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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경영/모든것의 본질

[김성민의 본질게임] 최고와 최고가 만났을 때

[김성민의 본질게임 - 교육장의 본질] 


 최근에 국내의 한 유명 기업연수원에서 강의가 있어 다녀왔다. 대부분 기업 연수원들이 그렇듯이 공기좋고 물맑고 경치가 좋은 그런 곳이었다. 연수원내에 조경은 동화속 나라의 한장면을 떠올릴만하였고, 숙소는 일반적인 호텔급 숙소의 쾌적함을 선보였다. 연수원에 갔을 때 가장 신경써서 비교해보는 식당마저도 뷔페식 식단구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식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그런데, 뭔가 어색한 공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의장이었다. 


  강의장 밖의 복도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고 자유롭게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인데, 내가 교육을 진행한 강의장이 복도보다 폭이 더 좁았다. 그러다보니 책상배치도 뭔가 어색하고 좌우로 좁혀진 답답한 분위기의 공간이 나왔다. 수려한 경치, 맛있는 식사, 편안한 잠자리.. 그런데, 뭔가 부족한 교육공간.. 이 멋진 곳을 설계한 사람은 연수원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기분을 지난해 한 대학강의를 나갔을 때도 경험한바가 있다. 학생들이 150명 정도 들어올 수 있는 대형강의장이었는데, 최근에 지어진 강의장들이 그렇듯이 전자교탁시스템이 들어와서 학생들에게 PPT 프리젠테이션으로 강의를 진행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뭔가 황당한 구석이 있었다.



  이 강의장에는 최고의 화이트보드판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빔프로젝터도 안시가 높은 고화질의 장비가 있고 그 빛을 반사해내는 스크린도 상태가 상당히 좋아 영화시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느껴졌다.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공간에서 정작 강의를 준비하는데 뭔가 큰 문제가 보였다. 


  나는 강의중에 학생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칠판이나 화이트보드에 적으면서 하는데 빔프로젝터를 이용하는 동안에는 뒤에 있는 넓직한 화이트보드를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반대로 화이트보드에 뭔가 쓰면서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최고의 빔 프로젝터를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최고의 것들을 단지 조합만 해놓았다고 창의적인 공간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한두해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자신이 스펙이 높다며 다른 회사보다 더 좋은 폰이라는 마케팅을 펼치곤 했다. 흔한 논쟁이 카메라 화소수에 대한 것이었다. 1000만이 넘는 화소수를 자랑했지만, 막상 800만 화소로 최신폰을 내는 한 업체에 비해 카메라가 그리 나아보이지 않았던 것은 무엇의 문제였을까? 최고의 것을 결합해놓았다고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창의적 결과물을 위해서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강의실의 본질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교육을 떠올렸을 것이고, 교육이 어떤방식으로 이뤄지며 이뤄져야하는지를 파고들었던 사람이라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창의적 강의장을 만들것이다. 아마도 그 건축가가 만든 강의장에서의 교육 효과는 더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 안의 공간을 지배하는 것도 최고의 스펙이 아니라 현재 있는 기술들을 얼마나 본질에 맞게 조합하느냐이다.  이것이 User eXperience 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도 지식과 기술을 잘하는 사람을 키워내는데는 세계적으로 탁월하다고 본다. 이제 그동안 쌓인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고 조합하느냐, 그에 앞선 본질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것인가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 그 길 끝에 더 나은 미래가 놓여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