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시민의 교양]
나의 세계관과 타인의 세계관이 다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소통하지 못할 것임을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소통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p250
인기있는 강연가의 말이나 작가의 글을 보다보면 한쪽에 치우친 강한 주장이 많다. 이를테면 자기계발서에서 '아침형 인간' 이나 '1일 1식' 과 같은 책이다. 편향되고 자극적이며 강한 메시지는 팬덤을 형성한다. 그것만이 세상의 진리인냥 이야기를 할 때 마치 종교와 같이 신봉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물론 안티도 늘어난다. 하지만, 안티보다는 형성된 팬덤에 의해 그 강연가와 작가의 가치는 올라가는 사회이다. 그러다보니 황희정승마냥 이런 생각도 맞고, 저런 생각도 맞소이다 라고 하면 그런 이야기는 누군들 못하냐며 평범함에 묻혀버린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인 입장이든 경제적인 전망이든 혹은 학문에서의 주장이 되었든 다양한 관점을 함께 균형을 맞춰 이야기하는 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한참 할말이 많지만 이제 바로 책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왜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내었냐하면, 채사장이 쓴 이 책은 일반적인 방식의 책과는 전혀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책은 저자가 안경 하나를 주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래서 그 안경을 쓰고 바라보면 세상의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지면서 이해가 쏙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안경을 씌워주지 않는다. 그저 여러 사람들이 씌워줄려고 하는 안경 2개를 앞에다가 가져다 놓고 그 안경들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라는 안경점에서 말이다.
이야기는 한 가상국가의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부터 빨간색 버튼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르면 세금을 올리는 것이고, 누르지 않으면 세금을 내리게 되는 결정의 버튼이다. 과연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의 선택을 위해 전세계 사람들을 모아서 어떤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며 국가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대통령의 명에 따라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을 찾아나선 비서실장이 노량진에서 만난 '시민'을 통해 자유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서, 그렇게 만난 비서실장과 시민이 학교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직업과, 교육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무엇이 정의인가를 윤리적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책의 마무리인 미래로 나아간다.
모든 주제에 대해 채사장은 2개의 안경을 소개해준다. 세금을 올리는 것과 내리는 것,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자본가와 노동자, 일자리창출과 소득격차 완화, 보수의 진보의 안경을 말이다. 이런 극단적인 이분법적 구조로의 설명은 대부분 실패하게 마련인데, 채사장의 책은 묘하게도 자연스럽게 끌어간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이 추구하는 목적이 '교양'으로서의 지식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없이 다양한 색깔을 띄고 있기에 안경 2개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평생 한가지 안경만을 써왔던 사람에게 다른 안경도 있음을 알게 해줄뿐만 아니라, 지금 끼고 있는 안경이 어떤 위치에 있는 안경인지를 알게 해주기 위해서 수백 수천개의 안경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다 줄 뿐이다. 채사장은 이런 이유로 2개의 안경을 준비한게 아닌가 싶다. 만약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편'을 읽었던 독자라면 매우 익숙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편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사회가 돌아가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균형감있는 지식과 관점이 있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더 나은 공부를 위해 입문을 위한 안내서 정도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알아서 돌아가게 내버려두고 포기한채 관망만 하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자신이 어떤 안경을 선택해야 할지 조언서가 될 것이다.
< 책 속의 명언 >
- 그래서 사회적 쟁점은 산으로 간다. 구체적인 실제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시위의 태도, 말하는 방식, 과격성, 이로 인한 불편 등이 이슈화된다. p.160
=> 이 책은 2가지 관점의 형태와 이유, 장단점등을 균형있게 다루면서도 특정한 지점에 이르면, 뭔가 한쪽의 입장에 놓인듯한 메시지 하나씩을 던져준다. 팟캐스트에서 시작할 때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채사장의 정체성과는 다른 입장으로 느껴진다. 정확히 채사장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언론에 휘둘리며 본질과 진실에 무지하거나 외면하려는 모습에 대해 꾸짖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여지는 모습이기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그에 대응하는 고용 안정성 정책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p.183
=> 노동 시장의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이 과연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했는데, 덴마크의 사례를 들어 납득할 수 있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계급에서의 희생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가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을 통해 사회를 그렇게 유지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해 나누는것에 불편함과 반감을 가지고 나라를 떠나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해야할것인지? 그런 나눔의 사회를 만들어달라며 노력하지 않은 것을 거저 얹고자 하는 사람이 이기적인지, 자신이 처한 위치 그리고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우리가 보수 정당에 혹은 진보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를 대표하는 누군가를 선발하는 것도 아니다. 시민의 정치적 행위로서의 투표는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라는 사회 방향성의 선택이며, 궁극적으로 세계의 선택이다.
=> 채사장은 책 전반에서 세금을 올리느냐 내리느냐로 국가의 형태와 교육의 방향 무엇이 정의인가등을 함께 연결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책의 중반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현실은 전쟁과 분단, 이념대립과 친일, 독재정권 등의 다양한 역사속에서 단지 2가지로 단순화하기에는 어려운 여러 이해가 뒤섞여 있음을 알게 된다. 책은 입문서로 역할을 다했지만, 현실속에서 빨간 버튼을 누를 것인지 누르지 않을 것인지는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것도 책이 말하지 않은 더욱 복잡한 현실의 무게를 가지고 말이다. 그래도, 이책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과의 대화와 상대를 향한 이해를 보다 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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