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본질게임 - 배터리 교체의 본질]
'메이드인 차이나' 라고 하면 몇년전까지만 해도 짝퉁이라거나, 조잡한 물건으로 인식되었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그런 인식을 가능케 했던 것이 소위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한 중국 회사의 제품 때문이었다. 작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인기 있던 제품 중 하나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가성비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결제버튼을 클릭하게 만들었던 제품이었다. 물론 가격이 싸고 디자인이나 품질이 나름 괜찮았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다 줬겠지만, 스마트폰 배터리에 대한 사람들의 불편함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인기가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 카메라에 취미가 있던 회사동료 한명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배터리가 변강쇠다 라고 한적이 있다. 그만큼 오래간다 하는 말이었는데, 내 스마트폰의 배터리도 제발 그렇길 바라지만 현실은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살아돌아오기가 힘든 상태다. 그러다보니 제조사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을 연료삼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왔고, 제품화되기도 하였다.
고전적으로 가장 쉬운 방식이 배터리 탈착식이어서, 이미 충전해놓은 배터리를 스마트폰의 뒷 커버를 열어 뒤바꾸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일단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 하고, 뒷커버를 여닫는 형태를 띠게 만들려다보니 디자인면에 뿐만 아니라 두께면에서도 한계가 생기게 되었다. 미국의 한 회사는 일체형 배터리로 디자인을 잡았지만 배터리도 교체 못하는 스마트폰이라며 경쟁업체의 언론플레이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물론 배터리 일체형을 욕하던 그 회사도 어느덧 일체형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만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얼마전에는 디자인 측면에서 선두를 점했던 미국의 그 회사는 정말 말도 안되는 형태의 배터리 포함한 보호케이스를 만들어 많은 소비자들의 실망을 더하기도 했다. 왜 저런 무리수를 두는데 까지 몰렸단 말인가. 뭐 그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짧은 배터리 성능에 대한 개선이 그만큼 심각한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시작한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수많은 회사들의 아이디어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배터리 문제 해결법을 보인 회사가 있다. 국내의 S 전자는 이제 기술적으로 많이 알려진 무선충전방식을 선택했는데 이 부분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기업인 L 전자에서 나온 이 제품은 내게 너무 신선하였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배터리 탈착식 방식은 이미 사양 길을 걷고 있었고, 디자인측면이나 두께 측면에서도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었는데 탈착식 방식을 사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방식의 장점까지 넣어서 말이다.
왼쪽 사진의 방식은 기존의 탈착식 방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스마트폰 뒷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꺼내고, 완충된 배터리를 넣는 방식. 이번에 L 전자에서 가져나온 것은 오른쪽과 같은 방식으로 배터리 탈착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아래의 부분을 통채로 슬라이드 방식으로 꺼내어 밀어 꼽아넣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 body 전체의 디자인 측면의 문제도 잡으면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도 있는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 회사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모듈식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해내었다. 슬라이드 방식으로 배터리를 교체시 스마트폰 기능을 upgrade 할 수 있는 모듈로 장착해주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현재는 카메라 기능과 오디오 기능의 확장이 소개되어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기능 확장을 가능케한다면 구글의 모듈형 스마트폰 보다 더욱 실속있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아이디어는 배터리 교체의 본질이 뒷커버를 여는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간파한 연구원의 작품일 것이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가 포기한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구현해낸 아이디어 만큼은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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