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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독서경영] 로봇시대, 인간의 일 - 구본권

[김성민의 독서경영 - 로봇시대, 인간의 일]


“기계는 답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질문을 위해 존재한다” <케빈 켈리>  p.251



 '앞으로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 라는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하는 일론 머스크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로봇공학의 발전과 사물인터넷, 딥러닝 등에 대해 너무도 많이 들어봤기에 이런류의 책은 뻔히 예측이 될법했지만, 왠지 그말 한마디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구매하게 했다. 


한마디로 내게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내가 선호하는 좋은책에 대한 기준은 간단하다. 생각하게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책이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미래에 다가올 로봇이나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주기에 빠져들며 읽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기술에 대한 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최신 기술동향을 바탕으로 미래에 발전될 상황을 예측하는 것 정도로 마무리를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때로는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을 맞닥뜨리며 로봇에게 양도한 인간의 기억이 인간 창의성에 미칠 영향을 고찰해보고, 심리학이나 인지과학 측면에서의 인간의 사물인식이 로봇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기술하고 로봇에게 없는 인간의 강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가 봤더니 이 책을 쓴 구본권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 출신에다 언론학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기술만 알고 접근하는 사람과는 좀더 인문학적인 성찰과 통찰을 바탕으로 폭넓은 독자층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 나온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하며, 인간이 해야할 역할에 대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의 말을 빌어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있다.  그 시를 잠시 옮겨보겠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글에서 사랑하는 능력을 감정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호기심으로 보고  이 두가지야말로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 의 저자 다니엘 핑크가 말한 '하이터치, 하이컨셉' 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직업은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인간으로 힘써야 할 것이 바로 그 두가지임을 이 책을 통해서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한가지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책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 제목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사회에 펼쳐질 변화에 맞서 인간으로서 고민해야 될 인문학적인 성찰을 잘 담고 있기에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이세돌과 로봇바둑기사가 3월에 대결을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경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미래사회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닛케이 비즈니스>가 선정한 2013년 8월 로봇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네 종류의 직업군
    1.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직업군 (영화감독, 작가, 코미디언 처럼 감정과 경험이 중요한 창조적 직업, 스시 장인이나 도예가 처럼 규격 통일이 어렵거나 미묘한 힘 조절이 필요한 직업)
    2. 자동화할 필요가 없는 직업들 (프로야구, 프로축구, 스모선수, 모험가)
    3. 기계화 사회에 필수적인 직업 (로봇 디자이너, 로봇 정비 기술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4. 로봇이 하면 사람이 싫어할 일들 (의사, 간호사, 미용사등 의료나 돌봄 서비스는 로봇이 할 수 있지만 사람이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    p.151

    ; 미래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들이 많은 미래 예측 기사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니 좀 쉽게 구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뷰의 마지막에 언급했듯이 어떤 일이든지 '감성과 호기심'을 놓치게 된다면 아무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직업군도 로봇의 타겟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 권력이 금서를 지정하고 그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던 이유는 해당 정보와 지식 자체의 위험성과 그 확산이 가져올 혼란 때문만이 아니다. 해당 정보가 알려진 이후 그로부터 생겨나는 호기심과 질문이 진정한 두려움과 차단의 대상이다. p.259
    ; 로봇기사와 사람이 작성한 기사는 이제는 더 이상 구분하기 힘든 시점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로봇기사에는 '질문'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물론 단순한 질문 자체도 알고리즘에 의해  입력해 넣을 수 있겠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 본질을 추구하는 질문들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로봇에게 있어선 한동안 미답지로 남지 않을까 한다. 질문할 수 있는 능력, 즉 호기심은 완벽하지 못한 결점이 많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강점이다. 호기심 때문에 기존에 구축된 문화와 체계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적인 발명품이나 사상을 이룩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한게 아니겠는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성 교육에 있어서도 창의성을 공식처럼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기억을 기계에 의존하게 된 지금 우리가 직접 우리 두뇌에 저장할 정보는 무엇일까? 사람이 최후까지 기계가 아닌 스스로의 몸에 지닐 기억은 무엇일까? 기억을 외부에 맡기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p.284
    ;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메모 어플중에 '에버노트' 라는 것이 있다. 에버노트의 개발자는 '제 2의 뇌'를 갖게 된다며, 모든 기억할 것을 에버노트에 담아두고 인간은 창의적인 생각에 두뇌를 활용하라며 이야기를 했다.  한 때 에버노트에 대한 강의를 할 정도로 tool 자체를 절대시했던 나는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창의성에 대해 계속 연구를 해가면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확립된 지식의 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창발적 사고가 이뤄지는데, 이 모든 것이 뇌 안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엄청난 내용들을 보관해두고 꺼내서 쓰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들을 꺼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나의 뇌에 그 정보에 대한 지식이 들어가 있어야 검색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명시적 지식에 대해 제2의  뇌를 활용하더라도 절차적 지식의 측면에서는 반드시 나의 오리지널 뇌를 쓸 수 밖에 없고, 지식은 나의 뇌에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한시간씩 기존의 에버노트 자료를 리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과정속에 예전에는 미처 중요성을 생각지 못하고 클리핑 했던 자료에서 엄청난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즐거움을 갖는다. 핸드폰의 저장된 번호를 누르며 통화가 가능해지면서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지고, 급기야 전화번호를 외울 뇌를 빼앗긴것 처럼 만일 기계의 편리함에 모든 것을 맞겨놓는다면 인간이 지닌 강점마저 없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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