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볼드]
‘당신 제품의 첫 번째 버전이 부끄럽지 않다면,
출시가 너무 늦은 것이다.’
- 링크드인의 설립자 리드 호프먼 p.127
약 8년전쯤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의 세계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바뀌었다. 그전에도 핸드폰은 누구나 가지고 다녔지만, 지금처럼 종합멀티미디어 기기로서 활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하철에 무가지신문이 사라지고, 폰딧불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밤거리 자신의 얼굴에 환한 불빛을 비치며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어딘가를 가고자 하면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친구의 조언보다도 한 포털의 지도어플을 가지고 목적지를 검색해 몇분뒤에 정류소에 버스가 도착하는지도 알고 집에서 나온다. 9시 뉴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주목받는 기사가 친구설정을 해놓은 SNS 채널을 통해 푸시알람으로 끊임없이 알려준다. 정보는 너무 흔해지고 많아졌고, 그래서 더욱 뭐가 뭔지 모르겠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또 전혀 다른 변화가 앞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사실이 뭔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바다 건너편 글로벌 회사가 내놓은 전화와 음악플레이어, 인터넷을 합한 기기 하나가 이런 엄청난 사단을 내었을 진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며 비약적인 생명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세상은 어떻게 펼쳐질지 그 어떤 전문가도 제대로 말해주고 있지 않다. 아마 그게 어쩌면 정직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알아서 돌아갈꺼야 라며 물의 흐름만 잘 타면 되겠지 생각하며 사는 것은 너무 변화를 만만히 본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 대학 학장으로 있는 피터 디아만디스의 이 책을 한번 보는 것이 그런 변화의 물결에 약간의 감을 잡고 현재 일어나는 기술발전의 뉴스들을 읽어내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전반부는 피터 디아만디스가 쓴 것임에 틀림없다. 글로벌 회사의 CEO들을 직접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나 기술적 핵심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에 2부부터는 공저자인 스티븐 코틀러라는 저널리스트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엮어놓으며 자기계발이나 리더십의 덕목들을 나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술적 측면에서의 미래 변화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1부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본다. 2부부터는 책의 제목대로 이러한 변화를 이끈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에릭 슈미트나 래리 페이지들 처럼 '대담하고 용감하게'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부에서는 코닥이라는 회사의 출발부터 시작해 몰락의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단지 디지털 세상에 빠르게 혁신을 꾀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망했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초기 코닥이라는 회사가 시작하게 되었던 역사로 부터 코닥회사의 본질을 짚으면서 글이 전개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흥미있게 읽었던 내용이다.
사진은 ‘표현수단’에 불과했다. ‘표현되는 것’은 뭘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코닥 모멘트 라고 부르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다.
찰나를 포착하고, 순간을 남기고, 삶을 기록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다.
다시 말해 코닥은 ‘추억을 기록’하는 사업을 했다. p.33
코닥의 시작이 '화학약품 및 종이사업' 으로 시작했지만, 어는시점부터 '편의사업'으로 자신의 기업 본질을 한정해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을 안타깝게 그려내고 있다.
기술변화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영자들이 읽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돈이 많은 거대기업들의 사례를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3부를 읽다보면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거나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지의 팁들이 대부분 경영자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주제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 책 속의 명언 >
- 혁신이 일어나려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류해야 한다.
남의 생각위에 내 생각을 덧대고, 내 생각 위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더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p.37
=> 너무도 당연한 말 같지만 잘 실천되지 않는 것 같다. 내게 어떤 고결한 생각하나가 솟아오르면 그 어떤 사람의 이야기보다도 나의 생각을 절대시하고 다른 것으로 부터의 비판과 검증작업에 대한 귀를 막아버리는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이를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는 언어의 발달에 의해, 문자의 발명에 의해, 인쇄술의 발달에 의해, 통신과 기록장치 컴퓨터의 발명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모두 네트워크를 촉진시키는 도구속에 피어난 성과다. 앞으로 모든 사물들이 연결이 되는 시대가 된다고 한다. 사람간의 지식교류를 넘어선 사람들의 행동양식의 전반을 담은 데이터들이 나도 모른채 서로 교환되고 종합되어 분석되는 시대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CFM 인터내셔널의 차세대 초고효율 LEAP 항공기 엔진은 3D 프린팅으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연료 노즐을 만들어 사용한다. 기존의 가공 방법으로는 제작할 수 없던 이 노즐은 연료 사용량을 15퍼센트나 줄여준다. 항공기 한 대의 수명으로 환산하면, 향후 수천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된다는 이야기이다. p.68
=> 3D 프린팅이 매스컴이 떠들며 만들어낸 한낯 신기루에 불과하고 산업화되고 일반적 사용이 되기에는 한참을 멀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세상에는 그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보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적용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여러가지고 실제적인 효용을 선보이고 있다. 2주전에 판교에 있는 디바이스랩에서 직접 3D 제품을 뽑아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 보편화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산업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습을 바꿔놓을 기기의 출현이 아닐까? - ‘당신 제품의 첫 번째 버전이 부끄럽지 않다면, 출시가 너무 늦은 것이다.’ - 링크드인의 설립자 리드 호프먼 p.127
=>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먼저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나 같이 완벽주의로 일을 해나가려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불편한 말이 될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이런 방식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니즈를 개발자가 고민해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낸 다음에 시장의 판단에 맡겼다고 한다면 최근 디자인씽킹이라는 접근에서는 먼저 아주 간략한 형태로 소비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수정보완 해가는 방법이 새로운 트랜드라고 한다. 과거 30년전이었다면 완성도 떨어진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가 기업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맞이했다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최근 기업 제품들에 대해서는 정 반대의 전략이 먹힐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따라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도 바뀌게 마련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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