험물로 폐기처리가 된 방사성 폐기물을 땅속에서 꺼내어 탐사선 뒤쪽에 두었던 것이다. 방사선 폐기물은 조금씩 핵분열을 하며 열을 발생시키는데, 모두가 폐기해야할 위험물로 본 반면에 맷 데이먼은 '열'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보았다는 것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물론 이거 건강에는 괜찮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화성에 고립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주인공의 창의적 사고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약 핵분열을 소형화해서 안전하게 저장할 기술이 만들어지고 저렴하게 보급화 하게 된다면 휴대용 핵발전 스토브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밖에 '열'을 발생시키는 방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그것이 인류의 조리 기술의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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