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독서경영 - 사피엔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p.342
'농업혁명은 거대한 사기다' 라는 고등학교때 역사시간에 배운것과는 정 반대되는 내용이 나와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와 한번 잡으면 손을 떼기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자유로우며 때로는 도발적인 내용의 책이어서 이기도 했지만 인간 존재를 동물과 수평적 위치에 놓인 하나의 종인 사피엔스로 두고 인류가 이룩한 많은 것들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놓는 저자에 대한 흥분이 몸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한권의 책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진화생물학으로 시작하여 인류학, 역사, 물리학, 심리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게다가 수십만년전에 이루어진 호모사피엔스의 '인지혁명', 수렵에서 정착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만든 사기성 농후한 '농업혁명', 수백명정도 모여사는게 다였던 인류가 어떻게 수억명이 함께 살아가는 국가 혹은 지구촌 단위를 만들어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류통합', 마지막으로 '과학혁명' 이 다채롭게 다뤄지고 있다. 일전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봤던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는데 학문적인 입장에서 합리성과 논리성으로 무장해 주장을 전개하는 다이아몬드 교수와는 달리, 유발 하라리 교수는 개연성있는 상상력을 동원한 이야기가 마치 사건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의 보도방식과 같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때 '서양음악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시간에 들었던 현대음악가 쇤베르크의 곡 '달에 홀린 삐에로'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교수님은 처음들었을 때 무척이나 해괴망측했던 그 곡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공중에 떠 다니지 않고 안정적으로 바로 서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중력이 있어서인것과 같이 음악을 안정감 있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도'가 있어서 입니다. 그런데 쇤베르크는 '도'를 다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중력을 없애는 방식을 설명해주셨다. 세개의 연속된 음이 있으면 항상 화음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그 음악의 '조'를 알려주게 되는데, 연속된 세 음이 전혀 화음이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면 그 음악은 조가 없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공중부양하는 음악이 된다는 말이었다. 조가 없는 음악, 중력이 없는 공간, 그것을 유발하라리 교수는 역사속을 살아온 인류에게 적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중심이 되는 역사에서 그 중심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기존에 바라보는 인식과는 전혀 다른 생각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들이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 운동가의 말을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p.117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왕이나 사제, 상인은 아니었다.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p.124
한 회사의 경제적 성공은 직원들의 행복이 아니라 오직 은행잔고의 액수로만 측정된다. 마찬가지로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 개수로 측정된다. p.129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중략) 수십만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허구의 등장에 있었을 것이다. p.53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기에 산업화가 되기 전에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사피엔스종이 들어간 대륙과 섬에 있던 모든 대형 동물들이 멸종하는 것을 예를 들어 동물 멸종의 원인이 인간임을 주장한다. 또한 사피엔스가 밀을 길들인것이 아닌, 밀이 사피엔스를 길들였다고 말한다. 중력이 인간에게 있음을 해체시키고 나면 밀이 인간을 길들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책에 가장 핵심적으로 흐르는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 문화 정치 종교는 모두 '신화' 즉 허구라는 주장이다.
인류의 시작을 원숭이와 인류의 공통조상으로 보고 그 어떤것에서 분기된 존재로 보는 것은 다윈으로 부터 시작한 진화생물학자들의 보편적인 주장이었지만 인류 문명 자체를 모두 허구라고 하는 주장은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 진행이 탄력을 받는것이 특별한 저자의 말하는 방식 때문이다. 유발하라리 교수는 과거에 있었던 기록되어 있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 사실주의 적인 필체를 이용해서 눈앞에 생동감있게 펼쳐 보여준다. 글을 읽다보면 사피엔스들이 동굴에서 언어가 없을 때 서로 의사전달을 해가며 인지를 발달해 갔던 과정이라든가, 우연적으로 농업을 시작했다가 농업에 발목잡히게 되는 1만년전의 고대인의 삶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기업이 투자했다' 라고 해도 의미전달이 될 것을 '그 기업이 지금 바로 돈을 송금할 것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주의해야 할 것이 저자는 자신이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주장의 내용을 이야기 할 때는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발췌를 해서 보면 상당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극단적으로 19장의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를 읽다보면 행복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저자는 모두 자신의 주장처럼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진화생물학을 그대로 답습했다거나, 너무 상상에 의해 소설처럼 작성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그가 인류에게 말하는 새로운 관점의 통찰 중 배울만한 것이 많이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해체해보면 본질에 좀더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량은 6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정도이지만 시간이 없다면 제3부 인류의 통합까지만 보더라도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책 속의 명언>
- 한국은 행복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 등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보다 뒤처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 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p.10
; 유발하리리 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유 교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행복에 대한 것을 언급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데, 역사적 한 순간의 다양한 국면들을 연구만 하는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적 현실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었고 사드배치 여부로 시끄럽다. 오늘 우리의 결정을 통해 우리 자녀들은 보다 행복해질까? 아니면 그 반대가 될것인가? -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p.133
; 일련의 작은 개선들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기업은 이런 오류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10보 전일을 위해서 1보 후퇴가 맞을 때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큰 이익을 내기 위해 지금 시점의 손해를 감수하는 능력이 리더십이고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그런데,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녹녹치 않다. 어떻게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고민스럽다. - 수렵채집인의 생업경제에서 장기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수렵채집인들은 그 덕분에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걱정해봐야 무의미했다. p.151
; 수렵채집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실제로 피지의 원주민들을 보았을 때 미래에 어떻게 해야한다는 걱정이 상대적으로 도시문명을 살고 있는 사람에 비해서 적었다. 우리는 늘 고민이다. 그 고민을 들여다보면 내가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결정이 내일의 나를 만들것이라는 신념과 그것을 증명해보여주는 사회구조가 그런 생각을 가속화하고 스트레스와 걱정속에 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런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사람이 미래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발전이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도 사회시스템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을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 신뢰는 온갖 유형의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원자재다. (중략) 따라서 화폐란 상호신뢰 시스템의 일종이지만, 그저 그런 상호신뢰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신뢰 시스템이다. p.258
; 사기의 본질은 속이는데 있는게 아니라 믿게 만드는데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사기도 결국 돈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신뢰를 바탕으로 하면 돈에 대한 여러가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믿기 때문에 일을 벌이는 것이다. 의심이 가득한 사람은 월급쟁이가 되는게 좋을 것이다. 무모한 신뢰든 무지한 신뢰든 신뢰 속에서 사업은 일어나고 그것이 결과를 이끄는 소수를 만든다는 것은 성급한 이론일까? -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 뿐 만이 아니다. 역사는 ‘2단계level two’ 카오스계다. p.340
; 1단계 카오스계는 날씨와 같이 무수히 많은 요인을 컴퓨터에 넣으면 좀더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을 말하는 반면, 2단계 카오스계는 매우 정확한 예측의 결과를 내게 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갈 때 미래는 바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흔히 사용하는 마트 계산대 예측문제와 같다. - 1620년 프랜시스 베이컨은 <신기관> 이라는 과학 선언문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했다.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p.368
; 마치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과도 같이 지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놓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있기 이전에 이미 사회현상속에서 지식을 유용한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행동이 선행했을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의 지식이 쓸모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지식이 힘이 되고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 과학은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래에 무엇이 존재할지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상 과학은 미래에 무엇이 존재해야 마땅한지를 안다고 허세를 부릴 수는 없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것은 종교와 이데올로기 뿐이다. p.387
; 현재 사람들 사이에 이슈로 떠오르는 IT 혁명이나 3D 프린터의 산업에대해서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지만, 미래에 마땅히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 기술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15~16세기에 유럽인들은 빈 공간이 많은 세계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중략) 빈 지도는 심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약적인 진전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세계의 많은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p.405
김성민의 북리지 - 함께 성장하는 책 리더십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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